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위대한 역사를 만든 날이다. 정말로 모처럼 살맛나는 시간이었다. 해외동포들도 관심이 고조되는 요즘이다. 천안함 사건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2년여 동안 날마다 슬픈 일상이었다. 옳다고 믿었던 모든 일들이 모자란 사람들의 일처럼 매도되고 신의는 외면되던 날들이다. 이전에도 밝힌 바처럼 해외봉사단 연수가 시작되는 첫날 아침 용산참사가 발생했다. 현장에 단 한 번도 발걸음 하지 못한 마음은 죄인의 심정과 같다.
해외봉사활동을 위해 출국한 후 서툰 말을 배우고 현지적응훈련을 받는 과정에서부터 줄곧 스스로 죄인이 되었다. 한국에서 들려오는 좋지 못한 소식들은 끊이지 않았고 크나큰 슬픔들도 더해졌다. 마지막으로 가장 슬픈 소식이 천안함 침몰 소식이었고, 6월 2일 선거에서 올바른 선택을 염원했다.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처지의 부재중인 국민으로 할 일을 하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다. 그 방법으로 기사를 작성할 때나 카페나 블로그, 사적인 이메일을 보낼 때도 빠짐없이 선거를 독려하는 나름의 서신을 작성했다.
아마도 10여 차례의 글과 이메일 등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이었다. 그러면서도 크게 기대할 수 없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터무니없이 뒤처지는 민주, 평화, 통일 세력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알 수 없을 정도로 천박한 방식으로 4대강 개발 현장의 흙을 밀어붙이듯이 국민의 의사를 외면해 온 정권이다. 그럼에도 너무나 동떨어진 여론조사결과에 차라리 깊은 체념이 스스로를 안타깝게 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가 행사하지 못하는 투표를 다른 사람을 통해서라도 구현하고 싶었다.
지인들과 카페 블로그에 보냈던 글 |
*용산 참사가 일어난 날 아침 연수원 첫 연수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대통령이 서거했고 광우병 촛불 운동은 철저히 농락당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는 천안함 사건이 터졌습니다. 이정권은 천안함 사건 초기 북한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고 발표해오다 선거가 임박해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시점에 돌연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가끔씩 여당내 인사들은 천안함 사건을 선거에 이해타산을 가리는 발표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정권을 걸고 대선에 출마할 당시 걸었던 공약을 모두 지킬 수 없다면서 국가를 위한 일이라 하고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삽질도 국가의 장래를 위한 일이라 합니다.
모든 일이 자신들의 주장대로 옳고 이전의 공약과 국민의 요구는 모르쇠로 외면합니다. 이에 오늘 선거에서 투표로 심판해야 합니다. 그들이 이번 선거에서조차 이긴다면 그들의 안하무인은 극에 달할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 그들의 권력에 의해 우리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무참한 생활을 자초하는 과오를 범하지 맙시다.
그 어느 때보다 야권의 연대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이번에 승리하지 못하면 정말로 저들의 움직임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찔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한명숙, 곽노현, 유시민, 송영길, 김상곤, 이광재, 안희정, 김원웅, 김두관, 이시종, 그들이 모든 것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모든 이상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날에 민주, 평화, 통일의 대의에 함께 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모두에게 서로 미안하지 않는 선택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우크라이나에서 나라를 염려하는 한 사람이......, |
부재중인 국민, 국외자인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메일을 쓰는 활동을 하였다. 가끔씩 카페나 블로그 그리고 포털에 댓글을 다는 노력도 병행했다. 뭐 그것이 얼마나 크게 기여를 하겠는가? 그러나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나을 것이란 스스로를 위안 삼으며 하는 일이었다. 6월 1일 새벽 필자는 "죽음의 그림자가 서린 정권을 심판합시다."라는 나름의 인식을 담은 이메일을 지인들에게 보냈다.
용산참사로 시작된 죽음의 그림자는 두 대통령 서거, 강희남 목사님의 자결, 급기야 천안함 사건으로 46명의 사병이 목숨을 잃었다. 선거 코앞에서 4대강 삽질을 반대하는 문수스님의 소신공양까지 이어졌다. 참담한 심정이다. 한 걸음을 함께 하지 못하는 국외자의 입장에서 나라의 일을 걱정하는 일이 손발 묶고 손 사레치고 발짓 하는 격이지만 안타까움은 더하기만 하다.
그렇게 선거일이 다가왔다. 선거전 마지막 밤 6월 1일 홀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 필자의 방에서 촛불을 켰다. 그 시각부터 6월 3일까지 굳은 석고상처럼 시간대별 투표상황과 개표상황을 지켜보았다. 개표가 시작될 때는 오마이뉴스 텔레비전 중계도 보았고 다른 포털의 실시간 실황도 보았다. 혼자 안도하고 즐거워 정신 못 차리게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실 그것은 처참한 패배를 목전에 두고 있음을 알면서 승리를 염원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치 기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우리 국민의 선택의 위대함에 놀라고 놀랐다. 보면서도 잘 믿어지지 않아 누군가와 확인하고 싶었다. 한국에 새벽 시간인데도 전화를 걸었다. 다행인지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실례를 범하지는 않았다. 하는 수없이 우크라이나에 와있는 다른 한국인과 전화연결을 하고 개표상황을 알려주었다. 서로 즐거움에 동요하며 긴 전화통화로 나라의 안녕이 다행스럽다는 마음을 나누었다.
이번 선거는 선거 이전 상황부터 극적인 드라마를 준비한 것처럼 개념찬 사람들에게는 가혹했다. 가슴을 졸이고 졸이며 볼 수밖에 없었다. 국민을 볼모로 도박을 하는 행태를 보여주는 정권. 민족 문제, 통일문제의 대의를 저버리고 남북공동발전의 틀을 외면하는 세력, 필자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 평화, 통일 세력이 패할 경우에 대한 두려움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시간을 보내야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명박 정권이 가혹하게 밀어붙이기만 하던 일들에 제동이 걸릴만한 결과를 얻었다. 4대강 문제, 행정수도문제, 남북문제의 모든 갈등구조가 일거에 정리되는 느낌을 갖는 선거결과다. 하지만 여전히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 여당이 보여준 소통부재의 통치방식이 염려된다. 이 정권은 끝없는 추락을 면하려면 더 이상 국민이 통치대상이 아니라 수용과 포용의 대상이란 사실을 명심해주었으면 한다.
더 이상 외국인들로부터 조롱받는 나라가 아니었으면 한다. 더 이상 해외동포들로부터 왜, 통일도 못하는가? 라는 뼈아픈 질문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 천안함 사건으로 이곳 동포들의 거슬리는 관심도 마음이 아프다. 그들은 곧 전쟁이 나는 걸로 알고 있다.
"뭉치면 지혜롭다"는 말을 명심하여 모든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는 태도를 가져주기 바란다. 더 없이 가혹한 심판에 직면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 그 길 뿐이다.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결과를 보며 스스로 큰일이라도 한 것처럼 즐거운 날이다. 나라의 꽃이 되어준 젊음이 고맙다. 그야말로 애국청년들에게 고맙고 고맙다. 덕분에 이제 월드컵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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