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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을 마치시고 선방으로 돌아가는 스님들의 뒷모습
▲ 스님 공양을 마치시고 선방으로 돌아가는 스님들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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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불산(四佛山) 대승사. 경상북도 문경시 신북면 전두리에 소재한 고찰이다. 대승사는 신라 진평왕 9년인 587년, 비단보자기에 쌓여 사면에 불상이 새겨진 바위가 공덕봉 꼭대기에 내려앉자, 임금이 바위 곁에 절을 세운 것이 창건 기원이다. 현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8교구 직지사의 말사로, 병풍처럼 둘러친 사불산의 자락 안에 자리한다.

<삼국유사> 권3 '사불산조'에 기록에 의하면 임금이 이 사면바위에 와서 절을 하고, '대승사'라 사액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기록으로 보아 대승사라는 사명으로 전래한 것이, 벌써 1430년 정도나 된 고찰이다. 진평왕은 망명비구에게 사면석불에 공양을 올리게 하였는데, 망명비구가 입적을 한 후 무덤에서 한 쌍의 연꽃이 피어났다고 전한다.

대승사의 불이문, 사불산 대승사는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고찰이다
▲ 불이문 대승사의 불이문, 사불산 대승사는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고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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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쌓은 축대 밑에 늘어선 독들
▲ 장독대 돌로 쌓은 축대 밑에 늘어선 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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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언수행'을 하는 대승사

7월 22일 금요일. 아침 일찍 대승사로 향했다. 3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대승사. 몇 번이고 주변까지 찾아가 보았지만, 정작 대승사 일주문을 들어선 것은 처음이다. 작은 일주문 앞에는 '사불산 대승사'라고 적혀있고, 안쪽에는 '불이문(不貳門)'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불이문을 지나니 넓은 주차장이 나타난다. 대승사의 살림을 맡아하는 원주스님이 마중을 나오셨다. 공양간 한편에서는 아궁이에 커다란 솥을 걸고 불을 끓이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아궁이다. 장작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른다. 이 복중에 아궁이에 불을 때 공양을 지어야 한다니. 그래도 옛 정취가 있어 좋다는 생각이다.

주차장 위로는 장독대가 늘어서 있다. 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요즈음 새로 지은 듯한 전각들이 조금은 낯설기만 하다. 경내로 향한다. 꽃에는 검은나비 한 마리가 꿀이라도 따는 양 부산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안내판이 보인다. '묵언수행 중인 선원'이니 조용히 하라는 것이다.

대승사의 대웅전
▲ 대웅전 대승사의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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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깎아만든 목각탱화. 문서와 함께 보물로 지정이 되어있다
▲ 목각탱화 나무로 깎아만든 목각탱화. 문서와 함께 보물로 지정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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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조각술을 보이는 대승사 목각탱화

대승사에는 보물 제991호인 금동보살좌상과 보물 제575호인 목각탱부관계문서, 경북 유형문화재 제239호인 마애여래좌상과 유형문화재 제300호인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등이 있다. 이 중 금동보살좌상은 공개를 하지 않고 있으며, 대웅전에 모셔진 후불탱화인 목각탱화는 전국에 있는 목각탱화 중 가장 섬세한 아름다움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목각후불탱화는 나무를 깎아 돋을새김을 하고, 중앙에는 광배와 연꽃을 새겨 넣었다. 그리고 별도의 나무로 깎은 아미타불이 안치되어 있다.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라다만 보아도 대단한 작품이라는 느낌이다.

대승사 대웅전 앞 한편에 서 있는 향나무
▲ 향나무 대승사 대웅전 앞 한편에 서 있는 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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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묵언 수행중인 선원. 눈썹처마가 아름답다
▲ 선원 스님들이 묵언 수행중인 선원. 눈썹처마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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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각탱화는 길이 3.6m, 폭 2.7m이다. 원래는 영주 부석사에 있던 것을 옮겨왓다고 한다. 아미타불을 중앙에 배치한 이 목각탱화는 좌우로 5단에 걸쳐 협시상을 배치하고 있는데, 좌우에 3구씩 4열에 맞추어 좌우대칭으로 배열하였다. 시간이 없어 사면바위와 마애불을 오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다음번에 대승사를 방문했을 때는 그곳부터 들려보아야겠다.

짜장 한 그릇에 만족하는 스님들

공양간 앞에 놓인 동판을 친다. 나무망치로 치는 동판은 둔탁한 소리를 낸다. 여기저기서 스님들이 공양간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발우에 면과 짜장을 받아 섞는다. 한 그릇을 다 드시고 조금 부족하신 듯하다. 면을 더 넣어 드신 후 선원으로 돌아가는 스님들. 그 뒷모습이 참으로 한가해 보인다.

"잘 먹었습니다. 역시 스님이 만드신 것이라 그런가, 맛이 더 있는 것 같네요"

장작불을 때 면을 삶아냈다
▲ 아궁이 장작불을 때 면을 삶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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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 시간을 알리주는 동판. 나무망치로 쳐서 소리를 낸다
▲ 동판 공양 시간을 알리주는 동판. 나무망치로 쳐서 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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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인데도 스님들은 털신을 신고 계셨다. 가지란히 벗어놓은 스님들의 신발
▲ 신발 한여름인데도 스님들은 털신을 신고 계셨다. 가지란히 벗어놓은 스님들의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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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에 계신 스님들은 묵언 수행 중이라 '맛있다'라는 말씀도 못하신다. 일을 보시는 스님이 오셔서 대신 말씀을 전하신다. 아마도 묵언 중이 아니시라면 꽤 많은 칭찬을 받았을 것을. 그렇게 공양을 하기 위해 찾아간 문경 대승사. 언젠가는 스님들의 생활을 소개할 수 있는 날이 올 수가 있을까? 점점 멀어져 가는 스님들의 뒷모습이 아른거린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승사, #진평왕, #문경, #사불산, #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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