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 제목에 빗대어 말하자면, 이 책은 '김학민의 술 문화답사기'이다. 그러나 김학민은 이 책에서 단순히 술에 대한 '사통오달'만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는 술이라는 인류 최고의 논쟁의 음식을 매개로 동서를 넘나들고 고금을 오르내리는 '고담준론'을 펴 나간다.' 전 문화재청장이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인 유흥준교수가 극찬한 책의 이야기다.
'술과 안주, 술집, 술꾼, 그리고 동서고금의 재미있게 설파하던 그의 머릿속 '술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으로 풀려나왔다. 먼저 나온 그의 음식 칼럼집 '맛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다'에서 이미 필력을 보여준 바 있지만, 이 책도 처음부터 끝까지 김학민의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드러내 준다.' 신경림 시인의 책에 대한 소개 글이다.
도대체 어떤 책이 길래도대체 어떤 책일까? 우선 두 분의 문호가 이리 극찬을 할 정도의 책이라는 것에 눈이 번쩍 뜨인다.
'술은 양은 제한하지 않았으나 취해서 난잡하게 되는 일이 없으셨다" <논어> '향당'편에 나오는 공자님의 음주자세다. 공자님과 김학민 선생님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마땅치 않지만, 술에 관해서라면 두 분이 비슷하다.' - '수렁에서 건진 내 딸'의 영화감독인 이미례 감독까지 거들고 나섰다. '음식문화학교 교장인 김학민의 술술 넘어가는 술 이야기'라고 표지 한편에 다소곳이 소개를 한 이 책의 제목은 <태초에 술이 있었네>이다. '술'하면 어떤 자리이든지 마다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 책을 그냥 머리맡에 두고 잠을 청할 수가 없다. 그저 눈이 벌겋게 충혈이 되도록 밤새 속독이라도 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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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모 술안주 이고 술주전자를 들고 신바람나게 징검다리를 건너는 주모. 2010년 3월 6일 아산외암리민속마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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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학민 형과의 인연그러나 밤새 한 번 보았다고 해서 그 책의 진가를 알 수는 없다. 김학민 형과는 오래전에 인연이 되어 술자리를 더러 함께 하기도 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일 년에 몇 번은 함께 술잔을 부딪치고는 했지만, 근자에 들어서는 내가 역마살이 심해 혼자 멀리 떨어져 나가 있었으니, 고작 일 년에 한 두 번의 만남으로 만족을 했다.
그래도 술자리에서 만큼은 재담 하나는 빠지지 않는다고 자부를 하던 나이기도 하다. 한데 어찌된 것인지 형과 한 자리에 앉기만 하면, 그 달변에 절로 혀를 내두르고는 한다. 술에 관한한 정말 달인의 경지에 올라있다는 생각이다. 거기다가 술만이 아니라 음식까지 곁들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그야말로 목젖을 짜릿하게 만들며 넘어가는 술처럼 잘 넘어간다.
형의 주변에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어느 곳이고 가리지를 않는다. 살아온 세상은 남들보다 항상 큰 자리에 있었음에도, 어떻게 그런 선술집을 드나들기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아마 그런 형의 털털한 마음 씀씀이가, 이런 좋은 책을 쓸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술자리에 가끔 동석을 하면, 승무의 기능보유자인 이애주 교수도 동석하고, 극단 아리랑의 방은미 단장도 보인다. 어디를 가나 형의 그 털털함과 끊어지지 않는 구수한 입담이 많은 사람들과 동석을 하는가 보다.
책 '태초에 술이 있었네' 책은 모두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첫번째는 '태초에 술이 있었네.'이다. 술, 신의 물방울 등, 술은 음식인가? 기호품인가 등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두번째는 '이런 술, 저런 술맛'이다. 전국의 유명한 술을 직접 맛을 보면서 그 술에 얽힌 이야기를 적은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지 석 달도 되지 않아 김대중 대통령까지 돌아가셨다. 사람과 죽음의 문턱을 숱하게 넘어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되고 노벨평화상까지 받으신 그 분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흔히 인동초에 비유한다. 연이은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황망하게 겪으면서 금화와 음화의 애잔한 전설을 오늘에 곱씹어 본다」-본문 82쪽 인동초 막걸리, 그리고 전설따라 세 대통령 세번째는 '동서남북 음주문화'를 적고 있다. 향음주례를 만나다. 맥주 맛있게 마시는 법, 막걸리여 영원하라, 술 한 잔으로 노무현과 작별, 건배를 조심해, 룸살롱으로 서민경제 활성화?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네번째는 '내가 좋아한 술집'편이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만난 술집과 그곳의 유명한 음식, 그리고 주인장들의 마음씨까지 쏠쏠하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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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강주막 예천 삼강주막. 2009년 9월 7일에 찾아간 삼강주막에 많은 사람들이 술 한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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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의 낙동강, 내성천, 금천이 만나는 수려한 경관의 세물머리에 우리나라 마지막 주막이 남아있다. 1900년 전후 세 물길이 만나는 삼강리 나루터에 세워져 소금과 쌀, 소소한 생활필수품 등을 이고지고 오가던 보부상, 장돌뱅이는 물론, 근교의 시인묵객, 서울로 향하는 나그네들의 허기와 갈증을 풀어주던 곳이다. 100년이 넘게 명맥을 유지해 오던 삼강주막은 제 2대 주모이자 '낙동강의 마지막 주모'로 불렸던 유옥연 할머니가 2005년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발길이 끊겼다가,...」- 본문 216쪽 낙동강의 마지막 주막, 삼강주막 다섯번째는 '그들이 사랑한 술집이다'. 좀 다르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즐겨 찾았다는 술집을 직접 찾아가, 그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있다. 그 책 말미에 '개 같은 세상, 작가들의 단골 개고깃집, 대교'라는 소제목을 달렸다. 저자는 이 글에서 '70~80년대 그림쟁이들의 단골집이 인사동의 부산식당이었다면, 글쟁이들의 아지트는 마포 공덕동의 대교였다'고 적고 있다.
밤새 눈이 벌겋게 되도록 책을 보았지만, 아침이 되니 머릿속이 몽롱하다. 책 한 권을 읽으면서, 너무 많은 술을 먹은 탓이다. 글을 읽으면서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느꼈으니 아직 애주가가 되려면 멀었나 보다. 그저 이 책에 대해선 한 마디만 하고 싶다.
"당신이 애주가라면 이 책을 읽어라. 당신이 술 좀 마신다고 하면 이 책을 읽어라. 당신이 술자리에서 아는 체 좀 하고 싶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라. 그러기 전에는 술에 대해 논하지 말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수원인터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초에 술이 있었네>/지은이 : 김학민/펴낸곳 : 서해문집/발행일 : 2012년 1월 10일/책 값 : 332쪽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