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소년교도소의 정홍기 교도관은 교도소 내에 설치된 악대를 관리하고 있다. < SBS 스페셜 > 제작진은 악대에 속해 있는 재소자들과 그 외의 재소자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합창단 '드림스케치'를 구성했다.

김천 소년교도소의 정홍기 교도관은 교도소 내에 설치된 악대를 관리하고 있다. < SBS 스페셜 > 제작진은 악대에 속해 있는 재소자들과 그 외의 재소자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합창단 '드림스케치'를 구성했다. ⓒ SBS


처음 < SBS 스페셜 >이 소년 수형자들의 합창단을 소재로 한다고 했을 때 걱정부터 앞섰다. 거칠게 말해, '죄 값'을 치르고 있는 소년들의 얼굴이 훤히 공개됐기 때문이다. 언젠가 사회에 다시 나가 살아갈 소년들이 "나는 범죄자였다"라고 밝히는 꼴이나 마찬가지로 보였다.

18일 방송된 성탄특집 < SBS 스페셜 > '기적의 하모니' 1부는 우리나라 유일의 소년 수형자 시설인 김천 소년교도소의 합창단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았다. 만23세 미만인 그들의 얼굴은 앳됐다. 강도 살인 방화 특수절도 등 중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라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맑고 순수했다.

소년들은 방송에 공개되는 합창단에 들어온 이유로 "집 나간 어머니도 방송을 보고 연락하지 않을까" "출소 후에도 이 영상을 보고 지금 마음을 가지고 새 출발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시청자 혹은 사회인의 기준에서 소년들에게 쉽게 지운 멍에의 무게를 정작 그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소년범의 얼굴이 공개되는 것에 앞선 우려는 '조용히 드러내지 말고 살라'며 그들을 격리시킬 준비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최정호PD "얼굴 공개? 아이들보다 내가 더 걱정했다"

 가수 이승철은 지난 8월부터 '드림스케치'의 멘토가 됐다. 이승철은 소년들이 자신으로 인해 고통받은 이들에게 쓴 편지를 한데 모아 정리한 노랫말에 멜로디를 붙여 이들이 부를 '그대에게만 드립니다'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가수 이승철은 지난 8월부터 '드림스케치'의 멘토가 됐다. 이승철은 소년들이 자신으로 인해 고통받은 이들에게 쓴 편지를 한데 모아 정리한 노랫말에 멜로디를 붙여 이들이 부를 '그대에게만 드립니다'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 SBS


'기적의 하모니' 연출을 맡은 최정호PD와 제작진은 지난 5월부터 7개월 간 소년 합창단을 밀착 취재했다. 1부가 방송된 다음날인 19일 최PD는 <오마이스타>에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이 너무 많은데 누군가를 탈락시키는 것이 아닌 다 안고 가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다"며 "그러던 중 소년 교도소 내에 '악대'라고 음악을 배우는 친구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제작배경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이들과 함께하는 오케스트라나 밴드를 꿈꿨지만, 짧은 시간 내에 숙련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합창단을 선택했다고.

제작진은 5월부터 합창단원을 모집했다. 소년들이 얼굴을 공개하도록 설득시키는 과정이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최정호PD는 "오히려 내가 모자이크를 해야 하나 걱정했지, 아이들은 쿨했다"고 답했다. 물론 얼굴 공개는 본인과 부모, 가족의 동의서까지 모두 받은 후에 진행했다. 최PD는 "카메라 앞에서 열심히 살겠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 위에 모자이크를 하면 그 순수한 마음을 가리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소년 수형자들이 노래로 표현하고 싶은 감정은 '미안함'이다. 최PD는 "중죄를 저지른 아이들이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방송의 큰 이야기 중 하나가 아이들이 실제로 피해자 가족을 만나서 용서의 편지를 전하는 건데, 그런 속죄의 마음이 기본적으로 다 있다"고 전했다. 

 지난 11월 28일 김천시문화예술회관에서 김천 소년교도소 합창단 '드림스케이'와 가수 이승철의 공연이 있었다. 이 공연은 12월 25일 방송되는 < SBS 스페셜 > '기적의 하모니' 2부에서 볼 수 있다.

지난 11월 28일 김천시문화예술회관에서 김천 소년교도소 합창단 '드림스케이'와 가수 이승철의 공연이 있었다. 이 공연은 12월 25일 방송되는 < SBS 스페셜 > '기적의 하모니' 2부에서 볼 수 있다. ⓒ SBS


노래를 못 부르거나 악보를 보지 못하는 것보다, 제작진의 걱정거리는 동기부여였다. 소년들은 금방 실증을 내거나 단원들끼리 갈등으로 싸우기도 했다. 때마침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 준 사람은 가수 이승철. 그는 8월 합창단과 만나 이들에게 "노래를 만들어 공연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최정호PD는 "연예인이 3~4번 방문만 해줘도 아이들에게는 의미부여가 되는데, 이승철씨는 매니저가 당황할 만큼 적극적으로 진정성을 보여주고, 아이들과 한 약속도 지켰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최정호PD는 "법무부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통한 교화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며 "교도소 내의 그런 사회교육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방송을 통해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2월 25일 방송 예정인 < SBS 스페셜 > '기적의 하모니' 2부에서는 합창단 '드림스케치'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이 노래는 자신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위한 용서, 혹은 언젠가 사회로 나아갈 자신에 대한 격려의 다른 말이 될 것이다. 이 노래를 들으며 우리가 가져야 하는 감정은 소년범 합창단이라는 감동적인 소재 안에서 아이들을 동정하거나 섣불리 죄를 미화시키는 낭만이 아니다. 그저 그들이 사회로 나왔을 때 얼굴을 가리거나 숨어 살 필요가 없는,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면 충분하다.

SBS스페셜 기적의 하모니 소년 수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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