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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성추행 예방법에 대해 몇 가지 소개한다. 또한 지하철 내부에 이와 관련한 다양한 홍보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현재는 예방에 대한 지하철 관계 기관의 홍보가 너무 부족하다).

먼저 오늘 오마이뉴스 박정호 기자가 쓴 '여성들의 옷차림이 지하철 성추행 증가 원인?'이라는 블로그에 대해 경찰관으로서 일부 반박한다. 다음은 박 기자가 쓴 블로그의 일부다.

기사 중간 부분에 '경찰의 분석이 정말 가관입니다. "여성들이 옷차림이 가벼워지면서 추행 사범이 덩달아 늘어났다"고 합니다. 날씨가 따뜻해져 여성들의 노출이 심해진 게 성추행의 증가 원인이라는 거죠'라고 했다.

그러나 여성의 복장과 성추행에는 충분한 연관성이 있다. 이는 성추행범들도 그렇게 진술하고 있다. 대부분의 성추행범들은 즉흥적인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고 상당히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다. 성추행범들은 지하철을 타기 전에 자신의 범행 대상을 찾은 뒤에야 지하철에 타고 범행을 저지른다. 이때 범인들은 여성의 복장 노출이 심한 경우를 대상으로 삼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성추행범의 촬영 사진을 일부 음영처리 했다
▲ 지하철 성추행 몰카 장면 실제 성추행범의 촬영 사진을 일부 음영처리 했다
ⓒ 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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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7월 21일 오전 8시 양모씨는 2호선 신도림역에서 20여 분 넘게 서성이다가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피해자 여성의 뒤에서 성추행했다. 그는 범행 대상을 여성의 외모와 노출 정도를 보고 골랐다는 것이다. 이는 계절별로도 뚜렷하다. 평균적으로 1, 2월의 경우에는 20~30건씩 발생하지만 6, 7월에는 각각 53건, 51건으로 증가했다. (서울경찰청 지하철수사대 통계다. 경기, 인천경찰청을 합할 경우 더 늘 것이다.)

물론 박정호 기자가 지적한 대로 "여성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졌다는 설명보다, '겨울에는 남성들이 외투 등으로 가리면서 추행을 하다가 옷차림이 가벼워지면서 추행하는 모습이 눈에 잘 띄게 됐다'는 말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라는 말에도 어느 정도 공감은 할 수 있다.

지하철 성추행 범죄의 경우 대부분 피해자의 신고보다는 범행 현장을 목격한 지하철경찰대 수사관들에 의해 검거되는 건수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추행범들 자체가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계절을 이용하는 것이 더욱 크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빈집털이범들이 여름에 많이 활동하는 것도 겨울철에는 가정에서 문단속 등을 철저히 할 뿐만 아니라 집을 비우는 경우 또한 적기 때문이다. 이와는 정반대적인 상황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출퇴근시간이나 성추행범이 노리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고 여성들의 복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성추행을 예방할 수 있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정호 기자가 언급한,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어떻게 여성의 노출이 성추행을 증가시킨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너무 남성 위주로 생각하네요. '여성부터 옷차림에 신경써라'고 윽박지르는 것 같습니다. 성추행을 할 생각이 없던 남자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자를 보고 충동적으로 추행을 했다는 식이네요. 앞서 승강장에서 기다리다가 범행 대상이 나타나면 함께 지하철에 올랐다는 설명과는 전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라는 부분은 여성의 옷차림에 신경 쓰라거나 입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그런 옷을 입었을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면 범죄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또한 책임과 의무라고 해도 무리는 없다고 본다.

본론으로 지하철에서 성추행 범죄 예방에 대해 소개한다. 먼저 성추행은 친고죄다. 친고죄란 법률상의 용어다. 이는 범죄의 피해자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 고발이 있어야 공소할 수 있는 범죄입니다. 형법상 간통죄, 강간죄, 강제추행죄, 모욕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만큼 피해 여성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한 범죄가 지하철 성추행 범죄다.

성추행범이 자신의 특정부위를 여성의 엉덩이에 가까이하는 모습을 일부 음영처리 했다.
▲ 지하철 성추행 장면 성추행범이 자신의 특정부위를 여성의 엉덩이에 가까이하는 모습을 일부 음영처리 했다.
ⓒ 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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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상황별 대처 요령이다.

첫째, 지하철역 계단의 경사가 상대적으로 가파르고 에스컬레이터가 긴 곳에서는 가방을 뒤로 메거나 손에 들고 있는 책 등을 뒤쪽으로 하고 이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자세를 옆쪽을 향해 서 있는 것도 범죄예방에 좋다. 실질적으로 최근 늘고 있는 '지하철 몰카' 피해를 보면 급경사의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가 긴 곳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가벼운 신체 접촉이라도 현장에서 즉시 불쾌한 반응을 보이며 대응해야 한다. 지난 7월 1일 오전 8시 경에 최모씨는 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서 사당행 지하철을 탔다. 당시 그 시간은 지하철이 가장 혼잡한 시간이었다. 승객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최씨는 한 여성의 등 뒤에 서서 자신의 신체 특정부위를 여성 엉덩이에 비벼대다가 순찰중이던 지하철경찰대 수사관에게 검거됐다. 문제는 검거될 당시까지 피해여성은 어떠한 반응을 보이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피해 여성들은 불쾌감을 느끼거나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도 쉽게 반응을 보이지 못한다. 이는 또 다른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인들은 여성들의 이런 약점을 악용해 더욱 과감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셋째, 혼잡한 지하철에서는 가급적 제일 앞쪽이나 뒤쪽 칸을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성추행범들은 항상 자신의 범행이 발각될 경우 도주할 수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범행을 저지른다. 그렇기 때문에 지하철의 첫 번째 칸이나 맨 뒤 칸에서는 한쪽으로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범행 장소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첫 번째 칸에서는 역무원의 도움도 바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범인을 검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넷째, 휴대전화를 활용한 <112>신고 문자메세지를 적극 활용한다.
실질적으로 피해 여성들의 범죄 신고는 20% 내로 범죄 신고율이 저조한 실정이다. 그 이유로는 여성들이 느끼는 수치심이나 모멸감 등으로 신고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만약 성추행범을 보거나 자신이 피해를 당했을 경우에는 휴대전화를 꺼내 자신이 타고 있는 지하철 칸번호와 이동 방향을 함께 발송하면 신고 접수가 된다(예를 들어 '2호선 시청에서 신촌방향 ooo번호에서 검정색 점퍼착용 20대 남성 성추행범 도와주세요'라고 보내면 된다) 또한 자신이 통과하는 역을 함께 문자로 보내줄 경우 경찰은 지하철 측에 확인해 해당 지하철의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범인 검거에 큰 도움이 된다.

다섯째, 낯선 남성이 자신의 뒤쪽으로 다가오거나 혼잡한 지하철 내에서는 등을 보이기보다는 45도 각도를 위치해 서면 좋다. 마주보는 자세보다는 옆으로 자세를 조금만 바꿔서 이동하더라도 범인을 쉽게 범행을 포기한다. 발을 움직이기 어려울 경우에는 어깨만 조금 틀어줘도 범죄 예방에는 큰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과감하게 자리를 옮길 수 있을 경우 다른 자리로 피하는 게 좋다. 또한 주변 상황을 살펴 큰 소리로 주위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범인이 흉기를 소지하거나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에 대비하면서 신속하게 현장에서 벗어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추행범들은 피해 여성이 신고를 손쉽게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적극적인 신고와 대처다.

끝으로, 지하철 내에는 다양한 광고 게시물들이 있다. 모니터를 활용한 영상 광고까지 봇물을 이룰 정도다. 그 가운데 지하철 성추행에 대한 광고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만약 성추행범의 신상을 지하철 내부 게시판 등에 공개한다면 분명 성추행 범죄는 확연하게 줄어들 것이다. 실질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그렇다면 이를 활용한 범죄 예방 홍보를 지하철 관계 기관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또한 글 작성에 조언을 해주신 여경(수사과 등)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태그:#경찰, #성추행, #예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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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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