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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에너지 청년 워크숍 2012’가 지난 8월 4~8일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에서 열렸다.
 ‘동아시아 에너지 청년 워크숍 2012’가 지난 8월 4~8일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에서 열렸다.
ⓒ 권승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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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나라는 편서풍 덕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물론 이후 국가정보원이 그 당시 핵사고로 인한 방사능의 영향이 우리나라에까지 미쳤다는 것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만약 우리나라 서해와 마주하고 있는 중국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난다면 어떻게 될까. 때마침 한반도로 향하는 편서풍이 불어온다면, 우리나라는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동해안에 밀집해 있는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난다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까지 큰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이 핵발전 정책에 있어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핵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중국은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의 협력이 없는 상황에서 한중일 3개국 청년들이 핵 없는 동아시아를 향한 첫걸을 내딛었다. '동아시아 에너지 청년 워크숍 2012'가 지난 8월 4~8일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에서 열렸다.

이번 워크숍은 지난 1월 요코하마에서 열린 탈원전 대회를 계기로 NPO법인 동아시아환경정보발전소와 에너지정의행동의 공동주최로 기획되었다. 동아시아의 핵발전소 위기가 우려되는 가운데 어떻게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가 과제였다.

한국 핵발전소 현재 23기 -> 34기? -> 46기?

먼저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가 '한국의 핵발전 정책과 현황'을 발표했다. 이헌석 대표는 "한국은 현재 23기의 핵발전소가 운영 중이며, 현재 건설된 부지는 모두 박정희 군사 독재 시절에 확정된 곳들인데, 기존 부지에 건설계획이 모두 진행되면 34기가 된다"며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신규 부지로 예정한 2개 지역에 12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까지 진행되면 무려 46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지금의 여당 유력 의원들은 핵주권과 핵무장, 핵수출을 주장하고 있다.

후쿠시마 이전 한국의 반핵운동은 지역주민과 반핵단체들이 핵발전소 건설과 핵폐기물 반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헌석 대표는 "그러나 후쿠시마 이후 핵은 노원구 방사능 아스팔트가 대표적인 예로, 일상의 문제로 다가왔으며, 한국의 현재 현안은 고리1호기 정전사고, 한수원 스캔들, 울진 4호기 전열관 문제, 신규 발전소 부지 문제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어 야마자키 모토히토 동아시아환경정보발전소 이사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미친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야마자키 이사는 "일본 정부는 지진 발생 10시간 후에 멜트다운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지만 폐로를 주저하는 도쿄전력의 대응이 늦어져 수소폭발과 원자로 파손으로 방사능 오염이 확대되었고, 건물파괴로 방사능이 확산돼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피난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1500개의 연료봉을 냉각 중인데, 20년 계획으로 추진 중인 이 작업은 원래 냉각 수준으로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개탄했다.

일본 핵 재앙으로 34만 명 피난 중

일본 정부는 2030년의 핵발전소 의존율에 대해 0%, 15%, 20~25%의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2030년의 핵발전소 의존율에 대해 0%, 15%, 20~25%의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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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현재 핵 재앙으로 전국 34만 명이 피난 중이다. 재해를 입은 세 개 현의 상황을 보면, 후쿠시마현에서 10만 명, 미야기현 12만6000명, 이와테현에서 4만2000명이다. 현 밖으로 피난한 후쿠시마 현 주민의 수는 6만 명이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가 있는 후쿠시마현의 현외 피난민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이타테 마을의 경우 2011년 4월 11일 계획적 피난 구역으로 지정되었고, 5월 15일 계획적 피난이 시작되어 주민의 90%가 마을 밖으로 피난했다. 이후에도 피난 구역이 '피난지시해제 준비구역', '거주제한구역', '귀가곤란구역'으로 구분돼 이이타테 마을은 분단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야마자키 이사는 "핵 재앙으로 인해 핵발전 단가가 결코 싸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며" 기존 1kWh당 5.5엔에서 사고처리비용(약 40조 엔 예상)과 폐쇄비용 등을 감안하면, 8.9엔에서 많게도 11엔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 정부는 지난해 여름철 전력이 피크시에 9.2% 부족할 것으로 시산했는데, 재생에너지 759만kW(핵발전소 7개분)을 계산에 넣지 않았고 일부 화력발전소 정기검사로 인한 가동정지 기간을 8월로 설정해 누락시키는 등 시산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제대로 시산하면, 최대 6% 여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일본의 모든 핵발전소가 정지됐다. 그러나 7월 들어 핵발전소가 재가동되고 있다. 이에 일본 시민들은 매주 금요일 수상 관저 앞에서 반핵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수백 명으로 시작된 집회는 이제 2만 명이 넘는 규모로 확대되었다. 7월 16일에는 '안녕 핵발전소 10만 명 집회'가 열렸다. 실제로는 약 17만 명이 모였다.

일본 국민 80%, '핵발전 0%' 시나리오 선택

일본 정부는 2030년의 핵발전소 의존율에 대해 0%, 15%, 20~25%의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올해 가을 국민의 의사를 물어 결정할 예정이지만 경제계의 반발로 연말로 미뤄질 수도 있다.

일본의 시민단체는 시나리오에 대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 핵발전소 의존율을 제로로 할 시기를 밝히지 않았다. 둘째, 전력부분의 에너지 절약 가능성이 10% 정도로 억제되어 있다. 셋째, 0%의 경우 지구온난화 대책을 진행할 수 없고 재생가능에너지로 인한 부담이 늘어나는 등 부정적 인상을 주려고 한다. 넷째, 핵연료 사이클과 재처리의 여지를 남겼다. 정부는 사실상 핵발전소를 유지하는 15% 시나리오로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의 80% 이상이 핵발전소 0% 시나리오를 지지하고 있다.

중국에선 반핵활동 어려워

핵발전 정책에 대해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는 중국의 경우는 어떨까. 중국의 조우중 그린 카멜벨 대표는 "중국은 정보 통제가 심해 시민들이 핵발전 정책을 알고 이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중국 시민단체는 지역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조우중 대표는 "중국 중북부 지역에 위치한 간쑤성은 중국에서 2번째로 핵이 많은 성이지만 중국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며 "식수(물) 부족 지역인 이곳에 우라늄 광산이 있어 우라늄 채굴에 의한 환경과 물 오염을 겪고 있지만. 규제와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간쑤성에 위치한 란저우시에는 핵 연구와 교육기관이 있지만, 주민들은 방사능과 핵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륙에 건설될 핵발전소도 문제!

6일 히로시마에서는 원수폭 집회가 진행됐다.
 6일 히로시마에서는 원수폭 집회가 진행됐다.
ⓒ 권승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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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는 "특히 중국 내륙에 건설될 핵발전소가 문제인데, 연료봉을 냉각하기 위해 내륙의 강물을 사용해야 한다"며 "이때 주변 지역은 물론 강 하류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중국의 핵산업계는 "미국 기술을 도입해서 안전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핵무기 개발을 해온 국가인데 핵발전은 늦게 이뤄진 이유는 무엇일까. 조 대표는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공장 가동과 수요가 늘고 90년대 이후 동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에너지 및 자원이 부족해지자 핵발전을 선택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은 앞으로 핵발전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석탄 화력발전의 비중을 줄여야 하고, 수력발전에 대한 반대는 역사나 규모 면에서 큰 저항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떤 에너지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 2010년 말 중국의 에너지 구조는 화력(73.4%), 수력(22.2%), 풍력(3.2%), 핵발전(1.1%)으로 구성돼 있다. 조 대표는 "먼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전력을 소형화, 커뮤니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서북부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중국 서북부는 가뭄 등 생태환경이 취약해 일반 주택의 지붕은 빗물을 모을 수 있는 구조로 돼 있고 빗물을 탱크로 모아 사용한다. 소규모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하고, 해바라기를 재배해 씨는 식용으로 짚은 양의 먹이나 바이오가스를 만드는 데에 사용한다.

'동아시아 에너지 청년 워크숍 2012'는 6일 히로시마 원수폭 집회 및 대회 참가, 7일 일본에서 30여 년 동안 반핵운동이 진행 중인 '이와이시마'를 현지 탐방하는 일정으로 마무리되었다.

한국과 중국, 일본 3개국이 에너지 협력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에 따라 동아시아 에너지 안보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국가 단위에서의 협력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한중일 탈핵 청년들의 모임이 작지만 큰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다. 핵 없는 동아시아를 향한 첫걸음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태그:#동아시아, #탈핵, #청년,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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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에서 탈핵과 에너지전환, 기후정의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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