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결국 파국으로 흘러갈 것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을 두고, 여당인 한나라당이 사실상 단독 강행처리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시기는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는 이번달 24일 전후가 유력하다. 만약 야당의 강력한 물리적 저지에 막힐 경우,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한미FTA 여당 단독처리에 대한 야당의 거센 반발과 함께, 예산안처리 등에서 국회의 파행적 운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농민단체를 비롯해 중소상공인연합회, 시민사회단체 등 그동안 한미 FTA를 반대해 온 단체를 중심으로 국민적 저항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사실상 단독처리쪽 방향 잡을 듯... 24일 본회의 전후 가능성 커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FTA 비준 후 재협상 제안을 거부한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가 한미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해 의원들과 함께 끝장토론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FTA 비준 후 재협상 제안을 거부한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가 한미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해 의원들과 함께 끝장토론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한나라당은 17일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한미FTA 국회처리를 두고, 밤샘 끝장토론해보자는 것이다. 회의장 분위기는 "더이상 야당과 협상은 불필요하며, 다수결 처리"라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들의 야당과 합의처리라는 원론적 수준의 언급은, 말 그대로 소수에 불과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자리에서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주저하면 대혼란이 초래된다는 고사가 있다"면서 "(한미FTA는) 국회법과 민주적 절차에 따라 처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의) 강경파 의원들이 폭력으로 저지하겠다는 위협도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16일) 재선의원들과의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국회법에 따라 FTA 처리하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단 한나라당의 국회 비준안 처리는 오는 24일이 유력하다. 이날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본회의에 앞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여야 간 대치부터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24일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으로 처리할 가능성도 나온다. 하지만 박희태 의장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상임위 통과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주말부터 내주 초에 한나라당의 외통위 처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외통위 관계자는 "한나라당에서 온건파에 속하는 일부 외통위 의원들을 교체하는 등 단독처리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 "전체회의장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변칙적으로 처리될 가능성 등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미국쪽에 '편지형식의 확인서' 타진설도... 강행처리 명분 쌓기용?

한미FTA 비준안 처리 문제로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행안위로 회의장소를 옮겨 외통위 전체회의를 진행한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김성환 외통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한미FTA 비준안 처리 문제로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행안위로 회의장소를 옮겨 외통위 전체회의를 진행한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김성환 외통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국회와 정부 주변에선 여당이 강행처리에 앞서, 최대한 야당과 협의해왔다는 모양새를 갖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에선, 민주당이 요구한 '재협상 위한 한미양국간 서면합의서'에 대해 미국 쪽에 의사를 타진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내용은 미 무역대표부 대표 이름으로, 한미 양국 정부가 한미FTA 이행을 위한 협의에 나서겠다는 것을 편지 형식으로 확인해준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사실상 이를 한미 양국간 합의서로 내세우면서, 야당인 민주당을 압박할 것이라는 것이다.

전직 통상관료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재와 같은 한미FTA 국면은 오히려 한국 쪽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ISD(투자자국가소송제)에 대해 미국 쪽에서도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만큼, 통상라인에서 미국 쪽에 이를 확인하는 형식의 레터(편지)를 요청할 수도 있다"면서 "한시라도 한미FTA 발효가 필요한 미국 입장에선 그 정도는 받아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여당과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같은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16일 "민주당의 장관급 이상 서면합의서 요구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믿지 못하고, 미국 장관은 믿는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면서 "이는 대통령에 대한 결례의 도를 넘은 모욕에 가까운 것"이라고 비난했다.

외교부 관계자 역시 "한미 양국은 이미 지난달 서비스투자위원회 설치에 합의한 바 있다"면서 "협정 발효 후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협의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야당 쪽에서 요구하고 있는 양국 장관급 서면합의서에 대해선, "이에 대해 미국 쪽과 별도로 협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FTA의 강행처리에 따른 야당과 국민적 반발, 향후선거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여당 입장에선 '할만큼 했다'는 명분이 여전히 필요한 셈이다. 여당 외통위 관계자는 "한미FTA 처리는 결국 한나라당에 대한 보수층 결집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면서 "그럼에도 최대한 모양새를 갖추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행 처리한다면 후폭풍 만만치 않을 듯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을 비롯한 이종걸, 조배숙, 김영록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6년 전 오늘이 대한민국의 주권이 강탈당한 을사늑약이 맺어진 날이며 한미FTA는 제2의 을사늑약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를 규탄하고 있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을 비롯한 이종걸, 조배숙, 김영록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6년 전 오늘이 대한민국의 주권이 강탈당한 을사늑약이 맺어진 날이며 한미FTA는 제2의 을사늑약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를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한나라당의 이같은 시나리오를 통해 한미FTA가 처리될 경우,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인 야당의 거센 반발과 향후 국회 내년 예산안 처리 등에서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농민단체 등의 국민적 반발도 불보듯 뻔하다.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는 "한나라당의 단독 강행처리에 대해선 아직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면서, 대신 야당인 민주당이 요구한 합의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송 변호사는 "ISD 폐기 등을 위한 재협상은 미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알고 있다"면서 "단지 대통령이 책임지고 하겠다는 발언도 미 통상법 등에 비춰 봤을 때 책임질 수 없는 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마치 ISD을 협정문에서 빼는데 미 의회 동의 없이 행정부와 협의만 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며 "미 통상법이나 의회보고서, 한미 FTA 협정문 등을 봤을 때 (ISD 폐지 등) 미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송 변호사는 "우리 정부가 보다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면서 "미 의회 동의 없이도 ISD 조항을 폐지할 수 있는지 여부부터 책임있는 답변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한나라당이 한미FTA를 단독으로 강행처리할 경우 농민, 중소상인 등과 함께 국민적인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제준 범국본 정책위원은 "만약 한미FTA를 반대하는 다수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행처리할 경우, 전국적인 국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선 오는 19일 대규모 촛불집회를 비롯해 24일 여의도 등에서 반대집회를 열 예정"이라며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할 경우 민주노총 등은 정권퇴진운동 등을 결의한바 있으며, 향후 총선에서 해당 정치인에 대한 낙선운동 등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한미FTA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