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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가 64일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 현관 앞에서 MBC 아나운서와 기자들이 상복을 의미하는 검은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프리랜서 앵커와 계약직 기자 채용 등 사측의 비정상적인 조치를 규탄하며 김재철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MBC노조가 64일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 현관 앞에서 MBC 아나운서와 기자들이 상복을 의미하는 검은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프리랜서 앵커와 계약직 기자 채용 등 사측의 비정상적인 조치를 규탄하며 김재철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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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가 64일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 현관 앞에서 열린 프리랜서 아나운서 채용 규탄 기자회견에서 문지애, 손정은, 나경은 아나운서를 비롯한 동료 아나운서와 기자들이 상복을 의미하는 검은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해 프리랜서 앵커와 계약직 기자 채용 등 사측의 비정상적인 조치를 규탄하며 김재철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MBC노조가 64일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 현관 앞에서 열린 프리랜서 아나운서 채용 규탄 기자회견에서 문지애, 손정은, 나경은 아나운서를 비롯한 동료 아나운서와 기자들이 상복을 의미하는 검은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해 프리랜서 앵커와 계약직 기자 채용 등 사측의 비정상적인 조치를 규탄하며 김재철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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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아나운서와 기자들이 검은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2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MBC '프리랜서 앵커 채용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과정에서 MBC가 기자회견을 취재하려는 외부 취재진을 막기 위해 인력을 배치하고 문을 닫아걸었고, 이 때문에 취재진들이 노조가 마련한 사다리를 타고 담을 넘느라 기자회견이 지연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결국 시작된 기자회견 자리에는 MBC 아나운서들과 기자 30여 명, 그리고 MBC 노동조합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프리랜서 아나운서 채용과 전문기자 채용을 두고 "기자와 아나운서는 단순히 누군가가 말하는 것, 정부가 발표하는 것을 받아 쓰고 읽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사측의 비정상적인 채용행태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MBC는 지난 2월부터 '전문기자제'를 확대한다는 명분하에 1년 계약직 경력기자 4인을 채용하고, 이어 프리랜서 앵커 5명을 채용하는 등 파업으로 빠진 인력을 보충해 왔다.

이들은 먼저 시청자에게 파업으로 방송 파행이 빚어지는 점에 대해 사과한다는 뜻을 전했다. 마이크를 잡은 김범도 아나운서(MBC 아나운서협회장)는 "시청자에게 큰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라며 "이번 파업이 너무 죄송하고 힘들고 괴롭지만 시청자들의 생각을 더 입체적으로 비출 수 있는 MBC로 성장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 프리랜서 앵커 및 계약직 기자 채용이 '공정방송'에 미칠 영향을 지적했다. 박성호 기자(MBC 기자회장)는 "그동안 MBC에서 앵커라는 자리에 사람을 앉힐 때에는 고도로 훈련된, 검증된 이들을 까다롭게 선발해왔다"며 "그러나 하루아침에 갑자기 아무런 검증이나 훈련 없는 외부 인력을 데려와 앵커석에 앉히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문기자제는 허울 좋은 명분... 기자들 빈자리를 급하게 메운 것에 불과"

MBC 아나운서와 기자들이 프리랜서 아나운서 채용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인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 정문 앞에서 사측이 출입문을 막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자, 노조원들이 사다리를 동원해 취재기자들의 출입을 돕고 있다.
 MBC 아나운서와 기자들이 프리랜서 아나운서 채용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인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 정문 앞에서 사측이 출입문을 막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자, 노조원들이 사다리를 동원해 취재기자들의 출입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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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기자는 이를 두고 "의도는 뻔하다"라며 "파업분쇄용 채용"이라고 단언했다. "원천적으로 파업할 수 없는 이들을 채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박 기자는 "김재철 사장 스스로도 '앵커가 파업에 참여하는 나쁜 관행을 없애겠다'고 고백한 것처럼, (사측은) 뉴스 앵커라는 자리를 영혼이 없는 진행자, 영혼이 없는 기자·아나운서로 꾸려가겠다는 속셈을 여러 번 밝혀 왔다"고 덧붙였다.

'전문기자'라는 명목으로 채용된 이들이 사실상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수진 기자는 "지금 채용된 이들 중 '북한 전문기자'는 사실상 기자경험이 없으며, 경제전문채널에서 사회자로 수년간 일했던 사람"이라며 "'환경전문기자'로 뽑힌 사람도 서울시의 교통방송에서 일하던 사람으로, 서울시 시정뉴스를 전달하던 사람이 환경위기와 같은 환경뉴스 다룰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진 기자는 이어 "(전문기자) 채용공고를 보면 지원자격이 '만 2년 이상 근무경력기자'인데, 이 두 사람은 해당 분야에서 만 2년 이상 근무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며 "이런 점들을 살펴보면 이번 계약직 기자나 프리랜서 앵커 채용은 '뜨거운 것, 문제가 되는 것,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을 보도해선 안 된다'는 보도지침을 그대로 수행해서 사측과 데스크가 말하는 것을 받아 적고 읽기만 하는 사람을 채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역시 "이들이 하는 보도가 심층보도나 전문성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며 "3월 14일 <뉴스데스크>에 나간 한미FTA 발효 기사는 일방적인 찬사 일변도로 편파성 시비 대상이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기자는 "그런데 같은 날 회사 홍보자료가 밝힌 바로는, 그 리포트를 한 기자는 경제 전문기자가 아니라 북한문제 전문기자로 채용됐다"며 "전문기자제는 허울 좋은 명분일 뿐이고, 공정방송을 수호하겠다며 현장을 떠난 기자들의 빈자리를 급하게 메운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명백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날 기자회견에선 MBC의 최대주주인 방문진에 "시청자들의 생각과 뜻이 다양하게 반영되고 MBC 구성원들의 건강한 내부합의를 존중하는 방문진으로 혁신되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범도 아나운서는 "지금 방문진 이사회 선임구조는 한 마디로 'MBC 사장이 되고 싶다면 어서 빨리 권력에 줄을 대라'라고 노골적으로 권유하고 있다"며 "여야 정치세력들은 이러한 방문진 문제를 언제나 지적하면서도 권력만 잡으면 예외 없이 권력의 나쁜 본능에 더 충실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기자회견문을 통해 "MBC를 영혼 없는 뉴스 공장으로 추락시킨 김재철은 사퇴하라"며 "수명을 다한 김재철과 경영진은 MBC의 미래에 해악이 될 이번 조치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측, 인사위원회 열고 정영하 위원장 해고 등 중징계 결정

프리랜서 아나운서 채용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현정, 김정근 아나운서를 비롯한 아나운서들이 상복을 의미하는 검은 정장 차림으로 김재철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 채용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현정, 김정근 아나운서를 비롯한 아나운서들이 상복을 의미하는 검은 정장 차림으로 김재철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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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들이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을때, MBC 내부에선 인사위원회가 열렸다. 그 결과 정영하 위원장과 강지웅 사무처장에 대한 해고가 확정됐다. 또한, 장재훈 노조 정책교섭국장에게도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또 보직 사퇴후, 노조 파업에 동참한 부장급 간부 인사들도 중징계를 받았다. 구자중 전 광고국 부국장에게는 '정직 3개월', 홍혁기 전 서울경인지사 제작사업부장·이선태 전 편성국 편성콘텐츠부장·허태정 전 시사교양국 시사교양4부장에게는 '정직 2개월'이 결정됐다.

다만 MBC는 박준우 기자에 대해서는 '징계 보류' 처분을 내렸다. 박 기자는 트위터에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적었다는 이유와 사내 게시판에 문철우 전 보도국장·이진숙 홍보국장에 대한 기자회 제명을 제안했다는 이유로 이날 인사위원회에 회부됐었다. 김재철 사장은 이들에 대한 인사위원회의 결정사항을 오후 7시께 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늦은 오후 성명을 내고 "51년 MBC 역사상 초유의 일이 김재철 체재 하의 MBC에서 발생했다"라며 "대량 해고사태는 결국 김재철 스스로의 목을 옭아맬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또 "3페이지에 걸친 특보까지 내놓으며 당장 해고라도 시킬 것 마냥 협박하던 박 기자에게는 왜 징계를 내리지 못했나"라며 "결국 어떠한 논리도, 법적 근거도 없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만 해놓고 결론을 낼 수 없어 우둔한 머리만 맞대고 앉았을 사측의 궁색함에 측은함까지 느껴진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기자 역시 노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내외에서 회사의 조치에 비판이 쏟아지고 숱한 법적·도덕적 쟁점들이 제기되자 당초 방침을 바꿔 징계를 보류한 거라면 김재철 사장 체제는 공영방송 MBC를 이끌 자격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만천하에 스스로 입증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해고된 MBC 구성원은 모두 6명으로 늘었다. 지난 2010년 김재철 사장 취임 직후 39일 총파업을 벌였던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과 진주·창원 MBC 통합에 반대해온 정대균 전 진주MBC 노조위원장이 각각 해고됐다. 올해 들어선 기자회의 제작 거부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박성호 기자회장이, 이어 노조 집행부인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이 해고 처분을 받았다.


태그:#MBC 블랙시위, #문화산성, #MBC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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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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