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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환씨가 9일 한글날을 맞아 휴대전화 한글 입력 방식 표준화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광화문광장에서 하고 있다.
 서영환씨가 9일 한글날을 맞아 휴대전화 한글 입력 방식 표준화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광화문광장에서 하고 있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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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맞아 휴대전화 한글 입력 방식 표준화를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됐다.

서영환씨는 9일 오후 내내 "문자 입력 방식 표준화하면 국민, 고객, 기업이 편리합니다"라고 적힌 작은 현수막을 펼쳐 들고 광화문광장을 지켰다. 서씨는 휴대전화 한글 입력 방법에 관한 특허를 갖고 있는 개발자이기도 하다.

서씨는 "정부는 오래전부터 휴대전화 한글 입력 방식 표준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다"며 "휴대전화 제조사마다 한글 입력 방식이 달라 소비자들이 큰 불편을 겪는 걸 정부는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씨의 주장대로 한글 입력 방식은 휴대전화와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PMP) 제조사마다 다르다. 삼성은 '천지인'(55% 점유)이라 불리는 방식이고, LG는 '나라글'(28% 점유)을 사용하고 있다. 팬택, 모토로라, 노키아 등도 각각 다른 방식을 사용하고 이다.

이 때문에 국내 이용 고객들은 휴대전화를 바꿀 때마다 문자 입력 방법을 새로 익혀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정부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제조사별로 다른 문자 입력 방식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휴대폰 자판 표준안 개발 기술위원회'까지 구성해 입력 방식 선정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표준화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우선 휴대전화 제조사 간 견해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자신들 제품 방식이 아닌 걸로 표준화되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특허청에 등록된 한글 입력 방식은 400여 개에 달한다는 점도 표준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들 중 하나를 선택하고 특허권자들끼리 이해를 조절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스마트폰이 대폭 확산되고 있어 "굳이 한글 입력 방식을 표준화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내일신문>은 지난 8월 5일 삼성전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스마트폰에서 컴퓨터 형태의 '퀴티 자판'을 쓰는 사람이 늘었고, 향후 자기가 원하는 문자입력 프로그램도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어서 표준화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LG전자 관계자 역시 이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표준화 요구가 약해졌다"며 "정부와 업계 간 논의도 활기를 잃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9일 1인 시위를 한 서씨의 생각은 다르다. 서씨는 "스마트폰이 아무리 대중화돼도 노년층 등은 여전히 기존 휴대전화를 선호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확산과 상관없이 표준화를 하는 게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 언제까지 소비자들이 전화기 바꿀 때마다 문자 입력 방법을 공부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어쨌든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올해 안으로 휴대전화 한글 입력 방식을 표준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되기 위해서는 기업과 기업, 그리고 특허권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조절되고 합의되어야만 한다.


태그:#한글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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