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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에 이어 서해상에서 강도 높은 한·미 합동훈련이 진행되면서 한반도 정세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4당(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사회당)과 재야 시민사회 단체가 30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6자 회담의 즉각 재개 등을 촉구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의 제안으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 참가한 원내·외 야당 인사들은 남북대결기조 중단과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회복을 강하게 촉구했다.

 

"돌아가신 두 분의 장병과 민간인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말문을 연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전쟁은 어느 누구의 미래도 보장하지 못한다, 평화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이고 그 평화로 가는 길은 곧 대화"라고 강조했다.

 

김영춘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러저러한 비판과 비난을 피하고자 이명박 정부가 또다시 무력으로 보복하는 등의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북한에 대해선 가장 강력한 분노로 규탄하지만 불안정한 휴전사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 전환 노력이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노동자, 서민의 자녀들이 군대에 갈 때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사람들이 '전쟁불사'를 외칠 수 있냐"며 강경기류를 형성하는 정부·여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부·여당, 일부 보수언론이 선도하는 '남북대결기조'에 맞선, '한반도 평화 벨트'를 구축하려는 첫 구체적 연합 행보인 셈.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남한 영토에 처음으로 가해진 북한의 포격으로 민간인이 사상하는 이 초유의 사태에 대한 온도 차가 있었다.

 

그 일례가 바로 이날 열린 비상시국회의였다. 사실상 민노당의 주도로 주저하던 다른 야당들이 나온 격이었다.

 

정부·여당의 '강경론' 맞설 비상시국회의 띄웠지만... 

 

민노당은 "평화 체제 복원 우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에 이어, 미국의 핵 항공모함 '조지워싱턴'이 참여하는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이 서해상에서 벌어지는 등 전쟁 위기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마당에 정치권이 호기롭게 북한을 비난하는데 골몰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정희 대표가 지난 27일 시국기도회에서 "민간인까지 공격당한 상황에서 (북한에) 배신당한 심경이 왜 없겠는가"라면서도 대화 재개를 통한 평화 회복이 시급하단 주장을 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도 지난 2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후의 비상시국회의는 사후약방문과 같다"며 "보수언론들도 '안보장사'에 치우쳐 있는 상황에서 우발적 사고가 전쟁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노당의 이같은 상황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9일 서해상의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며 서울을 지칭하는 '침략자들의 아성'을 들어내겠다는 표현까지 불사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한미연합훈련 이후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무력도발 시 철저히 응징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지금의 현실을 충분히 드러냈다.

 

그러나 민노당과 함께 원내에서 한나라당과 맞서고 있는 민주당, 진보신당의 입장에는 약간의 간극이 있다. 

 

'속앓이' 민주당·진보신당, "아직 때가 아닌데..."  

 

우선 민주당의 경우, 지금 상황에서 남북 간의 즉각적인 대화 재개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민간인까지 목숨을 잃는 현 상황에서 '6자 회담' 등의 징검다리가 필요하단 현실인식과 함께 북한에 대한 1차적 규탄 역시 필요하단 입장이다.

 

특히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일, 손학규 대표가 농성천막을 접고 원내로 복귀하며 "초당적 협력"을 밝힌 것도 걸림돌 중 하나다. 민주당이 시국농성 등 '장외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포석을 다시 둘 경우, 이 역시 '정쟁(政爭)'의 일환으로 비쳐 국민 비난 여론을 살 것이란 우려다.

 

민주당 의원 중 한 명은 지난 29일 "우리는 주말(27, 28일)이 지나야 된다고 판단했다"며 "진보정당은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하면서 먼저 (평화 기조를) 들고 나올 수 있는 문제지만 초당적 협력 의사를 밝히고 국회로 들어온 민주당이 민노당의 비상시국회의 제안을 받기엔 부담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의원도 지난 29일 "지금 현재 한나라당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도 버거운 지경"이라며 "아직은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 핵 문제와 연평도 포격 문제를 과거 정부의 '햇볕정책' 탓으로 몰고 가는 정부·여당 주장을 넘어서는 게 현재 당이 직면한 1차 과제란 얘기였다.

 

진보신당은 민노당의 '평화체제 복원 우선' 주장을 일단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민노당이 북한의 책임에 대한 입장은 명확히 하면서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승수 대표는 비상시국회의 공문이 접수된 29일 당일 "긍정적으로 검토해서 당 회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사일정을 이유로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조 대표를 대신해 참석한 것은 박용진 부대표였다.

 

진보신당 당직자는 "민노당이 이번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묻는 데는 약하게 나가면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 즉 북한을 너무 고려한 행보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다"고 우려했다.

 

즉, 민간인 사상자까지 발생한 마당에 그에 대한 입장이 분명하지 않다면 비상시국회의에 대한 국민 정서가 좋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이날 열린 비상시국회의는 ▲남북한·주변국 대화 재개 ▲한반도 긴장의 평화적 해소방안 마련 ▲6자 회담 신속 재개 등을 촉구한 뒤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상설 테이블 구성 필요성을 공감하며 막을 내렸다. 비상시국회의의 실무협의는 이르면 내달 초께 진행될 예정이다.


태그:#연평도 포격, #비상시국회의, #이정희, #민주당, #진보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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