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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통일운동에 몸 바쳐온 팔순의 여성 통일운동가가 힘든 여생을 보내고 있다. 박순자(82·호적명 박수분)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고문이다. 골다공증, 디스크, 신경협착증 등을 앓다가 보름째 부산 사하 오케이오(oko)병원에 입원해 있다.

지인의 소개로 7일 저녁 병실을 찾았다. 마침 손전화를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사람이 들어와도 신경을 쓰지 않고 "이리 정신이 없다, 방금 썼는데 어디 갔노"라며 침대며 서랍장을 뒤졌다. 다른 환자 보호자가 전화를 걸었더니 소리가 났다. 가방 안에 있었다.

 팔순이 넘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박순자 고문이 여러 질병을 앓으면서 보름 동안 병원에 입원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팔순이 넘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박순자 고문이 여러 질병을 앓으면서 보름 동안 병원에 입원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 윤성효

그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는 사실만 알고 찾아갔다. 그런데 병실을 금방 찾을 수 없었다. 간호사한테 물었더니 '박순자'라는 환자는 없단다. 게시판에는 '박수분'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인한테 물었더니 그 이름이 맞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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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박수분으로 되어 있느냐"고 먼저 물었더니, "호적 이름이다. 박순자는 일종의 가명인 셈이다. '연좌제'를 비롯해 하도 힘들게 하니까 가명을 썼는데, 지금은 그 이름이 더 알려져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박순자 고문은 '여전사'였다. 1954년 1월 13일 지리산 내대 다래골에서 체포됐다. 1950년 '9․28 후퇴' 때 지리산에 들어갔다가 인민군 하동군여맹 조직위원장 등을 지냈다. 입산 13년만인 1963년 11월 체포되었던 정순덕을 제외하면 그는 '마지막 여성 빨치산'이다.

그녀는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구형받았고,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가 1965년 3월 출소했다. 사회에 나왔지만 '사회안전법'으로 주거제한에다 계속 감시 대상이었다. 그러나 민주화·통일운동에 앞장섰다.

범민련 남측본부 부경연합 중앙위원․고문, 6·15공동선언실천위원회 고문, 전국여성연대 지도위원, 통일여성회 고문, 진보연대 고문 등을 지냈고, 2002년 금강산에서 열렸던 '세계여성대회'와 2004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여성대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2004년 '푸른영상'은 그녀를 다룬 다큐멘터리 <잊혀진 여전사>(감독 김진열)를 제작하기도 했다.

남편 최상원 선생, 1970년 사건 재심 거쳐 '무죄' 받아

 팔순이 넘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박순자 고문이 여러 질병을 앓으면서 보름 동안 병원에 입원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팔순이 넘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박순자 고문이 여러 질병을 앓으면서 보름 동안 병원에 입원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 윤성효
박순자 고문의 남편은 고 최상원(1932~2007) 선생이다. 이들은 '부부 통일운동가'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부산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통일운동·민주화운동 관련 집회에 가면 한때 이들 부부는 손을 꼭 잡고 참석하기도 했다.

남편은 일제강점기 때 강제 징병되어 탈주했다가 수감되었고, 1970년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되기까지 평생 다섯 차례 옥고를 치렀다. 남편은 범민련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2000년 6월 8·15범민족대회에 참석했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최상원 선생은 1970년 1월 반공법·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지난해 말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최 선생은 고문 후유증을 앓고 살다가 2007년 숨졌다.

박순자 고문은 "평생 통일운동에 몸 바쳐온 남편을 '간첩'이란 멍에를 씌운 채 보낼 수 없다"고 판단해 재심을 신청했던 것이다.

법원은 "최상원씨가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심한 고문과 협박으로 자백을 했다고 의심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힌 것이다. 박순자 고문은 "남편이 죽은 뒤 재심을 내려고 하자 주변에서 모두 안될 것이라고 말렸다. 남편은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했던 것"이라며 "고문 후유증을 앓았다"고 밝혔다.

남편이 사망했을 때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통일애국열사 최상원 선생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민족통일장(葬)'으로 장례를 치렀다. 남편의 유골은 화장해 현재 부산 기장 소재 '나무정사'에 모셔져 있다. 박순자 고문은 "통일이 되면 남편은 '열사릉'에 모셔야 한다. 그래서 유골을 절에 보관해 놓았다"고 말했다.

'동지결혼'에 통일운동 부부로 활동... 첫딸 장애 앓아

 팔순이 넘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박순자 고문이 여러 질병을 앓으면서 보름 동안 병원에 입원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팔순이 넘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박순자 고문이 여러 질병을 앓으면서 보름 동안 병원에 입원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 윤성효
'통일운동' 부부로 인연을 맺은 때는 1966년이다. '동지결혼'이었다. 박 고문은 출소 다음해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당시 남편은 상처했는데, 여섯 남매를 두고 있었다. 박씨는 결혼 이듬해 첫 아이를 낳았는데, 노산인데다 감옥생활 중 후유증으로 난산이었다. 첫딸(현 45살)은 결국 뇌성마비 1급 장애를 가졌고, 2년 뒤 둘째딸(현 43살)을 낳았다.

첫딸은 대소변이며 먹을거리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 항상 옆에 누군가 붙어 있어야 한다. 첫딸에 대해, 박순자 고문은 "결혼 직후에도 남편은 반공법이며 국가보안법으로 경찰에 붙들려가기도 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 두 달 정도 있으니 이상했다. 그때 치료를 제대로 했으면 괜찮았을지 모른다. 남편 옥바라지를 하다보니 치료시기를 놓친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딸도 산후 후유증으로 건강이 좋지 않고, 최근 실직한 상태다. 둘째딸이 낳은 아이는 '분리장애'를 겪고 있다. 남편이 돌아가시기 전 노인성 치매를 앓아 당시에도 가족 전체가 간병인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다. 박순자 고문은 둘째딸 집에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본인은 물론 두 딸과 손자까지 건강이 좋지 않다.

통일운동가 부부가 힘든 여생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은 2005년 5월 <오마이뉴스> 등을 통해 알려졌다. 당시 이들 부부의 사연이 알려진 뒤 모금운동이 벌어져 1500여만 원이 모아지기도 했다.

박 고문은 "출소한 뒤 조그마한 가게를 했는데, 처음에는 잘 됐다. 1970년 남편이 경찰에 붙들려 가고 난 뒤 주변에 '간첩 집안'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줄어들더니, 결국에는 문을 닫고 말았다"면서 "지금 와서 그때 사건이 무죄로 판명이 나니 더 억울하다"고 말했다.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에 따라 그해 9월 2일 비전향 장기수 63명이 북송되었다. 박 고문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우리 부부는 처음부터 신청하지 않았다. 장애를 앓고 있는 딸을 두고 갈 수도 없었고, 여기서도 통일운동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팔순이 넘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박순자 고문이 여러 질병을 앓으면서 보름 동안 병원에 입원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팔순이 넘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박순자 고문이 여러 질병을 앓으면서 보름 동안 병원에 입원해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 윤성효

박 고문은 요즘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지경이다. 본인뿐만 아니라 장애를 앓고 있는 딸을 비롯한 가족들의 치료·간병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민간간병인을 하루 7만 원을 내고 열흘 정도 쓰다가 부담이 되면서 끊었다. 박 고문은 "지금까지 빌려서 충당하고 있다. 모든 게 막막하다. 요즘 불면증까지 있어 신경안정제를 먹는다"면서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면서 박 고문은 "그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통일운동 등 행사가 열리면 가서 젊은 동지들을 보면 힘을 얻기도 했는데, 몸이 많이 아프면서 동지들도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순자 고문한테 바람을 물었더니 단호하게 '통일'이라고 대답했다.

"젊은 사람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미국에 기대서는 안 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있는데, 선거를 잘해야 한다. 민주진보진영이 단결해야 한다. 통일을 위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문의/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부경연맹(051-807-3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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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박순자 고문#고 최상원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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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효 (cjnews) 내방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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