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석탑 중에는 참으로 아름답고 기묘한 탑들이 많다. 이렇게 뛰어난 미를 간직한 아름다운 탑들은, 탑의 조성시기나 석공의 기능에 따라 달라진다. 충북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에 있는 보물 제94호 사자빈신사지 석탑.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충주와 제천의 문화재를 답사하기 위해 지나던 길에 다시 들린 빈신사지.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에 빈신사지, 눈이 쌓인 절터에 덩그러니 서 있는 석탑. 볼 때마다 조금씩 느끼는 바가 다른 것은, 아마 그만큼 우리 문화재에 대해, 나름대로 눈을 뜨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사 사자 석탑의 백미

빈신사지 석탑은 국보 제35호인 구례 화엄사에 있는 사사자 석탑과 같은 유형이다. 이러한 사사자 석탑은 몇 기가 전하고 있으며, 빈신사지 석탑은 시기적으로 보아 신라 때 석탑인 화엄사 석탑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빈신사지 석탑은 조성 연대와 목적이 확실하다. 그것은 기단에 명문을 음각해 놓았기 때문이다. 명문에 보면 고려 현종 13년인 1022년에 조성을 했으며, 왕의 장수와 국가의 안녕, 불법의 융성으로 인해 적인 거란족을 영원히 물리칠 수 있기를 염원해 세웠다고 적고 있다. 이 석탑은 명문을 보아 처음 조성했을 때는 9층 석탑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받침돌 위에는 사각의 하대가 놓여있고, 상부에는 두터운 테를 둘렀다. 그 밑에는 각 면을 파서 3개의 안상을 새겨 넣었다. 꽃문양이 그려진 안상은 고려시대 석탑 등의 기단에서 보이는 수법이다. '몹쓸 적들이 영영 물러갈 것을 기원하며 고려 현종 13년(1022년) 월악산 사자빈신사에 구층 석탑을 세웠다'는 10행 79자의 글이 명문으로 음각되었다. 명문을 새긴 중석의 네 모서리에는 우주를 새겨 넣었다.

상층 기단의 특별한 구성 

상층 기단의 중석은 이 빈신사지 석탑의 가장 뛰어난 부분이다. 네 마리의 사자가 머리에 갑석을 이고 있는데, 이 네 마리의 사자는 다 다르게 조형이 되었다. 특히 앞쪽에 있는 좌우 두 마리의 사자는, 고개를 약간 비스듬히 돌려 사선으로 밖을 보고 있다. 뒤편의 두 마리는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네 마리의 사자가 지키고 있는 안에는 비로자나불의 좌상이 자리하고 있으며, 네 마리의 사자가 받치고 있는 옥개석의 중앙에는 연꽃이 양각되어 있다. 이 연꽃은 가운데 연밥을 두고 주변에 꽃잎을 새겨 넣었다. 조금 투박하기는 하지만, 그 조각 솜씨가 뛰어나다. 현재는 위로 5층의 몸돌과 4층의 옥개석만이 남아있다. 그러나 현재의 탑만으로도 고려 시대 석탑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간직하고 있다.

네 마리의 석사자는 그 모습이 다르게 조성이 되었다. 석사자는 고려시대에 문 앞이나 계단 입구에 세워, 사악한 기운을 쫒고 그 지역을 보호한다는 의미로 세웠다. 정면 좌우에 있는 두 마리의 사자는 입을 벌리고 금방이라도 무엇을 향해 달려들 것만 같은 모습으로 조각하였다. 뒤편에 있는 두 마리는 입을 다문 형태이다. 이 네 마리의 사자는 모두 갈기가 있어, 수사자임을 알 수 있다.

두건을 쓴 비로자나불

빈신사지 석탑의 상층 기단에 조성된 비로자나불. 머리에는 두건을 쓰고 있는데, 그 두건이 등까지 길게 내려 어깨를 덮고 있다. 이 석불좌상이 비로나자불이라고 하는 것은 수인으로 인해서다. 비로자나불은 '지권인(智拳印)'을 하기 때문이다. 지권인이란 왼손의 집게손가락을 펴서 바른손으로 감싸 쥐는 형태이다. 이 비로자나불을 노사나불이라고도 하는데, 비로자나불은 대승불교의 화엄경을 보면 시방제불의 전체를 포괄하는 법신불이라고 한다.

진산시지 석탑에 조성된 비로자나불은 머리에 두건을 쓰고 머리 뒤편에 나비고름을 내어 묶었다. 그리고 천은 등까지 내려왔으며, 주름진 형태로 양 어깨를 덮고 있다. 이마에는 백호를 새겨 넣었고, 눈은 눈초리가 양편으로 치켜 올라갔다. 코는 뭉툭한데 입과 거의 붙어있다. 인중이 잘 표현이 안 되고 입술이 두터워 조금은 이상하게 보인다. 목에는 삼도가 뚜렷하고, 법의는 양 팔목까지 덮여 주름이 져 있다. 법의와 두건이 합쳐진 목 부분은 투박한 모습이다.

고려 현종 때에 조성된 사자빈신사지 석탑. 이 석탑을 조성하면서 새겨 놓은 명문대로 거란을 영원히 물리치기를 빌었다. 그리고 왕이 장수할 것을 바랐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이 탑은 호국탑으로 세웠을 것이란 생각이다. 천년이나 되는 세월을 그렇게 서 있는 빈신사지 석탑. 그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이 나라의 평안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