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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4대강 사업 중 하나로 낙동강 30공구 구미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지만 오히려 대구경북권 언론이 조용합니다.

 

공사관계자들이 내부 고발로 인해 '정부의 빨리빨리 공사 재촉'으로 인해 부실시공 의혹을 제기하고, 국회의원이 방문, 정밀조사를 촉구하고, 국토해양부는 허둥지둥 해명자료를 냈다가 사과하고, 부산지방 국토관리청이 안전진단을 의뢰했지만, 정부출연기관인 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는 '현장을 한번 정도 둘러보고' 문제 없다고 이야기하는 등.

 

전국일간지 <내일신문>이 7월 2일(금)부터 7월 12일(월)까지 총 6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대구MBC> 등에서 추가 보도한 이 논란이 너무 쉽게 마무리될 것 같은데요. 물론 정보원을 확보하고 있는 <내일신문>이 이 문제를 집중 취재한 것은 이해한다고 해도, 대구경북권 언론이 이 문제에 이리도 침묵하는 이유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데요.

 

일단 <내일신문>의 보도를 중심으로 상황을 구성해보겠습니다.

 

폭 40m, 높이 11m, 무게가 650톤이나 되는 수문이 2개 설치되는 구미보. 댐에 가둔 물을 방류하려고 하면 수문을 들어올려야 할 텐데요. 수문을 들어올리려면 이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장비(이하 권양기)가 있어야 하고, 그 장비가 설치된 위치는 수문 높이보다 높아야 하겠죠.

 

그래서 권양기를 운용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 권양대(예)지지 기둥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입니다)라고 합니다. 

 

구미보, 부실공사 의혹 : "상판 균열로 시운전 중단"

 

<내일신문>이 2일, 5일 공사 관계자들의 제보를 받아 보도한 내용은 이 권양대 상판에 균열이 생겼고, 상판 균열을 덮기 위해 모르타르(<건설>회나 시멘트에 모래를 섞고 물로 갠 것. 얼마 지나면 물기가 없어지고 단단하게 되는데, 주로 벽돌이나 석재 따위를 쌓는 데 사용)로 덮었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하면, "우물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르래와 지지대를 설치했는데, 나무 두레박에 물을 가득 채웠을 경우 예상외의 무게로 인해 도르래 지지대가 균열이 생겼고, 그 마을 사또는 이를 보완하지 않고 '도르래 지지대 균열'만 가리기 위해 나무색 시멘트로 그 부위만 덮었다"는 의혹"입니다.

 

<내일신문>은 7월 2일 <4대강 구미보, 부실공사 의혹 제기, 공사관계자들 "상판 균열로 시운전 중단 … 정부 공기 단축 재촉 원인>, 5일 <"구미보 상판 균열 몰타르로 덮어" / 부실 은폐 의혹 확산 … 감리일지 "구조 검토 의뢰">에 이어 6일 <문제 없다던 구미보, 안전진단 의뢰, 국토해양부 관리감독 허술 … 현장 확인도 안해>, 7일 <구미보 부실공사에 거짓해명까지, 국토부, 허위 해명자료로 여론 호도 … "7일 균열 확인하자" 본지 제안 거절>, 12일 <구미보 안전진단 '눈가리고 아웅', 한국시설안정공단 … 육안 검사 뒤 "균열 없다", 정밀진단 하지 않기로 결론, 신빙성 의문> 등이었습니다.

 

국토해양부 해명자료, 대구MBC 항의로 '사과', '수정'

 

이 문제가 논란이 되자, 국토해양부는 해명자료를 냈지만, 그 자료도 엉성했고, 특히 해명자료를 내는 과정에 대구MBC측의 거센 항의를 받고 그 자료를 수정하기도 했었습니다.

 

즉 국토해양부는 지난 2일, 내일신문 보도와 관련 '구미보 상판에는 균열이 발생하지 않았음'이라는 제목의 보도 해명자료를 냈는데 그 자료에 대구MBC 보도내용을 포함시켰습니다. "대구MBC에서 2일 14시 30분~15시 20분 '권양기(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는 기계)' 상판을 현장취재한 결과 언론에서 제기된 균열 등 부실공사 의혹이 없음을 확인했다"는 것인데요.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대구MBC 도건협 기자는 3~4일 국토해양부 게시판에 4번의 글을 올려 대구MBC보도를 '잘못'인용한 것은 사실 무근이며 삭제요구하고 항의했습니다.  도 기자의 댓글 내용을 보면 "구미보 현장에 다녀오긴 했지만, 부실 공사 의혹이 없다고 확인해준 적이 전혀 없다", "사실과 다른 해명을 내놓고 여론을 호도하는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 "대구문화방송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만큼 해당 자료 삭제와 작성자의 사과를 요구한다"였습니다.

 

국토해양부는 5일 "급하게 해명자료를 내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며 기자에게 사과하고 해당 문구를 삭제하게 되는데요.

 

구미보 안전진단, '눈가리고 아웅' - '균열 여부' 눈으로만 확인(?)

 

우여곡절 끝에, 국토부 산하 한국시설안전공단은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7일 공단 소속 전문가들이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구미보 권양대 상판에서 균열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구요, "콘크리트 타설 뒤 25일이 경과된 권양대의 콘크리트 강도도 설계기준 강도 24MPa를 초과하는 28MPa로 조사돼 하중을 싣는 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권양대에 임시지지대 8기를 설치한 이유에 대해서도 "공사 중 임시 전력을 이용해 수문을 처음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벽체와 수문의 끼임이 발생할 수 있어 안전시공 차원에서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국토부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는데요. (한겨레 7월 12일 인터넷판 인용)

 

이에 대해 <내일신문>에서는 또다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12일 <구미보 안전진단 '눈 가리고 아웅'>에서 "내일신문은 취재결과 상판 균열을 몰타르로 덮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상판 균열이 여러 곳에서 1m이상 발생했고 개구부(상판에서 구멍 뚫린 곳)직각부에도 균열이 이어졌다)고 제시했지만, 정수형 공단 재난예방팀장은 "그런 보도 사실을 몰랐다", "조사에서 발견할 수 없었다" 등의 대답을 되풀이 했다고 합니다.

 

결국, 정밀진단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인데요. 1주일에 걸친 기사를 꼼꼼히 읽다보면,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정말 이상한 것은 지역언론이 왜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가 라는 것입니다.

 

구미보 논란, 지역언론 침묵, '지역기업 보호차원'(?)

 

다만 4대강 사업을 진행할 때, 지역언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이 그토록 외쳤던 '공사에 지역업체 참석률을 높여달라'는 요구에 부응해 낙동강 30공구 건설현장이 포항기업들이 독차지하고 있어 '지역기업 보호 차원(?)'에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만 생길 뿐입니다.

 

<내일신문> 6일 <낙동강 구미보 공사, 포항기업들이 독차지>를 보면 구미보 공사구간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데요. 부산지방 국토관리청에서 턴키 입찰로 발주의뢰한 낙동강 30공구 구미보 구간은 포항에 본사를 둔 포스코 건설과 5개의 지역건설사 컨소시엄이 낙찰 받아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인데요.

 

포스코 건설은 75%지분을 가진 주관건설사이며, 나머지 5개 기업이 각각 5%의 지분으로 공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5개의 경북소재기업 가운데 유성건설(경북 경주)을 제외한 동양종건, 동대건설, 진영종합건설, 명보산업개발 등 4개 기업이 포항동지상고 출신인 유력인사들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대통령의 고향, 포항쪽 기업들이 공사를 독차지한 이 곳에서, 뭔가 문제가 발생하자 지역언론이 이 논란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보다 '지역기업 보호' 차원에서 침묵(?)하고 있다면 -설마 진짜 그렇지는 않겠지만요 - 이는 진짜로 '지역 기득권 간의 침묵의 카르텔'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언론에게 묻겠습니다. 권력 수호자(?) 역할을 하시겠습니까?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시겠습니까? 당신들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www.chammal.org) 사무국장입니다. 


태그:#4대강, #구미보, #내일신문,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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