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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암사를 들어가 산길로 15분 정도를 걸어가면 만나게 되는 봉암사 마애불
▲ 마애불 봉암사를 들어가 산길로 15분 정도를 걸어가면 만나게 되는 봉암사 마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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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6일, 일 년에 한 번 초파일 밖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는 봉암사(선방 : 스님들의 수행처)에 스님 공양을 위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내가 달려간 곳은, 봉암사 마애여래좌상. 사람들은 경내를 돌기도 바쁘다고 하지만, 이런 기회에 마애여래좌상을 보지 못하면 언제 또 볼 수 있겠는가. 카메라를 메고 그저 뛰다시피 달렸다.

좁은 산길, 그러나 높이 오르지는 않고 내내 평탄한 길이다. 구불거리는 길을 한 15분 정도 달렸을까? 커다란 바위틈을 지나니 넓은 암반 위로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밑으로는 맑다 못해 푸른 물이 고여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동북을 향한 커다란 바위에 마애보살좌상이 인자한 모습으로 앉아, 암반 위를 흐르는 맑은 물을 바라보고 있다.

마애불을 찾아들어가는 길 입구에 선 표지
▲ 표지 마애불을 찾아들어가는 길 입구에 선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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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 산 51 - 1번지, 마애보살좌상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21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 마애불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 산 51 - 1번지, 마애보살좌상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21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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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에 반한 마애보살님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 산 51-1번지. 이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곳을 '백운대'라고 부른단다. 이곳 백운대의 주인인 마애보살좌상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21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계곡물이 흐르는 동북쪽을 향해 높이 4m, 폭4.4m의 정도의 큰 바위 면에 조각을 한 마애보살좌상.

주변의 바위들, 그리고 늘어질 대로 늘어진 소나무, 앞으로 흐르는 맑은 물. 마애보살좌상의 주변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마애보살좌상은 머리 부분 주위를 약간 깊게 파, 감실처럼 조성을 하였다. 그리고 그 안으로 파 들어간 후 광배를 겸하는 동시에, 머리 부분을 두드러지게 조각하였다.

백운대라고 명명을 한 계곡은 암반 위로 흐르는 물이 맑다 못해 푸르다
▲ 계곡 백운대라고 명명을 한 계곡은 암반 위로 흐르는 물이 맑다 못해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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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백운대라고 부른다. 주변 경치가 절경이다
▲ 백운대 이곳을 백운대라고 부른다. 주변 경치가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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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부분에서 밑으로 내려오면서 앉은 상태나 하체는, 거의 선각으로 얇게 처리되어 있어 전체적인 모습은 위로만 치중한 듯하다. 보관의 중앙에는 화문이 있고, 미간에는 백호가 뚜렷하다. 이마에 백호는 커다란 색깔이 있는 돌이 박혀 있는데, 이는 후에 끼운 것으로 보인다. 반월형 눈썹 아래에는 반안을 하고 있다.

자비로운 모습에 무릎을 꿇다

코는 끝이 약간 손상된 것을 후에 보수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옥에 티 같은 느낌이다. 입은 아주 얇고 작게 조각을 해 전체적인 모습에 조금은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둥근 얼굴에 어깨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긴 귀. 마치 주걱턱과 같은 좁은 하관. 삼도가 뚜렷한 목. 그저 인자한 부처님 한 분이 백운대에 경치에 빠져 세상으로 나오시기가 싫은 듯하다.

법의는 통견인데 선각으로 처리되었으며, 군의에는 띠 매듭이 뚜렷하다. 옷 주름선은 전체적으로 유려하게 표현을 하였다. 이 마애보살좌상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마애불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오른손을 들고 왼손을 가슴에 얹어 두 손으로 연꽃을 들고 있으며, 손 밑에 드러난 발은 두 손과 더불어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

보관의 중앙에는 화문이 있고, 미간에는 백호가 뚜렷하다
▲ 얼굴 보관의 중앙에는 화문이 있고, 미간에는 백호가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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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는 군의에 매듭이 뚜렷하다. 손에는 연꽃을 들고 있다
▲ 몸 가슴에는 군의에 매듭이 뚜렷하다. 손에는 연꽃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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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은 결가부좌를 하고 있다. 연화대는 마모가 되어 식별하기가 쉽지가 않다
▲ 무릎 발은 결가부좌를 하고 있다. 연화대는 마모가 되어 식별하기가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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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가부좌를 한 모습은 하체를 처리하면서 무릎 사이를 넓게 하여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밑에는 연화좌가 선각되어 있으나, 마멸이 심하여 구체적인 모습을 확인하기 어렵다. 그저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그럴 마음이 생기지가 앉는다. 바위에 털썩 무릎을 꿇는다. 목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보살님, 이제 세상으로 나가시지 않으렵니까?

이 마애보살좌상은 전체적으로 힘이 감소되고 형식화된 것으로 보아, 고려 말기나 조선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곳 봉암사 백운대에서 조성시기를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저 꿇은 무릎이 아파오지만 일어날 수가 없다. 언제까지라도 이곳에 앉아 마애보살좌상과 한 세상을 더불어 살고 싶은 마음이다.

경북 유형문화재 제121호로 지정이 된 봉암사 마애보살좌상
▲ 마애보살좌상 경북 유형문화재 제121호로 지정이 된 봉암사 마애보살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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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커다란 바위면에 조성을 한 봉암사 마애보살좌상. 이 풍진 세상에 나아가 세상을 정화시키고 싶지가 않으신 것일까? 오랜 시간 이곳 백운대의 주인이 되어, 시끄러운 세상을 참견하고 싶지 않으신 모습이다. 입가에 띤 잔잔한 미소에서 아주 오래전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린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마애보살좌상, #봉암사, #문경, #유형문화재, #백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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