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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탱이라고 부르는 말벌집. 이 벌에 쏘였을 경우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왕탱이라고 부르는 말벌집. 이 벌에 쏘였을 경우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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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벌에 쏘였어!"
"그래? 올겨울에는 감기에 안 걸리겠구나."

어렸을 때 '왕탱이'라고 하는 커다란 말벌에 두 방을 쏘였다. 바위 뒤에 숨어서 말벌집에 돌은 던진 게 화근이었다. 벌집을 향해 돌을 던지고 말벌들이 나오면 바위 뒤에 숨고 또 던지고를 반복하는 게 재미있었다. 다섯 번째 돌을 던지기 위해 바위 뒤에서 고개를 내미는 순간 커다란 말벌 두 마리가 내 머리를 쏜 거다. 아마 돌을 던지고 몰래 숨는 내 꼼수를 이 녀석들이 간파를 한 듯싶다.

그런데 더 황당한 건 어머니의 반응이다. 벌에 두 방 쏘인 게 뭔 대수냐는 말씀. 위로라고 하신 말씀이 감기에 안 걸리겠단다.

옛날 강원도 화천 산골에 사는 아이들이 벌에 쏘이는 건 다반사였다. '땡삐', '말벌', '토종벌', '땅벌', '왕탱이' 등 참 다양한 벌에 쏘였다. 그런데도 병원에 가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심하다 싶으면 어머니가 된장을 발라주시는 정도가 최고의 처방이었다. 특히 산소 벌초를 하는 날이면 벌에 쏘이는 정도가 더 심했다.

벌이 세 진건가? 우리의 체질이 바뀐건가?

요즘 벌에 쏘여 사망했다는 뉴스가 자주 등장한다. 오랜 가뭄과 더위로 벌들이 더 기승을 부리는 듯 하다.

옛날 어느 산골 노인은 땅벌 집을 건드려 한꺼번에 20방을 쏘였다. 그런데도 아무 이상 없이 100살을 넘게 사셨다고 들었다. 그런데 왜 요즘 사람들은 벌에 대한 면역력을 잃었을까.

옛날보다 벌이 더 강해졌다고는 볼 수는 없고, 요즘 사람들의 체질 변화는 말할 수 있겠다. 과거 산골아이들의 간식으로는 찔레, 시겅, 오가피순 등의 식물의 줄기를 비롯해 산딸기, 오디, 돌배, 팥배, 머루, 다래 등의 열매도 모자라 잔대뿌리, 더덕 등 풀뿌리가 주된 간식이었다. 그러다보니 시골사람들의 체질은 자연에 가까웠다. 결과는 벌에 쏘이거나 등애 또는 모기에 물려도 자연의 일부처럼 체질이 순응했다.

같은 벌에 쏘였을 때 증세 또한 도시사람들과 산골사람들은 확연히 다르다. 산골사람들은 약간 부풀다 그치는데 반해 도시사람들은 체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현기증을 느낀다거나 심각할 정도로 붓기도 해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뭇가지 또는 바위틈에 조그맣게 집을 짓고 군집을 이루는 '땡삐'가 있고, 수박만한 크기의 둥그런 바가지 모양으로 바위나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형태의 집을 짓는 '왕탱이(말벌)', 땅속에 집을 짓고 군집을 이루고 사는 '땅벌'. 까만색을 지니고 동그란 몸집으로 땅속에 홀로 사는 '호박벌', 나무통 속에 집을 짓고 사는 '토종벌' 등 벌의 종류도 다양하다.

이중에서 가장 무서운 벌이 '땅벌'이다. 숲속을 거닐다 땅벌 집을 밟기라도 하는 날이면 수많은 벌떼가 연기처럼 피어올라 일제히 공격을 퍼 붓는다. 옛날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물속까지 따라 들어온다는 집요한 놈들이 바로 '땅벌'이다. 또 엄지손가락보다 큰 '왕탱이(말벌)'에 쏘이면 그 크기만큼 통증이 심하게 온다. 심지어 벌에 쏘여 그 자리에서 기절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벌에 쏘이면 그 벌은 죽는다?

무시무시한 왕탱이(말벌). 큰 녀석은 어른 엄지손가락 보다 크다.
 무시무시한 왕탱이(말벌). 큰 녀석은 어른 엄지손가락 보다 크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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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벌에 쏘이면 그 벌은 죽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잘못된 상식이다. '토종벌'이나 양봉의 경우는 어떤 대상을 향해 공격을 했을 경우 침을 박아 넣고 빼내는 능력이 없다. 따라서 침을 사용한 벌은 100% 죽게 되는데 반해, 양봉이나 토종벌을 제외한 모든 벌은 한꺼번에 여러 번 침을 사용할 수 있다. 또 그 능력 외에 사용한 침을 다시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침을 사용했더라도 결코 죽지 않는 게 특징이다.

과거 산골아이들은 산에서 간식을 얻었다.
▲ 알광 과거 산골아이들은 산에서 간식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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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사과
 꽃사과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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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청소년들은 인스턴트식품이나 햄버거, 핏자 등의 음식에 익숙해져 있다. 때문에 자연과의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 친자연적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자연에 순응하며 또 거기에 동화하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태그:#뱀, #자연, #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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