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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강릉에서 신발을 하나 새로 샀어요. 계속 걸으니 신발도 못버티더군요. 그 신발은 택배로 집으로 부쳤어요. 어려운 시간을 함께 한 친구인데 그냥 버릴 순 없잖아요. 오늘 고성을 지나 내일이면 통일전망대에 들어갑니다. 애초 계획한 4개 지점 중 세 번째를 찍게 되네요. 3/5 정도는 해낸 거 같아요. 정말 꼭 성공해서 많은 분들에게 '용기'라는 선물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해남 땅끝마을에서 ⓒ 김상기
전주에서 남쪽 끝 해남 땅끝마을까지, 해남에서 동쪽 끝 포항 호미곶까지, 포항에서 북쪽 끝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고성에서 북한 땅을 마주보는 파주 임진각까지, 파주에서 태안반도를 거쳐 새만금방조제에 이르는 장장 69박 70일의 대장정. 종주 구간만 해도 55개 시군을 통과하는 총 2100km에 달한다. 걷고 걷고 또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다. 환갑의 나이에 그 머나 먼 여정을 홀로 떠난 이가 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직 혼자의 힘으로 홀로 걷고 또 걷는다. ⓒ 김상기
전북방문의 해 홍보를 자처하며 지난 달 3일 한반도 단독 종주에 나선 최영철(60)씨가 출발 한 달만인 3일 고성 통일전망대에 도착할 예정이다. 2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꿈을 꾸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완주하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첨에 도보로 전국일주에 나선다니까 다들 관광하는 걸로 아는 거예요. 분명히 말했어요. 내가 하려는 건 관광이 아니다.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 그 꿈을 이루려는 행동이다. 땅끝마을까지 갔을 때도 반신반의하더군요.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그러다 호미곶까지 진짜로 그렇게 뚜벅뚜벅 걸어가니까 그제서야 주변 사람들이 반색을 해요. 그분들도 이제는 전화를 걸어 힘내라, 꼭 성공해라, 이런 말 많이 해줍니다."

▲포항 호미곶에서 ⓒ 김상기
최씨의 복장은 누가 봐도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어깨에 '2012 전북방문의 해'라고 새겨진 견장을 착용하고, 가방에는 태극기와 경찰기, 전북방문의 해 깃발 등 3개를 꽂았고, 구간을 설명하는 지도도 부착하고 다닌다. 딱 봐도 독특하고 특이하다보니 이래저래 말을 거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최씨는 미리 준비한 명함을 한 장씩 건넨다. 떠나기 전 준비한 "전북방문의 해"라고 적힌 명함 1000장을 그렇게 뿌리고 있다.
"걷다가 사람을 만나면 쳐다보고 물어보고, 횡단보도 같은 데 서 있거나 하면 차 속에서도 물어보고 그래요. 그러면 옳거니 하면서 이런 저런 말을 해줍니다. 다들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하세요. 저도 꼭 그랬으면 좋겠고요."
최씨가 이 먼 여정을 떠난 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지난 2010년 32년간의 경찰공무원 생활을 마감한 뒤 지난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영남대로를 걸었다. 그리고 나름의 생각을 정리한 <회상, 그리고 꿈>이라는 조그만 책자를 하나 냈다. 그 책 말미에 전국 도보일주를 해보고 싶노라고 적었다. 그게 이유였다. 당시 책 속에서 한 약속이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 하찮을 수도 있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강원도 속초 동명항 영금정에서 ⓒ 김상기
"퇴직 후 나만 편하게 살자고 하면 연금도 타고 하니까 그냥 해외여행이나 다니면서 조용히 살아도 되죠. 하지만 힘들고 어렵고 포기하고 싶더라도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꿈을 꾸면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연탄 몇 장 배달하고, 목욕봉사하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어려운 분들에게 저와 같은 방법으로도 희망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때마침 올해가 전북 방문의 해니까 내가 사는 고장도 알릴 겸 해서 이렇게 떠나게 됐지요."
한편 최씨의 이번 여정은 예정대로라면 다음달 12일 새만금 방조제에서 끝난다. 그날 군산 비응항에서 출발해 방조제 반대편에 있는 부안 새만금 홍보탑에서 마무리 짓게 된다.
"제 여정에 동참하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12일 새만금에서 만나요. 그곳에서 여러분과 함께 방조제를 걸은 뒤 이번 여정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도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