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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진도 '길은 푸르미 체험관'입니다.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진도 '길은 푸르미 체험관'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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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부부만의 여행을 꿈꾸다 아이들 내팽개치고 부부 단풍여행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이 경험은 지금껏 큰 교훈이 됐습니다. 다짜고짜 떠난 부부 여행을 떠난 터라 숙소를 간과했습니다. 지방 소도시의 숙박 여건을 믿은 탓입니다. 전국적인 체육행사와 드라마 촬영, 단풍객까지 겹쳐 숙소잡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겨우 잡은 게 여인숙이었습니다. 실내는 엉망.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고, 이부자리 등 위생상태가 '개판'이었습니다. 방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하룻밤을 지내야 했습니다. 아내는 당시의 기억을 아직까지 잘근잘근 씹어댑니다.

"다 좋았는데, 숙소 땜에 잡쳤어.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오싹해."

그 일이 있은 뒤로, 저는 어디를 가나 숙소 잡는 데 온갖 신경을 씁니다. 낮에 좋더라도 잠자리가 편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니까요. 하여, 결론은 잠자리가 편해야 아내에게 칭찬받는다는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진도 '힐링 캠프'에서 이틀을 농어촌 휴양체험마을 '길은 푸르미 체험관'에서 묵었습니다. 의미 있는 잠자리였습니다.

4월에 문을 연 '길은 푸르미 체험관'과 시골 힐링 체험

어떻게 알았는지 가족 단위 관광객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가족 단위 관광객이 들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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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대충 치운 모습입니다. 에어컨에 이부자리도 깨끗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대충 치운 모습입니다. 에어컨에 이부자리도 깨끗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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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새우잡기 체험입니다.
 민물새우잡기 체험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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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푸르미 체험관'은 약 22억 원의 국고지원 등을 받아 폐교를 리모델링한 곳입니다. 팍팍한 삶에 희망을 불어 넣기 위해 기획된 살기 좋은 농촌마을 만들기의 일환이었습니다. 운영과 관리는 길은리 주민들이 직접 맡았더군요. 4월에 문을 열었으니 깨끗한 건 당연지사. 가격도 저렴했습니다. 가족실(4~5인용)이 5만 원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각 방에 샤워시설이 있고, 따로 단체 샤워장이 있었습니다. 잔디 깔린 운동장에, 실내 게이트볼장, 족구장, 컴퓨터실, 세미나실, 식당까지 겸비 된 괜찮은 시설이었습니다. 여기에 남도 가락 배우기, 미꾸라지 잡기, 민물새우 잡기, 우렁이 잡기, 갯벌놀이 등 체험 프로그램까지 있어 자연을 느끼기에 '딱'이었습니다.

특히 전통소리체험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 했습니다. 이 마을 출신 소리꾼인 이윤선 교수(목포대)가 자원 봉사로 소리를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근 마을 소포리의 김병철 위원장과 한남례 명창 등도 찾아 소리를 통한 '힐링'이 가능했습니다. 또 수박, 오이, 참외 등 재배 체험과 닭, 개, 토끼 등을 볼 수 있어 교육적으로도 좋았습니다.

길은 마을 이장이자 푸르미 체험관 이재병 운영위원장은 "체험관 운영 수입은 월 8백만 원 선"이라며 "인건비 제하고 남는 약 100만 원은 마을 경비로 쓰인다"고 합니다. 많이 도와 달라더군요. 직접 이용해보니 쾌적했습니다.

대흥포 역간척사업, 자연 친화사업의 모델 되길

친환경농업단지라 백로까지 찾아들었습니다.
 친환경농업단지라 백로까지 찾아들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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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간척사업에 힘을 쏟은 김병철 관장, 이윤선 교수, 박상일 대표입니다.(좌로부터)
 역간척사업에 힘을 쏟은 김병철 관장, 이윤선 교수, 박상일 대표입니다.(좌로부터)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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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을 논으로 만들었던 것을 다시 갯벌로 만드는 역간척사업을 진행 중인 곳입니다.
 갯벌을 논으로 만들었던 것을 다시 갯벌로 만드는 역간척사업을 진행 중인 곳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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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거 아시죠? 무공해 지역에는 새들이 날아든다는 거. 진도 길은리와 소포리 일대는 친환경농산물 단지로 지정돼 백로까지 찾더군요. 여기에서 검정 쌀까지 수확한다니 직거래를 트면 좋겠더라고요.

게다가 인근 대흥포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대흥포는 1960년대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해 포구를 막아 논으로 간척했던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간척지를 갯벌로 되돌리려는 역간척사업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가지 문제로 인해 잠시 중단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끊임 없이 노력하며 즐거워하는 걸 보면, 소리의 고장 진도에는 '흥'의 역동성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역간척사업이 활로를 찾아 새로운 모델이 되면 좋겠습니다.

거위 노래소리를 비거덕거리는 그네 소리로 여긴 지인

체험관 운동장에서 노는 거위 노래소리를 그네소리로 여긴 분이 있었습니다.
 체험관 운동장에서 노는 거위 노래소리를 그네소리로 여긴 분이 있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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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푸르미 체험관에서 이틀을 묵는 동안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끼륵 끼륵, 끼륵 끼륵."

아침에 일어나는데 출처 불명의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군요. 창밖으로 봤더니 거위 두 마리가 운동장을 노닐고 있었습니다. 처음 듣는 거위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이 소리를 다르게 해석한 분이 있었습니다. 군산에서 오신 김환용씨입니다.

"그네에 기름칠 좀 하지. 시끄러워 잠을 못자겠네."

김환용씨는 우리나라 해안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 바닷가를 누비는 중입니다. 그런데 거위 노래 소리를 녹슨 그네가 삐거덕거리는 소리로 들은 겁니다. 그럴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제 기억 속에도 녹슨 그네 소리가 아직까지 삐그덕이는 추억으로 남아 있으니까요. 진도로의 힐링 여행을 꿈꾼다면 착한 숙소 '길은 푸르미 체험관'을 권합니다.

체험관 식당에서 1인 1식 7천원 하는 음식도 괜찮았습니다.
 체험관 식당에서 1인 1식 7천원 하는 음식도 괜찮았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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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태그:#여행, #착한 숙소, #역간척사업, #길은 푸르미 체험관, #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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