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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기억조차 없는 사람도 있을까?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기억에 남는 법이다. 비록 마주하는 사랑이 아닌 외사랑이나 짝사랑이었을지언정 대부분 첫사랑은 있었을 것이고 풋풋했던 열정들은 그 모자람으로 인해 궁극적인 결실을 맺는 경우는 퍽이나 드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그 가슴 두근거림, 묘한 흥분과 부끄러움,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 나만의 짜릿한 비밀, 마치 자석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 잘 보이기 위한 갖은 행동과 실수, 경쟁자들, 함께했던 거기 그 시간들. 과연 첫사랑의 기억만큼 아련하지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또 있을까?

 

나비가 되고픈 애벌레의 꿈,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프레스콜 하이라이트
ⓒ 문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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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6일 막을 올렸고 오는 2월 21일 일요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상연되는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은 1960년대 시골마을 송정리의 16살 초등학생 최홍연이 사범학교를 갓 졸업하고 부임한 총각 선생님 강동석을 짝사랑하면서 전개되는 성장 드라마로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어린 시절 첫사랑의 성장통을 떠올리게끔 한다.

 

1990년 발표된 하근찬의 원작소설 <여제자>가 1999년 전도연과 이병헌이 주연한 영화 <내 마음의 풍금>으로, 다시 9년 후인 2008년 뮤지컬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2008년과 2009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인 이 공연은 초연 때 강동석 역을 맡은 오만석이 이번에는 직접 연출한 것으로 따뜻하고 동화적인 느낌을 주는 데다 어린이 배우들이 깜찍한 모습을 보여줘 가족 뮤지컬로도 손색이 없다.

 

선생님을 향한 가슴 시린 사랑을 간직한 홍연이와 함께 봄소풍, 운동회, 양호선생님, 풍금에 맞춰 노래 부르기, 일기 쓰기 등 초등학교 시절의 옛 추억 속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여름밤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를 만나기도 하고 애벌레에서 나비로 성장하고 싶어 몸부림치던 그 시절의 나를 발견하게도 된다.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과 고통이 필요하다. 마음이 원한다고 애벌레가 금방 나비가 될 수 없듯 우리는 충분한 아픔과 상처를 딛고서야 어른이 된다. 어설프고 서투른 첫사랑은 그래서 언제까지고 가슴 속 깊은 곳에 간직해야 할 기억 속의 한 페이지로 남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뮤지컬의 대표곡은 '나비의 꿈'이다.

 

 

고향에서 첫사랑을 만나 황혼의 로맨스를 즐기는 연극 <낮잠>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 <행복>, <오감도> 등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대부분의 영화들 속에는 꼭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 이별하게 되는 과정과 그 빈자리에 남은 사람들의 허전함이 등장한다. 마치 그것들을 통해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워주기라도 하듯 말이다.

 

허진호 감독은 자신의 특기(?)를 연극무대에서도 잘 살려내고 있다. 지난 1월 26일 막을 올려 오는 3월 28일 목요일까지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상연하는 연극 <낮잠>은 2008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실린 박민규의 단편소설 <낮잠>을 오은희가 각색하여 영화감독 허진호가 연출한 것으로 고향 노인요양원에서 우연히 고교시절 첫사랑을 만나 황혼의 로맨스를 즐긴다는 내용이다.

 

싱그럽고 발랄하기만 한 고교시절, 여고 제일의 '얼짱'으로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다 외워 읊조리기도 하는 문학소녀 김이선. 같은 동네 고교생 한영진은 그녀를 좋아하면서도 막상 그녀 앞에 서기만 하면 마음과 달리 어색해서 몸 둘 바를 몰라한다. 김이선도 그런 그에게 호감을 가지지만 둘의 운명은 묘하게 엇갈리고, 결국 두 사람은 젊은 시절을 다 보낸 후 고향에 내려와 노인요양원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무대는 젊은 날의 학생 한영진과 늙어 요양원에 온 노인 한영진을 교차하여 보여주기도 하고 때론 학생 한영진과 노인 한영진이 각자의 처지에서 거울을 통해 대화하는 모습 등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대비시켜 나간다. 어설프고 용기 없던 탓에 결코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여러 번 놓쳐버렸던 과거. 이제는 정말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을까?

 

사람은 모두 운명적으로 늙을 수밖에 없다. 주인공 한영진과 김이선이 겪는 일들은 좋든 싫든 결국 미래의 내 얘기가 될 수밖에 없다. 요실금, 치매 등이 나오는 황혼의 로맨스가 결코 향기롭지는 못할지라도 충분히 따사로울 수는 있어 보인다. 봄날의 햇살 속 벤치 위에서 잠시 낮잠에 빠져들기라도 하듯.

 

주인공 한영진 역에 이영하와 김창완, 오광록이 트리플 캐스팅으로 나온다. 김이선 역의 뮤지컬 배우 서지영을 제외하면 이항나, 김기천, 박수영, 김기범, 이주승, 박하선, 이세나, 김도연, 이지혜 모두 최소 두 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로 꾸며졌다.

 

▲ 연극 <낮잠> 프레스콜 하이라이트
ⓒ 문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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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연극 낮잠, #오만석 연출, #허진호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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