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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게이타 감독의 2009년 작품 <귀향>은 프랑스에서 성공한 과학자 아다마가 1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겪게 되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동생은 매춘을 하고 할머니는 이를 방관한다. 여전히 그의 조국은 가난하고 더럽고 위험하다. 그는 그런 조국에 염증을 느낀다.

 

프랑스와는 모든 것이 다른 아프리카. 고향사람들은 그에게 아프리카로 돌아와 조국 세네갈의 과학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주문하지만 아다마에게 이는 무겁고 마음에 안 드는 짐일 뿐이다.

 

실상 아프리카인들에게 길을 떠난다는 것은 자유를 위한 혹은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혹은 경제적 풍요를 위한 도피일 것이다. 이러한 도피는 돌아옴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그곳은 여전히 어둡고 깜깜하며 돌아가기 싫은 곳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그렇겠는가? 16세기 노예무역이 발생한 그 시점부터 아니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희망봉을 '발견'한 그 순간부터 아프리카인들에게 아프리카는 희망으로 살아가는 터전이 아니라 약탈의 땅이고 어둠의 땅으로 전락하였다. 그리고 그 땅에 사는 많은 이들은 약탈의 존재, 멸시의 존재로 전락하였다.

 

영화 <귀향>이 21세기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심리적 두려움의 문제, 식민지배 기억의 잔존을 말한다면 소설 <모래바람을 걷는 소년>은 20세기 잔존이 아니라 몸으로 경험하는 식민지배를 말한다.

 

도시 아덴의 뒷골목에서 자란 소년 자마는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돈을 벌기 위해 떠났다는 아버지를 찾아 길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자마는 애스카리가 된다.

 

애스카리란 20세기 유럽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했던 전쟁에 이용되었던 아프리카 용병을 말한다. 저자는 이 애스카리를 통해서 당시의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행했던 잔혹한 행동들을 재현해낸다. 폭력과 멸시, 인종차별 등등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 애스카리는 유럽의 어느 국가에나 있었다. 사실 아프리카인들에게 그들의 국적 따위는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아프리카인들의 땅에서 전쟁을 하고 있는 이방인이며 아프리카인들을 부리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프리카인들을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 그들의 용병이 된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는 채 말이다. 간혹 그것이 아프리카에 사는 같은 얼굴색을 가진 사람들에게 총을 겨누는 일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생존을 위해서 그 일을 한다. 이것은 분명 비극이다.

 

이 소설에서 한 소년은 아버지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아버지의 죽음, 친구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성장하게 되는 성장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년의 여정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아프리카의 현대사가 가득 묻어나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아프리카인의 삶이 책에서 전해지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이 소설을 단순히 성장소설에 머물게 하지 않는 원동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소설은 아프리카 현대사를 기록하는 족적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점은 이 소설은 떠남의 완성을 돌아옴으로 종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귀향>에 관해서 이야기하면서 아프리카인들에게 돌아옴은 거대한 심리적 압박이라는 것을 언급한 바 있다. 자마 이외에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러한 심리적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경제적 이유거나 혹은 자유를 이유로 아프리카를 떠나 돌아오지 않는 길을 택한다. 이는 자마가 아프리카로 돌아가려고 하자, 자마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들의 대사에서도 드러난다. 그들에게 아프리카는 벗어나기 위한 땅이었으니 이 땅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벗어나기 위해 수천 마일을 걷고 쫓기고 혹은 숨으면서 도착했는데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일 것이다. 그러나 자마는 돌아간다. 그곳에 집이 있고 그를 기다리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돌아가기 위해서 길을 나선다. 떠남은 돌아옴을 위한 것이지 떠남 자체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이 책은 미처 아프리카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위한 저자의 위로곡일지도 모른다.


모래바람을 걷는 소년

나디파 모하메드 지음, 문영혜 옮김, 중앙books(중앙북스)(2010)


태그:#신간소설, #아프리카소설, #모래바람을 걷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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