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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 25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 시민대합창 - 우리 승리하리라'에서 시민들이 '우리 승리하리라' '철망 앞에서' '그날이 오면'을 합창하고 있다.
 6월항쟁 25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 시민대합창 - 우리 승리하리라'에서 시민들이 '우리 승리하리라' '철망 앞에서' '그날이 오면'을 합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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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시민대합창'에 참여한 시민들이 6월 항쟁 25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무대를 가득 채우고 합창을 하고 있다.
 '610 시민대합창'에 참여한 시민들이 6월 항쟁 25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무대를 가득 채우고 합창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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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승리하리라!"

무대를 가득 채운 합창단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마이크는 몇 대 놓이지 못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래가 모여 광장을 가득 채우기 부족함이 없었다.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25년 전 "호헌철폐! 독재타도! 전두환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인파들이 불렀던 노래, 그리고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도 불려야 할 노래들이었다.

6월 민주화운동 25주년을 맞이한 10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가로 30미터 길이의 무대에 시민합창단 단원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그날의 노래를 다시 부르기 위해 모인 이들은 본래 계획했던 610명이 채 되지 못했지만 그 웅장함은 어느 공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합창단이 노래를 시작하자 광장에 앉아 있던 시민 2000여 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걸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이날 시민대합창단은 행사를 주최한 '6월항쟁25주년행사국민추진위원회'에서 모집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 5월 말부터 서울시립대 등에 모여 연습했고 400여 명이 이날 무대에 올랐다. 정은숙 성신여대 음대 석좌교수가 단장을 맡고 작곡가 류형선(48)씨가 지휘했다.

"국민의 힘 모아 총체적 난국 헤쳐가야"

호헌은 철폐됐고, 군부 독재는 끝났고, 전두환은 물러났지만 아직도 민주주의는 미완성이다. 언론장악과 민간인 사찰로 대표되는 독재의 그림자가 아직도 살아 있고, 시민을 학살한 독재자는 예비 장교들에게 사열을 받으며 쿠데타를 정당화한다.

이날 오전부터 하루 종일 계속된 행사는 바로 그 미완성의 목표,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 '6월 완성, 99%의 승리'를 주제로 진행됐다. 단순히 '민주화'만이 아닌 노동, 인권, 평화 등 사회 각 분야의 변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모두 함께했다.

6월항쟁 25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6월항쟁 25주년 국민행사'에서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문재인 상임고문과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 등 야당정치인과 시민들이 각자 소원을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6월항쟁 25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6월항쟁 25주년 국민행사'에서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문재인 상임고문과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 등 야당정치인과 시민들이 각자 소원을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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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한 기념행사에는 이해찬 대표, 손학규 전 대표 비롯한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강기갑 통합진보당 비상대책위원장, 심상정 의원 등 야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한 시민사회와 학계, 종교계, 문화계를 대표하는 인사들도 함께했다.

이해찬 대표는 기념사에서 "지난 25년을 돌이켜보면 얻은 것은 대통령 직선제와 국회의원 임기제뿐"이라며 "남북관계는 파탄지경이고 재벌독점은 강화되고 부자 감세로 17~18조 원을 감세해주고, 민생은 파탄이 나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4월 총선에서 실망시켜드린 점을 사과드린다. 반드시 12월엔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말했다.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6월 항쟁의 정신이 올바르게 계승되지 못한 이명박 정권 4년의 시간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다시는 이러한 후퇴가 없도록 제도와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돈을 가진 자들의 손에 자연스럽게 권력이 주어지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권력이 돈을 가진 자들만을 위해 사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참가자들은 '6월 항쟁 25주년 선언문'에서 "6월 항쟁을 통해 민주화를 이룩했지만 우리의 민주화는 정치적 민주화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화 이후 오히려 재벌체제가 더욱 심화되어 경제적 민주화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군사독재의 산물인 지역대결구조와 남북대결 역시 아직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는 민주화의 자부심에 앞서 현실의 암담함과 미래의 암울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다시 한 번 국민들의 힘으로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국 "박근혜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지는 것"

이어지는 문화공연에서는 파업투쟁 중인 국립오페라합창단과 KBS, MBC노동조합 노래패가 무대에 올랐다. 또 6월 항쟁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진보집권플랜>의 공저자인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토크가 이어졌다.

6월항쟁 25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 시민대합창 - 우리 승리하리라'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조국 서울대교수가 87년 6월 항쟁과 12월 대선을 앞둔 범진보진영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6월항쟁 25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 시민대합창 - 우리 승리하리라'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조국 서울대교수가 87년 6월 항쟁과 12월 대선을 앞둔 범진보진영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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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교수는 "6월 항쟁의 시작점이 된 박종철 열사의 죽음은 당시 저를 비롯한 젊은이들을 엄청난 부채의식 속에 살게 했다. 그것이 이 자리에 나를 있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며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마음을 놓아버리는 순간 이미 진 것이다. 분위기를 뒤집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리해고로 고통 받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돕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와 희망버스를 제안했던 송경동 시인도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22명이나 세상을 떠난 쌍용자동차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문제해결을 위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정혜신 박사는 "정리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의 고통은 돌아가신 22명뿐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겪고 있는 일"이라며 "우리가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아야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경동 시인도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해 16일 열리는 희망 걷기 대회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다.

6월항쟁 25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 시민대합창 - 우리 승리하리라'에서 정혜신 박사와 송경동 시인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등 벼랑끝으로 내몰려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6월항쟁 25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 시민대합창 - 우리 승리하리라'에서 정혜신 박사와 송경동 시인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등 벼랑끝으로 내몰려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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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 25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 시민대합창 - 우리 승리하리라'에서 투쟁중인 베스킨라빈스 하청노동자들이 노래에 맞춰 손을 흔들고 있다.
 6월항쟁 25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 시민대합창 - 우리 승리하리라'에서 투쟁중인 베스킨라빈스 하청노동자들이 노래에 맞춰 손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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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세력 재집권 막아내자"

이에 앞서 오후 2시부터는 21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가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유신 세력의 재집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이강실 상임행사위원장은 "지난 100년 동안 우리민중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고난과 고통, 피와 눈물의 세월 속에서 울어야 했다"며 "열사들과 희생자들의 고결한 결단이 있었기에 투쟁이 항쟁이 되고, 항쟁이 승리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박정희가 박근혜로 부활하면 유신이 부활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중기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명예의장은 "유신 잔당들이 되살아나 70~80년대 야만의 작폐를 다시 획책하는 흉계가 눈앞에 보이는데도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박 의장은 "내 손으로 만든 당이 자정능력을 상실해 외부의 더러운 손길에 능욕을 당하고 있음에도 어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진 투쟁결의문에서 참가자들은 "지배세력이 아무리 가혹한 탄압과 회유를 통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 할지라도 우리는 이에 굴종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도정치권에만 의존하지 말고 전체 민중의 과제를 자신과 조직이 받아 안을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6월항쟁 25주년행사 국민추진위 주최로 열린 '21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유가족을 대표해서 인사를 하고 있다.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6월항쟁 25주년행사 국민추진위 주최로 열린 '21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유가족을 대표해서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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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6월항쟁 25주년행사 국민추진위 주최로 열린 '21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고인들의 가족과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6월항쟁 25주년행사 국민추진위 주최로 열린 '21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고인들의 가족과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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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마치고 3시 45분께부터 분향 및 헌화를 시작한 참석자들은 4시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열을 재정비해 민중올레를 시작했다. 태평로 구 삼성본관까지 행진했던 참가자들은 방향을 틀어 광화문 KT 본사까지 행진을 이어나가다 한국프레스센터 근처에서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 5명이 연행되고 한국프레스센터 주차장 차단기가 파손됐다.

참가자들은 세종로 서울파이낸스빌딩 앞에서 경찰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KT 규탄 집회를 약식으로 진행했다. KT는 최근 가혹한 인사관리 시스템으로 직장을 잃거나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발생해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6월민주화운동 기념행사는 이날 전국 14개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됐으며 남은 6월 동안 각종 토론회와 전시 등이 계속될 예정이다.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가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6월항쟁 25주년행사 국민추진위 주최로 열린 '21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가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6월항쟁 25주년행사 국민추진위 주최로 열린 '21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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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6월항쟁 25주년행사 국민추진위 주최로 열린 '21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아빠 품에 안긴 어린이가 한 영정사진을 가리키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6월항쟁 25주년행사 국민추진위 주최로 열린 '21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서 아빠 품에 안긴 어린이가 한 영정사진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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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온 참가자, 마라도에서 판문점까지 걸어간 이유
미국 시민권자인 유정석(41)씨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 6년 만에 고국을 찾았다. 고국을 방문한 그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문구가 적힌 노란색 조끼를 입고 마라도에서 판문점까지 국토 종단에 나섰다. 20KG이 넘는 배낭을 들쳐 메고 행사장을 종횡무진 누비던 그를 만났다.

- 강정 마을 반대 조끼를 입은 이유가 궁금하다?
"미국에서 올 때 부터 강정마을에 가는 것이 목표였다. 강정에서 이틀을 묵으며 거기에 있는 분들께 여행 동안 조끼 입고 '위로의 인증샷'을 찍어 보내주기로 했다. 한라산에 올라가서도 찍고,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찍고, 광주 518 묘역에서 찍고, 오늘도 찍었다. 사람들을 만나면 강정 마을 이야기를 한다. 정치적 이야기를 떠나 강정마을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이야기 해주고 있다."

- 도보로 여행을 시작한 이유를 알고싶다.
"미국에 있지만 한국 뉴스를 보면 울컥할 때가 많다. 그런데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마음 만이라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걷는다. 이 땅에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발을 다쳐서 광주에서부터는 걷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 오랜만에 와 본 한국은 어떤가?
"서울은 시멘트에 발라져 버린 것 같다. 그게 이제는 서울 밖으로까지 퍼져 나가는 것 같다. 사람들이 콘크리트에 몰입되어 있는 것 같다. 구럼비도 그런 것 같다. 미국이라면 절대로 마구잡이로 개발하지 못한다."

- 610 시민대합창 행사장은 어떻게 찾아왔나?
"사실 이곳에서 행사가 있는 줄 몰랐다. 지나가다 행사가 열리는 것을 보고 참여하게 되었다. 전북 고창에서도 우연히 전봉준 생가를 발견하고 방문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여행 중 뜻깊은 일들을 자주 만나게 돼서 행운이다."


태그:#6월항쟁, #전두환, #박근혜, #민주화, #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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