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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 공군비행장, 블랙이글스(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가 날아오를 준비를 합니다. 멋스럽게 늘어선 9대의 비행기가 뭇사람 시선을 끕니다. 모두 8대가 짝지어 나는데 나머지 1대는 혹시 생길지 모르는 고장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8대중 한 대가 이상합니다.


조종사가 만일의 사태를 위해 세워 놓은 비행기로 갈아탑니다. 곧이어 활주로로 이동한 블랙이글스는 굉음을 울리며 파란 가을하늘로 솟구칩니다. 하늘 끝, 점처럼 보이던 비행기가 순식간에 관중석을 지나갑니다. 뒤따라 엄청난 소리와 바람이 몰려와 사람들 몸에 부딪칩니다. 막내가 귀를 막습니다.


카메라로 역동적인 모습 담아 보려고 안간힘을 씁니다만 곧 숙명적 한계에 부딪칩니다. 비행기를 더 크게 찍으려고 줌으로 한껏 잡아당기니 화면 속 물체가 심하게 흔들립니다. 거기에 더해 느려터진 셔터속도가 인내심에 불을 지릅니다. 미리 수동 조작법을 알아 둘 걸 후회됩니다.

 

 

사진은 장비싸움이다?

 

멋진 블랙이글스를 화면 가득 잡아두고 재빨리 셔터를 누릅니다. 잘 찍혔나 싶어 화면을 보면 하얀 연기와 파란 하늘뿐이네요. 속이 터집니다. 옆을 힐끗 보니 전문가인 듯 한 아저씨가 열심히 셔터를 누릅니다. 렌즈크기가 장난 아니게 큽니다. 아내가 불만 가득한 제 얼굴을 보더니 한마디 던집니다.


"사진은 장비싸움이야."

 

그 소리에 더 힘이 빠집니다.

 

 

지난 24일 토요일 아침입니다. 서둘러 애들을 챙깁니다. 경남 사천에서 열리는 제7회 '항공우주엑스포' 보러 가야합니다.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열리는데 몇 달 전부터 가보려고 벼르던 행사입니다. 한때, 파란 하늘 날아오르는 꿈을 품은 적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하늘로 날아오르는 물체만 보면 이유 없이 가슴이 뜁니다.

 

행사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놀이기구도 이색적입니다. 몸에 줄 묶고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르다 아래로 내려오는 기구인데 아이들 환호성이 대단합니다. 또 다른 곳엔 컴퓨터와 연결된 비행 시뮬레이션 체험 장비도 있습니다. 현실은 아니지만 하늘을 나는 일은 언제나 신납니다.

 

 

 

경주용 자동차와 비행기, 누가 더 빠를까?


마음은 파란 하늘을 향하는데 손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가상현실이지만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닙니다. 조금만 긴장을 풀면 화면 속 비행기는 이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을 합니다. 옆 천막에선 고사리 어린 손들이 모형 비행기 만드느라 열심입니다.


큰 날개를 붙이고 꽁무니에 또 다른 작은 날개를 붙입니다.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줄도 모르고 온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몇 년 후엔 이들 손으로 진짜 비행기 조립할 날이 오겠지요? 비행장 옆에는 각종 헬리콥터와 비행기가 늘어서 있습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입니다.


일본에서 날아온 곡예비행사 요시히데 무로야씨의 묘기 비행도 재밌습니다. 관중석 위를 스치듯 나는데 사람들이 몸을 움츠립니다. 자세히 보니 조종사는 손을 흔드는 여유를 부리네요. 경주용 자동차와 비행기 중 누가 더 빠른지 겨뤄보는 재밌는 행사도 마련했습니다.

 

 

조종사 되겠단 말 한마디도 없다, 아빠의 괜한 기대?


이곳저곳 구경하다 서둘러 점심을 먹었습니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되는 블랙이글스 비행을 봐야하기 때문입니다. 블랙이글스 비행은 단순히 묘기를 보여주는 곡예가 아니랍니다. 일사불란한 고난도 움직임으로 대한민국 전투조종사들의 기량을 선보이는 특수비행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번 행사에는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을 타고 멋진 비행을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이제껏 국제 행사에는 한 번도 참석 못했답니다. 멋진 비행실력을 세계인들에게 선보이면 T-50의 우수한 성능도 함께 알릴 수 있을 텐데 아쉽습니다.


그렇게 항공기 굉음과 기체가 일으키는 바람을 실컷 맞고 돌아왔습니다. 그나저나 세 녀석 중에 제 꿈을 눈치 챈 녀석은 없을까요? 은근히 기대 품고 가장 재밌던 일이 뭐냐고 물으니 블랙홀 체험이랍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 보고 조종사 되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네요. 아빠의 괜한 기대였을까요?

 

 


태그:#블랙이글스, #항공우주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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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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