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 오후 6시] 조국 교수 "신자유주의 극복 유지 이어가야"
31일 오후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빈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빈소 분위기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2012년에는 김 상임고문의 뜻대로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는 데 참여하겠다는 조문객들의 다짐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지난 10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2012년을 점령하라'라는 글에서 국민의 정치 참여를 통해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는 진보정권 출범을 강조한 바 있다. 이 글이 그의 공식적인 마지막 글이라는 점에서 그의 유지로 전해지고 있다.
조문객들은 추모와 다짐의 글을 포스트잇에 써서 장례식장 한쪽에 마련된 공간에 붙였다. '2012년을 점령하라'라는 글의 마지막 문장인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 세상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라는 팻말을 중심으로, 200장 이상의 포스트잇이 벽면을 가득 메웠다. 한 포스트잇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고통 받으시던 시절, 전 아기였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야 제가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무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습니다. 제 당연한 권리 꼭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하루 지나면 올 2012년 김근태님 뜻대로 확실히 참여하겠습니다. 또 다른 조문객은 "'점령하라' 명심하고 살겠습니다"라는 다짐을 밝혔고, 또 다른 이는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한 조문객은 "MB독재 부역자들아 물러가라"라고 쓰인 팻말을 들었고, 빈소 입구에는 '민주주의, 2012년을 점령하라'라는 펼침막이 내걸렸다.
이날 오후 1시간 동안 상주석에서 조문을 받기도 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참여정부 때 김근태 상임고문은 노무현 대통령에 맞서 분양원가 공개, 한미FTA 반대를 외쳤다"며 "지금 보면 김 상임고문의 사회경제적 노선이 옳았다, 신자유주의 극복이라는 그의 유지를 남은 사람들이 받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인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김 상임고문은) 이성적인 원칙주의자였고, 행동과 이론 모두에서 질서정연했다"며 "이렇게 합리적인 자세를 가진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고인의 추모했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무성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종찬 전 국정원장,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등도 조문을 했다.
[1신 : 오후 1시]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 빈소 찾아 조문
31일 낮 12시 30분께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빈소를 찾아 헌화와 분향을 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김 상임고문의 영정 앞에서 허리를 90도로 숙여 예의를 표했다. 이후 딸 김병민씨 등 상주들과 일일이 두 손으로 악수를 나누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국회 일정을 이유로 조문 후 바로 자리를 떴다. 박 위원장은 차량에 올라타기 전 취재진에게 "(김근태 상임고문은) 깨끗하신 분이었다"며 "나라를 위해 하실 일이 많은데, 일찍 가셔서 안타깝다,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박근혜, 허리 90도로 숙여 조문... "나라 위해 하실 일 많은데"
이날 많은 한나라당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다. 정몽준 전 대표, 남경필 전 최고위원, 조동성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인명진 목사(전 윤리위원장)도 조문을 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후배이기도 한 정몽준 전 대표는 "항상 조용하고, 진지하고 큰 소리를 안 내신 분이었다"며 "(김근태 상임고문이) 대선 후보가 되면, 내가 도와주겠다고도 했다"며 고인을 기억했다.
많은 민주통합당 의원들도 조문을 했다. 김동철, 강창일, 장병완, 신학용, 이춘석, 송훈석, 안민석, 이종걸, 정범구, 김재윤, 박은수, 김효석, 문학진 의원 등이 조문했다. 오전 일찍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도 조문을 마쳤다.
김근태 상임고문 등 민주화운동 인사를 고문한 이근안씨의 존재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문학진 의원은 조문 뒤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문 의원은 "1988년 12월 <한겨레> 기자 시절, 김근태 상임고문을 만나 이근안씨에 대한 단서를 알아낸 후, 취재를 통해 이씨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렸다"며 "29일 마지막으로 병상에 누워 있는 김근태 상임고문을 보자 눈물이 쏟아졌다, 그는 말 그대로 민주주의를 위해 몸을 바친 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문한 작가 공지영씨도 눈물을 쏟았다. 공씨는 "1986년 출판사에 있을 때 김근태 상임고문의 고문 사실에 대한 보고서를 읽고, 출판사를 그만두고 공장으로 갔던 기억이 있다"며 "너무 안 좋은 때 돌아가셔서 속상하다, 조금만 버텼으면 좋은 세상 보고 가셨을 텐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30일에 이어 이날도 조문객들이 줄을 이었다. 30일 하루 동안 2만여 명이 조문을 한 가운데, 이날 오전에도 수백여 명이 조문을 했다.
눈물의 입관식... 2일 오후 명동성당서 추모문화제
앞서 오전 9시 30분께 김근태 상임고문의 입관식이 진행됐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함세웅 신부의 집전으로 거행된 입관식에서는 유족들과 천주교 신도들이 참석했다. 김 상임고문은 사망 직전인 29일 함세웅 신부에게 세례를 받은 바 있다. 40분간의 입관식 동안 부인 인재근씨는 부축을 받은 채 하염없이 흐느꼈다. 지난 10일 아버지 없는 결혼식을 한 딸 김병민씨 역시 계속해서 눈물을 쏟았다.
한편, 장례위원회 공동장례위원장에 김상근 목사, 지선 스님, 함세웅 신부와 함께 원혜영, 이용선 민주통합당 공동대표도 선임됐다. 장례위원회 유은혜 대변인은 "민주통합당에서 적극적으로 장례위원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16개 시도당에 분향소가 설치된다"고 말했다.
1월 2일 오후 5시부터 명동성당에서 추모 미사와 문화제가 열린다. 배우 권해효씨의 사회로 열리는 문화제에서는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조사를 읽는다. 이후 1월 3일 오전 8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영결식이 진행된다. 노제는 서울 청계6가 인근 전태일 동상 앞, 종로5가, 고인이 국회의원 시절 사무실로 사용했던 도봉구의 한 건물 앞에서 열리고, 오후 1시 장지인 마석 모란공원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