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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 패 선언이 노래로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 몸짓 패 '선언'이 노래를 하고 있다. 몸짓 패 선언이 노래로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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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오후 7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쌍용차 사망 노동자 분향소 앞에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 고동민씨의 사회로 추모 문화제가 펼쳐졌다. 그는 "상복 입은 상주가 있는 분향소 앞에서 문화제를 여는 것을 시민들이 부담감으로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주고 웃음을 되찾아준 것은 시민들"라고 "자연스럽게 문화제를 이어가자"고 말했다.

노동자인 박일과 가수 박준이 함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 박일과 박준 노동자인 박일과 가수 박준이 함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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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민씨는 22번째 죽음을 접했을 때 평택 쌍용자동차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 있었다고 한다. 슬픔과 눈물을 주체할 수 없는데 찾아오는 이들마다 눈물을 보여 눈물을 보지 않는 곳으로 오고 싶었다고 한다.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차렸을 때 평택 앞에서보다 덜 슬플 것이라고 생각지만 여전히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고 웃음도 잃어버렸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느 날 한 여성분이 분향소 앞 나무에 기대어 30분 이상 울고 있었다. 분향을 하지도 않고 그 자리를 떠나지도 않더니 울음을 멈춘 후에야 진정이 된 듯 분향을 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그는 그때 깨달았다고 한다.

'아 우리만 슬픈 것이 아니구나. 쌍용차 동지들만 슬픈 것이 아니었구나. 시민들도 우리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구나.'

그렇게 느낀 순간 슬픔도 사라지고 웃을 수도 있고 밥도 잘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전했다.

몸짓패 '선언'이  말했다. "사람들이 울지 말고 웃으라고 하는 데 그것은 웃음을 강요하는 또 하나의 폭력이다. 슬프고 아픈데 어떻게 웃을 수 있는가. 아픔과 슬픔과 고통을 충분히 함께 하고 마음껏 울고 슬퍼한 다음, 그 슬픔과 아픔을 딛고 일어선 웃음이 진정한 웃음이 될 수 있다"고.

"22명의 죽음 앞에서도 세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잘 돌아갑니다. 지금 이 길 에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노동자들의 죽음을 멈추는 길은 아무 일 없는 듯 돌아가는 세상을 멈춰 세우는 것입니다. 그것이 파업이든 투쟁이든 미쳐 돌아가는 세상을 단단하게 멈춰세울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한기연(한국기독교연대)에서 활동한다는 이정한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친구들이 찾아왔다. 말을 안 해도 친구들이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됐다"며 "그런 마음으로 분향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돼주면 좋겟다. 많이 오셔서 힘을 주고 웃으면서 끝까지 투쟁하자"고 말했다.

사노련(사회주의노동자연합)의 장희경씨는 "2009년 뜨거웠던 그 여름이 생각난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뜨거운 여름에 강고하게 옥쇄파업을 했고 경찰들은 토끼몰이 하듯 진압을 했다. 밖에서 발을 구르던 사람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 만일 금속노조, 민주노총, 전국의 노동자들이 연대했더라면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측은 협의 내용을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다. 사람이 죽었는데 분향소 설치도 못하게 했다. 답은 하나다. 투쟁, 끈질긴 투쟁과 강고한 사회적 연대가 답이다. 이제 스스로 나서서 거리에서 투쟁의 정당성을 인식시키는데 온 힘을 기울여라. 시민들의 연대의 힘으로  공적 단체인 금속노조, 민주노총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냉동고를 열어라라는 시를 낭독한 송경동 시인
▲ 송경동 시인 이 냉동고를 열어라라는 시를 낭독한 송경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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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시인 송경동씨는 "<이 냉동고를 열어라>라는 자신의 시를 낭독하기 전 경찰이 시 낭송을 방해하고 마이크 선을 끊어버리기도 해서 그 시를 한 번 낭독하고 나면 다음 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송 시인은 "시를 통해, 우리의 주리 틀리고 얼어버린 양심과 상식을 되살리고 까맣게 타버린 민주주의를 되살리자"고 외쳤다.

이 냉동고를 열어라
송경동

그렇게 6명이 죽고도
이 사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소수의 시민들이 차벽과 연행에 맞서
양심의 촛불을 들고
추운 겨울부터 더운 초여름까지
어둔 거리에서 쫓기며 항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들 역시 수배되거나, 체포되거나, 소환당했다
용산참사를 말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었다
용산참사를 추모하는 것조차 금지당했다
유가족들이 다시 경찰에 밟히고 희롱당했다

하루 이틀 날짜가 쌓여 넉달이 되었다
하, 유가족들의 피눈물이 넉달이 되었다
하, 이웃들의 원통에 찬 한숨이 넉달이 되었다
하, 죽어서도 무슨 죄를 그리 지어
저 하늘로 돌아가지 못한 날이 넉달이 되었다

민주주의 사회라고 한다
민주주의가 용산에서 아직도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데
열린 사회라고 한다
억울한 죽음들이 넉달째 차가운 냉동고에 감금당해 있는데
살만한 사회라고 한다 

고동민씨는 "처음 분향소 설치하는데 2명이 구급대에 실려갔다. 천막 치는데 3명이 다쳐 실려가야 했다. 그런데도 분향소를 지켜내는 것은 시민들의 연대가 있기 때문이다.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함께 방법을 찾아가자"고 말하며 힘찬 박수와 구호로 문화제를 마무리했다.

각 시민사회 대표와 사회원로  80여 명이 '쌍용자동차 사회적 타살'을 구탄하는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 기자 회견 중인 시민사회와 재야 원로인들 각 시민사회 대표와 사회원로 80여 명이 '쌍용자동차 사회적 타살'을 구탄하는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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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법조, 언론, 학계, 문화 분야와 재야 원로 등 100여 명이 발기인이 되어 '범국민 추모연대'를 구성했다. 범국민 추모연대는 4월 21일 평택 쌍용자동차 앞에서 열릴 예정인 '범국민 추모대회'를 앞두고 전국의 지하철 역과 터미널에 분향소를 차리고 연대를 넓혀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5월 18일까지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는 지속됩니다.



태그:#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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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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