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24일 오후 5시 15분]"임기말인데도 눈치가 없다. 자기들이 권력 잡고 있을 때 맘대로 인사하겠다는 거다."국세청의 한 간부는 24일 이렇게 토로했다. 최근 내정된 국세청 1급 고위직 인사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국세청이 TK(대구·경북) 일색인데 이번에도 TK인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국세청 고위직 1급 네 자리 모두 행시출신으로 채워

▲서울 종로구 국세청 본청. ⓒ 권우성
국세청은 최근 박윤준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을 국세청 차장, 조현관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서울지방국세청장, 김덕중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을 중부지방국세청장, 김은호 국세청 기획조정관을 부산국세청장에 내정했다.
이러한 인사안은 지난 20일 행정안전부 인사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27일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 이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받아 오는 29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내정단계인 국세청 1급 고위직 인사안을 두고 이현동 현 국세청장이 지역안배를 고심했다는 평가가 많다. 박윤준 관리관(서울), 조현관 중부청장(대구), 김덕중 국장(충청), 김은호 조정관(경남)의 출신지역만 보면 그런 평가가 나올 법하다.
하지만 1급 고위직 인사안을 좀더 세밀하게 뜯어보면 이러한 지역안배는 '형식'에 불과했다. 행정고시(25회와 27회)와 특정지역(TK) 출신의 요직 독점이라는 문제점을 여전히 안고 있는 것이다.
먼저 국세청 고위직인 1급 네 자리가 모두 행정고시출신으로 채워졌다. 행정고시 25회인 조현관 중부청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행정고시 27회출신들이다. 7급·9급 공채나 8급 특채 등 비행정고시출신 직원이 95%를 차지하는 국세청 인적 구성을 무시한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0년 12월 인사에서는 1급 고위직 중 핵심인 서울국세청장에 이병국 당시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을 임명했다. 충남 보령출신인 이 서울청장은 7급 공채로 국세청에 들어와 1급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국세청의 한 직원은 "국세청 직원 2만 명 중에 비행시출신이 95%를 차지하기 때문에 그동안 1급 자리에 비행시출신을 1명 정도 배려해왔다"며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비행시출신은 완전 배제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언론에서는 이 서울청장이 후배들을 위해 용퇴를 결심했다고 전했지만, 이 서울청장은 자신이 '유일한 비행시출신 1급'이라는 상징성을 헤아려 사표 제출에 고민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이현동 청장의 경북고-영남대 직계 후배를 서울청장에 중용또한 조현관 중부청장을 서울청장에 중용한 것도 그동안 인사관행과는 크게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언급한 국세청의 한 간부는 "중부청장이 서울청장이 되는 경우는 10년 전에 딱 한 번 있었다"며 "대부분 중부청장에서 퇴직하는 게 관례"라고 말했다.
게다가 같은 행정고시 25회인 김문수 국세청 차장은 물러나는데 조현관 중부청장만 서울청장에 중용된 점도 석연치 않다. 여기에는 지연('TK')과 학연('경북고')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대구출신인 조 중부청장은 이현동 청장의 고교(경북고)-대학(영남대) 직계 후배다.
이를 두고 국세청 안에서는 "25회인 김문수 차장은 내보내면서 같은 기수인 조현관 중부청장은 청장 고교-대학 후배라서 서울청장으로 내정했다, 이것이 과연 공정한 인사인가?"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현관 중부청장의 서울청장 중용과 관련해 '외압설'까지 나오고 있다. 조 중부청장의 고교동기인 청와대의 J씨와 고교 선배인 법무부의 K씨 등 정권 실세들이 그를 서울청장으로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김명식 현 청와대 인사비서관은 이현동 청장의 경북고 동기다.
한편 현재 국세청 조사업무의 핵심부서인 본청 조사국장(임환수), 서울청 조사1국장(김영기)과 4국장(특별조사국장, 이승호)도 모두 TK출신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이 정권 말기에까지 와서도 TK인사의 전횡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현동 청장 이후 차기 청장까지 TK출신이 장악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서울청장은 100대 재벌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청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자리"라며 "국세청 조사라인도 TK출신이 장악하고 있는데 서울청장까지 무리수를 두면서 현 청장의 고교-대학 후배를 앉히는 것은 전무후무한 인사"라고 주장했다.
한편, 또다른 국세청 관계자는 "현재 국세청의 인적 구성상 1급에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TK출신이나 행시출신밖에 없었다"며 "인력운용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이현동 청장이 고민해서 마련한 인사안"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특정지역출신들에게 혜택을 주려고 한 인사도 아니고,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도 젼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