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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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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우리민족끼리 하자면서, 왜 제3자를 통해서 메시지를 보내려 하나."

26일 오후 외교통상부 브리핑실. 평소 원칙적이고 모호하기로 정평이 난 외교부 관리들의 어법과 달리 이날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발언은 마치 작정을 하고 나온 듯 거침이 없었다.

그는 이어 카터 방북으로 북의 태도가 변할 것 같냐는 질문에도 "개인적으로,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한마디로 카터 일행의 방북이 못마땅하고 나올 것도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혹시 나올 '무언가'에 쏠리는 관심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 엘더스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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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동시에 이뤄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우다웨이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의 방한에 외교부의 촉각이 바짝 곤두서있다.

한 고위당국자는 며칠 전부터 기자실에 들러 두 이벤트의 의미를 축소하고, 파장을 줄이려 애쓰는 모습이다.

"우연히 같은 날에 이뤄진 이벤트로 둘 사이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고 태연한 척 하면서도 혹시라도 언론이 필요이상으로 부각시킬까봐 애가 타는 모습이다.

정부가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의 방북을 '경계'하는 이유는 그의 방북으로부터 나올 '무언가'가 자칫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남북관계 및 6자회담에 대한 진행절차를 일순간에 무너뜨릴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일단 '남북비핵화회담→북미대화→6자회담'으로 가는 3단계 프로세스에 동의하면서도 1단계인 남북비핵화회담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고 쐐기를 박고 있다. 남북대화가 결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통과의례가 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남북회담에서 천안함-연평도 사건 사과 및 비핵화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른바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한 사실상 6자회담으로 가는 길은 지고지난한 길이 될 가능성이 크다.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우다웨이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왼쪽)가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을 방문해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우다웨이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왼쪽)가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을 방문해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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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수도 안 받을 수도 없는 형국

이런 와중에 북한을 방문한 카터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방문하고 무언가 '큰 것'을 가져온다면, 우리 정부의 입장은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천안함-연평도 사과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같은 것을 점치지만, 지난 1994년 그는 '정상회담'을 가져왔다.

정부로선 받을 수도 없고 안 받을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받자니 그간 해왔던 원칙·강경 노선을 무너뜨리는 게 되고, 안 받자니 대화를 거부하는 모양새가 된다.

정부는 특히 여론의 추이가 신경쓰이는 표정이다. 카터 일행이 평양에 이어 서울로 돌아와서 기자회견이나 시민단체 면담 등을 통해 평양발 평화공세를 그대로 전달하게 되면, 카터의 방북보따리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우다웨이 대표와 면담을 마친 정부 당국자는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중국측이 우리가 제안한 '3단계 프로세스'에 지지를 표했으며, 북한측의 메시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당초 우다웨이 대표의 방한에는, 그가 이달초 베이징에서 김계관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와 만나 의견을 조율한 만큼 북의 메시지를 가지고 왔을 것으로 기대됐다.

정부는 카터 방북은 '선긋기', 우다웨이 방한은 '김빼기'로 작전을 세운 듯하다.


태그:#카터, #우다웨이,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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