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인구 18만인 안성에 극장 하나 없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안성에는 극장이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광신극장'이라는 곳이 있었지만 그것마저 없어졌다. 그래서 안성 사람이 극장에 가려면 평택이나 천안으로 가야 한다. 안성 내에서 영화를 보는 방법은 비디오나 컴퓨터로 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또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세 남자가 벌이는 영화관, 안성시민 무료영화 상영에 참여하는 것이다.

▲김시권안성에서 오랫동안 영화보기 소모임을 이끌어 온 김시권 씨는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상당한 조예가 깊다. 사진은 김시권씨의 집 거실에서 찍은 것이다. ⓒ 송상호
안성시민 무료 영화 상영의 역사
안성 시민 무료영화 상영을 주도해온 세 사람. 회사원인 김시권씨는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 소모임인 '영화로 세상을 이야기한다'의 주역이다. 그 소모임에서 계속 영화 상영을 해왔다.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사무국장 정인교씨는 몇 년 전 사비를 털어 안성 청소년들로 하여금 그들의 영화제를 하게 해준 사람이다. 안성 양성면 농민 정운길씨는 안성에서 좋은 일이라면 두 팔 걷고 나서는 사나이다. 이런 남자 3명이 뭉쳤다.
안성시민 무료영화 상영의 역사는 대략 이렇다. 그동안 안성3동 주민자치센터, 한경대학교 강의실, 돌우물 공원, 안성의료생협, 우리생협, 개인 자택 등 다양한 곳에서 영화는 상영됐다.
2007년도에 영화 <하나의 조국>과 <송환>을 상영해 주민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2009년에는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에서 안성시민들을 상대로 6회에 걸쳐 '에코시네마 영화상영'을 했다.

▲정운길안성에서 좋은 일이라면 나눠야 한다는 소신으로 살아가는 정운길 씨는 오이농사를 짓는 농민이다. ⓒ 송상호
특히 2009년 6월 4일 안성중앙도서관에서 상영한 영화 <어느 날 그 길에서>는 시민들이 가족 단위로 많이 와서 성황을 이뤘다. 그때는 '로드 킬(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차에 치여 죽어가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엮은 것)'을 다뤘으며,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황윤 감독을 직접 불러 '제작자와의 대화 시간'도 가졌다. 어른들은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아이들은 꿈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세 남자가 안성에서 무료 영화 상영을 하려는 것은 안성에 극장이 없어서만은 아니다. 좋은 영화지만 유명하지 않아 많은 사람이 볼 수 없는 영화를 안성시민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다. 정운길씨는 "좋은 것은 나눠야 한다는 평소 생각 때문"이라며 영화상영 이유를 밝혔다.
다음 작품 '경계도시 2'는 이런 영화
4월 28일, 안성중앙도서관에서 상영되는 <경계도시 2(홍형숙 감독)>는 송두율 교수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다룬 영화다. '2003년 그는 스파이였고, 2010년 그는 스파이가 아니다'라는 영화홍보 내용 문구처럼 우리 사회에 상당한 이슈가 되는 영화다.

▲정인교안성에서 오랫동안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과 함께 하며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숨은 일꾼 정인교 씨다. 그는 안성 청소년들의 영화제를 지원하기 위해 사비를 털 정도로 지역에 대단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 송상호
이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 '배급지원펀드' 수상,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관객상' 수상,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상&독불장군상'을 동시 수상했고 한국독립영화협회 '2009 올해의 독립영화상' 수상, 한국 독립 영화계가 점찍은 2010년 최고 개봉 기대작' 등의 성적을 거뒀다.
뮤지컬 극단 '명랑씨어터'의 대표이자 인기 뮤지컬 <빨래>의 연출가인 추민주 대표는 얼마 전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뮤지컬 무대에 올리고 싶은 영화'로 다큐멘터리 <경계도시2>를 주저 없이 꼽았다. 추 대표는 다큐멘터리 <경계도시2>를 꼭 뮤지컬화하고 싶다 밝히며 "'다큐멘터리는 지루하다', '다큐멘터리는 너무 진지하다' 라는 편견을 날려 준 최초의 다큐멘터리이자 근래에 본 최고의 영화"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 남자가 벌이는 '무료영화 상영'에 초대한다

▲포스터이번에 상영예정인 영화 포스터다. ⓒ 시네마 다리
이런 영화가 안성에 소개된다. 그것도 무료로. 영화 배급사인 '시네마달'에서 정인교씨에게 안성에서 상영할 것을 제의한 것이 계기가 됐다. 세 남자가 자비를 내고 안성에서 일을 벌인 것이다. 소식을 들은 '안성지방자치희망연대'와 '안성바우'(지역화폐 모임)에서 후원을 하고 나서 세 남자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4월 28일 오후 7시 안성중앙도서관으로 갈 일만 남았다. 안성시민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무료로 열려 있는 이 영화에 당신을 초대한다. 문의는 정인교씨(010-4201-2161)에게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