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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는 이는 흥미로웠지만, 당사자들은 피가 말랐을 것이다. 아슬아슬한 승부였다. 개표 초반, 민주당 이종걸 후보가 한나라당 정용대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계속 밀렸다.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던 이 후보를 막판에 구한 것은 부재자 투표였다. 

부재자 투표에서 이 후보는 1827표를 얻어 1203표를 얻은 정 후보를 전체 득표에서 290표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눌렀다. 부재자 투표 개표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이 후보는 정 후보에게 약 300표 뒤지고 있었다.

개표가 진행되는 내내 이종걸 후보측 참관인들 표정은 심각하다 못해 일그러지기까지 했다. 정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계속 밀리다가 한때는 약 1000표 정도 뒤졌기 때문이다. 반면 정용대 후보측 참관인들 얼굴엔 기대감이 가득했다. 

이종걸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당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 후보 측 참관인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종걸 후보측 참관인들은 표정 관리에 들어가는 모습이 역력했다.

당선 직후, 이종걸 후보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던 저를 구해주셨습니다. 만안구민을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가슴졸임이 떨리는 목소리에서 그대로 전해졌다. 간혹 흐느끼는지 말을 멈추기도 했다.

지난 2008년 4월 9일 18대 총선 안양 만안구 개표장 모습을 스케치해 보았다. 이때가 두 번째 대결이었다. 이종걸과 정용대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때도 맞대결을 펼쳤다. 그때도 이종걸 후보가 승리했다. 1만6324표 차이였다.

이 두 사람이 이번에도 안양 만안구에서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치열한 공천경쟁을 뚫고 4.11총선 후보로 결정됐다. 두 사람은 57년생, 동갑이다.

여의도행 티켓은 단 한 장뿐이다. 두 사람은 이 한 장의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진검 승부를 벌여야 할 운명이다. 어떤 각오, 어떤 작전으로 전투에 임하는지 지난 16일, 두 사람에게 들었다.

이종걸 "이번에도 멋진 승부가..."

이종걸 민주통합당 후보.
 이종걸 민주통합당 후보.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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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9시께, 이종걸 후보 사무실을 찾았다. 마침 모 지역 방송국에서 이종걸 후보를 인터뷰 하고 있었다. 방송국 기자와 익히 아는 터라 잘됐다 싶어 "함께 취재해도 되겠냐?"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엉겁결에 공동 인터뷰를 하게 됐다. 카메라가 앞에 있어서 그런지 이종걸 후보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출마의 변을 말해 달라.
"요즘 살기 어렵다고 한다. 1% 재벌이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것 같다. 빈부 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만안구 돌아다니며 많이 느꼈다. 경제 민주화 안 된 탓이다. 경제 민주화를 위해 새로운 불길, 새로운 바람을 밀어넣는 밀알같은 정치인이 되겠다."

- 대표 공약 2가지만 말해 달라.
"젊은이들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 일할 곳이 없다. 부의 집중이 발생시킨 결과다. 이 문제는 노년층도 마찬가지다. 우선 양극화 때문에 없어진 일자리 많이 만들겠다. 그리고 만안구에 낙후된 지역이 많아, 재개발 등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현재 경제 상황으로 볼 때 실현 가능성이 없다. 주민이 원하는 방식, 주민참여형 도시 재생을 하겠다."

- 요즘 선거판 달라졌다는 말이 많다. 본인도 느끼는지.
"젊은이들 정치 참여가 높아졌다. 좋은 일이다. 한편으로는 사는 게 어렵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한마디로 정치에 바라는 게 많다. 젊은 정치 꽃피우는데 일조 하겠다.

- 정용대 후보와 세 번째 맞대결이다. 정 후보 어떻게 생각하나.
"거대 정당 새누리당 경선을 세 번씩이나 통과한 후보다. 내가 모르는 어떤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이번에도 멋진 승부가 펼쳐질 것 같다. 새누리당은 시대정신을 잃은 당이다. 시대정신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신뢰를 주면서 승부에 임하겠다."

정용대 "지난 선거 290표로 '패'... 최선 다할 터"

정용대 새누리당 후보.
 정용대 새누리당 후보.
ⓒ 정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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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대 후보와는 대면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선거본부측과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 출마의 변은?
"녹색 미래도시, 살고싶은 도시' 만안을만들겠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서 역동적이고 풍요로운 '행복도시 만안'을 만들고자 한다.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한다."

- 어떤 각오로 이번 대결에 임하나.
"지난 선거에서 290표 차이로 패했다. 지역에서는 이기고, 부재자 투표에서 져서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는 점에서 선전했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만안구민의 지지를 받아 구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 "

- 이종걸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종걸 후보와 3번째 경쟁이다. 이종걸 후보는 나름대로 경쟁력 있는 후보라고 생각한다. 실타래처럼 산재해 있는 만안구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열정을 갖고 일을 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 핵심 공약 2가지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를 창출해 지식기반형 자립도시를 만들어, 청년 실업을 해소하겠다. 그리고 어르신에 대한 '섬김복지'와 소외계층을 위한 '자립형 복지'를 추진하여 선진복지 국가형 '복지시범도시 만안'을 만들겠다."

야권연대 성사된 이종걸 vs '신선한' 정용대... 누가 유리?

지난 선거 결과만 봐도 이번에도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듯하다. 그렇다면 현재 누가 유리한 상황일까? 

선거 구도는 현재 이종걸 후보에게 다소 유리해 보인다. 무엇보다 야권연대 성공이 크다. 안양 만안은 통합진보당 '용퇴' 지역이다. 통합진보당 유현목 후보는 '용퇴' 기자회견 에서 "진정한 야권연대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은 복잡하다. 공천에서 탈락한 새 누리당 노충호 예비후보가 지난 13일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보도자료도 냈으니, '허언'은 아닌 듯하다.  

선거에서 구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도가 승패를 결정한다는 게 선거운동 ABC다. 덩어리 표가 움직이는 방향을 결정하는 게 '구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종걸 후보가 전적으로 유리한 걸까?

그렇지는 않다. 이종걸 후보의 4선 고지는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12년 동안 국회의원 했다는 게 유리한 점도 있지만 불리하게 작용 할 소지도 많다.

일단 상대 후보가 공격 할 거리가 많다. 이를테면 '책임론'이다. "그동안 한 게 무엇이냐?"고 공격 할 수도 있고, 그동안 지역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나쁜 일에 모두 책임지라고 할 수도 있다.

또 "지루하다"는 공세도 감내해야 한다. 이를테면 "지루하니 갈아보자" 같은 구호다. 이런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 내지 못하면 4선 고지에 깃발을 못 꽂을 수도 있다. 

이런 여러 정황을 근거로 미루어 볼 때 안양 만안 지역은 분명 '격전지'다. 오는 4월 11일, 여의도행 티켓을 누가 거머쥐게 될까. 57년 동갑내기가 벌이는 한판 승부가 흥미진진하다.

덧붙이는 글 | 이민선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안양만안, #이종걸, #정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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