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무대 한가운데 천천히 조명이 켜지면서 전자 바이올린과 기타가 모습을 드러낸다. 연주 소리가 커지자 함성과 박수도 커진다. 그리고 무대로 뛰어 나오는 한 사람.

"로큰롤 베이비(Rock`n Roll, Baby)∼!"

윤도현이다. 이제 무대는 완전히 환해지고 작은 스튜디오에 빼곡하게 모인 관객들은 '정신 줄 놓은 듯' 열광한다. 매주 한 번 서울 상암동 씨제이 이엔앰(CJ E&M) 공개홀에서 <윤도현의 Must>(아래 '머스트')가 시작할 때의 모습이다.

 윤도현의 MUST 공식 SNS 메인 화면

윤도현의 MUST 공식 SNS 메인 화면 ⓒ Mnet


실수도 웃음으로 승화, 객석에도 성큼성큼

한국방송(KBS)에서 <윤도현의 러브레터>로 진행자(MC)의 위상을 확실히 다지고, 문화방송(MBC)에서 <나는 가수다>로 '이름값'을 올린 윤도현이 엠넷에서 다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시작한 <머스트>. 방송가에선 'MC 윤도현의 음악프로는 MC 유재석의 예능프로와 같은 격'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음악팬들에게 친숙하고 믿음직하다. 그의 진행은 격의 없고 털털하다. 가끔씩 저지르는 실수도 특유의 재기와 솔직함으로 만회한다.

"아이구, 제가 (가수)소개를 안 하고 내려갔군요...다시 소개하면 더 많이 환호해 주세요!"

방청석은 기꺼이 뜨거운 함성으로 화답한다. 윤도현은 오도카니 무대에 머물지 않는다. 객석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한 자리 차지하고 앉은 다음 관객에게 천연덕스럽게 말을 건다. 그런 적극성은 방청객들과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단박에 좁혀 버린다.

3년 전 <러브레터>를 할 때나 지금이나 그의 음악적 열정과 친화력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이렇게 격의 없는 MC 덕에 출연자들도 편안한 모습이다. 락, 발라드, 댄스, 뮤지컬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하는 가수들, 그리고 노래를 좋아하는 배우들이 스스럼없이 무대에 오른다.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윤도현의 MUST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윤도현의 MUST ⓒ Mnet


트위터 등으로 팬과 실시간 대화

지난 달 31일 밤 12시 무렵 시작된 13회에서는 엠넷 <슈퍼스타케이(K)3>의 준우승팀인 '버스커버스커'가 출연했다. 신곡 발표와 동시에 각종 음악차트를 '올킬', 즉 싹쓸이한 이 신인 그룹은 <머스트>에서 정규1집 노래들을 연주했다.

이날 <머스트>는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팬들이 이들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묻고 그 자리에서 바로 전달했다. "버스커버스커 연금술사가 되어라. 버스커 만의 아름다운 음악으로 바꾸어낼 수 있는 연금술을 가진 뮤지션....(미투)" 등 반응이 소개됐다.

이런 SNS 소통을 보면서 안방의 시청자들도 무대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머스트>는 방청을 위한 사연 신청도 게시판 글쓰기가 아닌 SNS 댓글로 간단히 처리한다. 대중이 보다 쉽고 편하게 접근하도록 최신기술을 재빨리 활용하는 자세가 하나의 '성공 코드'로 읽힌다.

 관객은 스탠딩석에서 출연자와 소통할 수 있다

관객은 스탠딩석에서 출연자와 소통할 수 있다 ⓒ Mnet


독특한 무대 배치 역시 시청자에게 더 가까이

<머스트>는 무대 배치도 독특하다. 초대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곳은 무대 중앙의 사각형 공간이고, 거기서 뻗어 나온 또 다른 무대에서 밴드가 연주한다. 그 사이에는 관객들이 '스탠딩'으로 빈틈없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출연자들은 두 개의 무대를 종횡무진 오가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중앙무대에서 펼쳐지는 토크는 관객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부담스럽게 보일 정도. 하지만 무대를 에워싼 사람들의 생생한 표정과 환호하는 몸짓들이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되고 있다. 이 독특한 세트 디자인이 관객과 시청자를 더 몰입하게 만든다.

음악프로그램의 MC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다고들 한다. KBS의 간판 음악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유희열이 프로그램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윤도현과 유희열은 둘 다 직접 곡을 만들고 부르는 '싱어송 라이터'고, 라디오 진행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윤도현이 음악에 대한 열정과 솔직함으로 승부한다면, 유희열은 은은한 감성과 특유의 재기를 자랑한다. <머스트>는 여기에 SNS와 '선곡을 위한 리서치'라는 새로운 소통방식을 개척하면서 뚜렷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음악계의 '국민 MC' 윤도현(오른쪽)

음악계의 '국민 MC' 윤도현(오른쪽) ⓒ Mnet


<머스트>가 남다른 매력 유지하려면

버스커버스커가 '벚꽃 엔딩' 등 인기 수직상승 중인 신곡들을 불렀던 이날 <머스트>의 시청률은 전편 0.209%보다 조금 오른 0.236%를 기록했다. 케이블 채널이라는 한계에, 자정 무렵 시작한다는 약점이 있음에도 꾸준히 0.2%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고정 시청층이 형성돼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머스트>는 앞으로도 계속 약진할 수 있을까? 이 프로그램이 차별적인 매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시작할 때의 약속을 지키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당초 <머스트>는 매주 갤럽과 네이버를 통해 대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주제별로 대중이 직접 선정한 노래로 스페셜 무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프로포즈 할 때 좋은 곡', '슬플 때 듣는 곡' 등을 선정해 가수, 배우 등 다양한 출연진이 소화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2회분에서는 새 음반을 발표한 가수들 위주로 출연진을 구성해 여타 음악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국민 리서치'라는 독창적 기획이 사라져 버린 셈이다. 인기 가수들의 신곡이 시청자들을 잠시 즐겁게 할 수 있겠지만, 초심을 잃은 기획은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

꼭' '반드시'의 뜻을 가진 <머스트>답게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전활거네'를 부르는 버스커버스커

'전활거네'를 부르는 버스커버스커 ⓒ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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