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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는 사람들 문화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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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후 7시, 대한문 앞에서 '제16회 서울남부지역노동해방 열사정신 계승문화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박창수 열사 아버지와 용산 참사 유가족 등이 함께 했다.

제16회 서울남부지역노동해방 열사정신계승 문화제는 서울 남부지역 노동해방 열사 박영진(근로기준법 준수, 노동 3권 보장을 외치며 1986년 분신), 김종수(무노동 무임금 철폐, 민주노조 사수를 외치며 1989년 분신), 이종대('나의 희생을 끝으로 더 이상 부당 해고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며 1989년 분신), 양순녀(노동자가 주인 되는 통일 세상을 꿈꾸며 통일운동기행 중 1998년 운명), 허세욱(노동자·농민이 행복한 세상을 위한 반제 투사로 '한미FTA 폐기'를 외치며 2007년 분신) 열사와 쌍용자동차 22명의 죽음을 추모하는 자리였다.

김명운 추모연대 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김명운 추모연대 의장 김명운 추모연대 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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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운 추보연대 의장은 "엄혹했던 전두환 독재 정권 시절  남부지역 노동자들이 모여 축구 대회를 한 적이 있다"며 "축구를 하기 전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묵념을 하게 했다, 그 자리에서 묵념을 했던 노동자들이 87년 6월 130명이 모여 반독재 데모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은) 가리봉 오거리에서 경찰들을 쫒아내고 멋지게 데모를 했다"며 "돌아가신 노동열사 분들의 정신은 '노동자들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 사회에서 노동자를 인간으로 바꾸는 것' '노동자도 사람 대접을 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은) 노동자가 사람 대접을 받기 위해서 목숨까지 요구하는 사회"라며 "노동자를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투쟁하자, 이 세상을 인간 해방 세상으로 만들어 내자"고 강조했다.

송경동 시인은 박영진 열사상을 수상했다.
▲ 열사상패를 수상한 사람들 송경동 시인은 박영진 열사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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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진 열사상을 수상한 송경동 시인은 "22세 때 구로동에 왔고 지금도 구로동에 살고 있다"며 "구로 공단은 삶과 투쟁의 모태가 된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20여 년 동안 피를 흘리며, 짓밟히며 쫓겨 다니던 동지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며 "<삶이 보이는 창>을  만드는 일에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송 시인은 "지역에서도 노동문화의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남부노동문화제'를 만들었고, 어느덧 16년이 지나 상을 받게 되니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위안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22번째 죽음을 추모하는 자리"라며 "더 이상 노동자의 죽음이 없는 세상 만들기 위해 함께 투쟁하자, 노동열사들의 정신이 실현되는 그날까지 비켜서지 않고, 비겁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송시인은 <산자여! 따르라>라는 자신의 시를 낭송했다.

자신의 시 '산자여 따르라!'를 낭송하고 있다.
▲ 송경동 시인 자신의 시 '산자여 따르라!'를 낭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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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여! 따르라
- 먼저 가신 열사들께 드리는 시

나는 역사의 얼굴마담이 아니다
자꾸 테두리가 좋아지는 영정사진이 아니고
보상이나 바라는 천덕이 아니다
이제는 한가해진 지나간 책이 아니고
당신들의 죄를 대납하는 속죄양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구체적인 몸이다
오늘도 살아 있는 비정규직의 분노고
빈민의 밥이고 농민의 땀이다
그 바닥에서 행동으로 실천으로 죽음을 넘어 
지금도 저만치 앞서가는 미래다

4월에서 끝나지 않고
5월에서 끝나지 않고
6월에서 끝나지 않고
더 성숙한 10월로
아직 오지 않은 11월로 12월로
쉬지 않고 내달리는
나는 농민의 전위 투쟁의 전위
해방의 전위 역사의 전위다

그런 나를, 너를 가벼이 팔지 마라
타인을 핑계로 시대를 핑계로
너의 삶을 구걸하지 마라
우리가 가는 곳, 그곳은
저 기회주의자들의 비겁한 건넛방이 아니다
저 더러운 자본의 곁방이 아니다
저 제국주의자들의 불안한 안가가 아니다

우리가 오늘도 가는 곳
그것은 단 한 곳
저 평등한 대지 위에
사슬 묶인 노동들이 비로소 해방되는
자유로운 사회

그 길 위에
나 꽃도 무덤도 없이
다시 서리니
산자여! 따르라

열사문화제에 함께 한 서울대 동아리 학셍들이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 서울대 동아리 학생들 열사문화제에 함께 한 서울대 동아리 학셍들이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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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역노동해방 열사정신계승 문화제에는 서울대 희망광장에 참여했던 서울대 동아리 학생들도 함께 했다. 서울 구로동 가리봉 오거리부터 5시간 동안 행진해 대한문 앞에 도착해 문화제를 진행했다.

문화제에 참가자 일동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로 발생된 22명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치욕"이라며 "누구도 신성한 노동을 비천한 것으로 일회용 휴지로 만들 수 없다"며 아래와 같이 결의했다.

우리들은 열사정신을 올바로 계승하여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 것이다.
우리들은 열사정신을 올바로 계승하여 열사 정신으로 무장된 투쟁하는 노동자로 돈의 세상을 사람의 세상으로 만들 것이다.
우리들은 열사정신을 올바로 계승하여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원직으로 복직하고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여 살인자를 처벌하는 날까지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


태그:#열사 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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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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