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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낙동강 22공구 달성보 현장에서 각종 '중장비'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 달성보 현장 4대강사업 낙동강 22공구 달성보 현장에서 각종 '중장비'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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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부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드 높습니다. 지난 12일 천주교 주교회의의 반대 성명에 이어, 25일 조계종에서의 반대 성명도 나오는 등 특히 종교계의 반대 움직임이 드높은 가운데, 전국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크고 작은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편 이런 전국적 움직임에 하나의 기폭제로 작용할 '사건'이 대구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그동안 잠잠했던, 대구대교구의 사제들도 드디어 행동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보수적인 대구대교구의 사제들이 이렇게 사회적 발언과 행동을 하시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신부님들은 오는 4월 10일, 4대강 사업으로 신음하고 있는 낙동강변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드리기로 하고, 그 준비의 일환으로 신부님들과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사람들' 소속 회원들이 지난 주말인 27일 '낙동강 순례'를 함께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그 현장을 동행하면서 이날의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현장에 선 사제들은 공사의 규모와 속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는 상당히 놀랐고, 이 사업의 속도전이 우선은 가장 큰 문제라는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그 현장의 모습들을 전해봅니다.... 기자 주

대구대교구의 사제들, '4대강 사업' 낙동강 현장을 가다

지난 27일 오후 2시 대구 상인동 지하철차량본부 주차장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였다. 배낭을 멘 남녀 사람들과 엄마를 따라 나온 초등학생과 방송국에서 오신 분들 그리고 사제복을 입은 신부님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그렇다. 이들은 오늘 '4대강 사업'이 한창 진행중인 낙동강 공사현장으로 떠날 이들이다.

이들은 대구대교구의 사제들과 대구 시민들로 '4대강 사업'으로 신음하고 있는 낙동강변을 찾아, 현장을 목격하면서 기록하고 이후로 대구경북을 휘감아 흐르는, 이 땅의 젖줄과도 같은 낙동강을 지키기 위해 '무슨 활동'이라도 해보려 모인 사람들이다. 사실 그동안 이 생태적 재난과도 같은 '4대강 사업'의 속도전에 대해서 유독 대구에서만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들에게선 어떤 결의 같은 것도 느껴진다.

달성보 현장 바로 아래쪽의 모습. 모래밭과 강변숲이었던 이곳이 지금 이렇게 변했다.
 달성보 현장 바로 아래쪽의 모습. 모래밭과 강변숲이었던 이곳이 지금 이렇게 변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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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역에서 출발한 차량은 대구 시내를 빠져나와서 화원 쪽으로 달렸고, 논공을 지나 이어 나타난 낙동강을 옆으로 끼고 계속 달려서 달성군의 유명한 온천인 약산온천 맞은편에 있는 달성보 현장에 다다랐다.

현대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4대강 사업' 낙동강 22공구 달성보 현장. 낙동강 제방변에 새로 터를 널찍이 닦아 현장사무소를 시원하게 만들어 놓았고, 그 앞에 달성보 공사현장에선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인부들이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행은 사실 오는 내내 달성보 현장에 과연 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분명히 현장 입구에서 제지를 당할 것이고, 그러면 거세게 항의라도 하면서 멀리서나마 현장을 한번 보고 지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일은 뜻밖에 쉽게 풀렸다. 그곳 현장 소장이 대구의 모 성당의 신도회장을 맡고 있어서 신부님들이 오셨다는 소식을 접하고선 우리 일행을 현장사무소 안으로 들이고, 상황실에서 달성보 공사에 대한 브리핑까지 한 것. 그러나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이유이고, 아마도 주교회의의 공식입장 발표 후의 악화되어가는 여론을 돌리기 위해 홍보에 주력하라는 MB의 지침이 현장에서도 '충실히'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해서 일행은 달성보 공사현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제방길을 따라 가면서 달성보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자세히 목격할 수 있었다. 각종 크레인과 대형장비들이 춤을 추고 있는 그 달성보 현장을 처음 본 이들은 그 규모와 속도에 많이 놀라는 모습이었다.

현장 소장이 사제들을 현장사무소 상황실의 별실로 따로 모시고는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다
 현장 소장이 사제들을 현장사무소 상황실의 별실로 따로 모시고는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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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소장은 '친절한' 설명을 하면서 사제들을 깍듯이 모셨다. 별실에서 사제들을 따로 모시고 현장의 상황을 설명하고 나서는 다시 상황실로 와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정부에서 제작한 홍보용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낙동강 22공구'에 적용되는 친환경, 고도기술을 열심히 자랑한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그 영상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였다. 그 장밋빛으로 가득한 재미없는 홍보영상이 끝이 난 다음에는 현장소장의 현장의 공사상황에 대한 브리핑이 이어졌고, 그 설명을 다 듣고 난 후에 즉석해서 참가자들의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사제들과 순례 참가자들이 달성보 현장사무소 상황실에서 4대강 관련 영상을 심드렁하게 보고 있다
 사제들과 순례 참가자들이 달성보 현장사무소 상황실에서 4대강 관련 영상을 심드렁하게 보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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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않은, 달성보 현장소장과 대화

참가자의 자격으로 먼저 필자가 현장소장에게 물었다.

"소장님은 현장에 나가 보신 적이 있습니까? 지금 소장님이 화면으로 보여주신 준설방식은 준설선을 이용한 흡입식 준설방식인데, 현장에 나가서 보면 준설선에 의한 준설은 없고, 포클레인으로 그냥 강바닥을 마구 긁어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오니를 마구 퍼내고 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강물은 더러워지게 마련이고요, 그래서 그런지 강물 색깔이 회색 빛깔이었습니다. 그런데 오탁방지막은 현장엔 없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소장님은 알고 계십니까?" 

현장 소장이 답한다.

"우리가 늘 확인을 하는데, 그러진 않을 건데요. (부하 직원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늘 현장 관리를 하고……"

필자가 재차 물었다.

"제가 지난주에 현장엘 한번 다녀왔었는데요, 현장에서 만난 직원에게 '오탁방지막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 직원은 '그냥 저 아래 있다'고만 하길래, 재차 물었더니 '3킬로미터 부근에 있다'고 했는데, 저희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3킬로미터 부근엔 없었고, 8킬로미터 이후에 모래채굴선이 쳐놓은 오탁방지막이 하나 있긴 있었지만, 그나마도 끊어져 있었습니다. 현실이 그렇습니다."

달성보 공사현장 아래에서 만난, 낙동강 물줄기의 흐름과 강물의 모습이다. 부유물이 둥둥 떠다니는 것이 썩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달성보 공사현장 아래에서 만난, 낙동강 물줄기의 흐름과 강물의 모습이다. 부유물이 둥둥 떠다니는 것이 썩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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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은 다급히 "알겠습니다. (부하직원을 바라보며) 그것은 우리가 다시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했고, 답변이 끝나기 무섭게 또 다른 참가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이 낙동강의 수질인데, 정부에서는 수량 이야기만 하는 것 같다. 강은 자연정화력이 있다지만 이런 식으로 댐을 만들어 물을 가둬서는 자연정화력을 살리면서 수질을 개선하기는 어려워 보이는데, 근본적인 수질 대책이 있는지 묻고 싶고, 물속의 생물들이 살기 위해서는 모래와 자갈 등등 필요한 조건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준설을 하면 물고기들이나 수생생물들 살 수가 없다. 과연 어떻게 수질을 개선할 것인지 그 방법을 듣고 싶다."

그런데 돌아온 소장의 답변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이 공사 설계당시부터 있었던 사람은 아니고, 이곳 시공책임자로 와서 그런 부분은 솔직히 자신이 답변을 하기엔 어렵다. 최대한 환경파괴가 적도록 시공을 하겠다."

달성보 현장의 대구 사제들, "4대강 속도전, 너무 무섭다"

그렇게 참가자들의 거센 항의성 질문에 소장은 겨우 겨우 설명을 이어갔고,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산자연학교 교장으로 계시는 정홍규 신부도 소장의 설명 다 듣고 난 다음 현장소장과 현대건설 관계자들에게 말했다.

정홍규 신부가 현장 소장에서 질문하고 있다. 그는 4대강 사업의 속도전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했다.
 정홍규 신부가 현장 소장에서 질문하고 있다. 그는 4대강 사업의 속도전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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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국민들은 사실 아직 공사가 이렇게 진행이 된 사실을 잘 모릅니다. 저도 이곳에 와서 보고는 많이 놀랐는데, 시민들은 이만큼 공사가 된 것을 보고 많이 놀랄 겁니다. 특히 그 '속도'에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우려를 하는 거지요. 과연 이렇게 공사를 서두를 이유가 뭔가 하고 말입니다. 천주교의 생각도 그런 것이고요."

또 다른 참석자의 질문과 소장의 답변은 또 길게 이어졌고, 더 이상 자리에 앉아서 소장의 '친절한' 설명을 듣기에 짜증이 난 일행이 하나둘 자리를 뜨면서 자연스레 그 시간은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해서 이날의 일정의 대부분은 달성보 현장에서 달성보를 눈으로 깊이 목격하는 것과 우리 일행과 현장소장과의 대화로 채워졌다. 이후 신부님들은 일정상 먼저 돌아가시고, 남은 일행은 서원건축의 백미를 자랑하는 도동서원을 거쳐서 대구로 돌아왔다. 그 도동으로는 가는 길에 계속해서 만나는 낙동강은 거대한 공사장이었다.

도동서원으로 가는 길에 만난 낙동강은 이렇게 군데 군데 오니 덩이가 널부러져 있었다. 심지어 강물 안에도 저렇게 말이다.
 도동서원으로 가는 길에 만난 낙동강은 이렇게 군데 군데 오니 덩이가 널부러져 있었다. 심지어 강물 안에도 저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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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2리의 낙동강변의 모습이다. 양파를 심어둔 하천부지의 농지를 저렇게 시커먼 오니들이 뒤덮고 있다. 밭째 그대로 오니로 매립을 해버리는 현장의 모습이다.
 도동2리의 낙동강변의 모습이다. 양파를 심어둔 하천부지의 농지를 저렇게 시커먼 오니들이 뒤덮고 있다. 밭째 그대로 오니로 매립을 해버리는 현장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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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 군데 오니토들이 거무퉤퉤한 색깔을 한 채 강변에 혹은 강물 안쪽에 모습을 드리우고 있었다. 강변 숲과 모래사장과 농지들은 매립되고 있었고, 그렇게 크고 작은 공사들이 한창이었다. 그랬다. 낙동강은 지금 강 자체가 거대한 공사장인 것이었다.

한편 이들의 순례는 다음주에도 이어진다. 오늘 주말인 4월 3일에는 강정보 일대를 돌아보고, 상주 쪽 낙동강변을 따라 순례를 계속한다고 한다. 그리고 4월 10일에는 대구대교구 사제들이 봉헌하는 생명평화미사가 열린다. 참가희망자는 다음 카페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사람들"로 들어가 신청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블로그 앞산꼭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태그:#4대강사업, #낙동강, #달성보, #대구대교구,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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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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