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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도서관
 느티나무 도서관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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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동영상으로 나오는 CF 보신 적 있나요?

아이들의 돼지저금통도
할머니의 쌈짓돈도
아빠의 비상금도
아낌없이 모아 1억이 되었습니다.
우리마을 희망의 도서관이 되었습니다.
세상을 밝히는 희망의 돈
국민이 만듭니다.

국민은행에서 만든 광고인데, 제목이 '반송동 사람들의 돈'입니다. 부산 반송동 주민들이 세운 느티나무 도서관 이야기입니다. 40초짜리 짧은 광고이니 아래 동영상을 꼭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지난 월요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에 있는 느티나무 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지역 주민운동의 모범적인 사례를 함께 탐방하고 연구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해운대구 송정동의 사회적 기업 '막 퍼주는 반찬가게'와 '느티나무 도서관'을 방문하였습니다.

▲ 반송동 사람들의 돈 국민은행 광고, 반송동 사람들의 돈
ⓒ 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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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도서관은 부산 반송동에 있는 자그마한 도서관입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각층 건평 35평 정도의 작은 면적인데 참 쓸모있게 지어진 건물이었습니다. 아마, 주민들의 요구를 잘 반영한 독창적인 설계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35평이면 흔히 볼 수 있는 30평대 아파트 크기인데 직접 가서 보면 훨씬 넓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건축비와 토지 매입비를 포함하여 3억 6천여 만 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외부지원금과 각종 프로젝트, 국민은행 광고 수입 등을 제외한 절반에 가까운 돈을 마을 사람들이 모금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을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모금을 해 본 사람들은 이것이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는 것을 다 압니다.

느티나무 도서관 건립과정을 소개하는 안내판
 느티나무 도서관 건립과정을 소개하는 안내판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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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1억을 기부해 줄 독지가를 찾는 방식으로 도서관만들기 운동을 하였지만, 이내 1만원씩 1만 명을 모금하여 1억 원을 모금하는 운동으로 전환하였으며, 마침내 목표를 초과하여 1억 6천여 만 원을 모금하였다고 합니다.

일만 명이 일만 원씩 일억 원 모금

최근에는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마을도서관이나 어린이 도서관에 관심을 갖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면서 곳곳에 주민밀착형 작은도서관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자체가 세운 도서관과 느티나무 도서관은 정말 차원이 다른 도서관이더군요.

지자체가 세운 도서관은 조금씩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자치단체인 시가 주인이고 시민은 그냥 적극적인 이용객일 뿐입니다. 그런데, 느티나무 도서관은 다름니다. 모금에 참여한 마을 주민들이 모두 주인입니다. 뿐만 아니라 매월 1만 원 이상 회비를 내는 400여명이 넘는 후원회원은 알짜배기 주인입니다.

느티나무 도서관 건립에 참여한 후원자들
 느티나무 도서관 건립에 참여한 후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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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도서관은 반송지역에서 주민운동을 하는 '희망세상'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마을도서관입니다. 이 단체 사무국장이 김혜정씨는 희망세상의 다음 목표는 재정 자립이라고 합니다.

"희망세상 2009년 목표는 3년간 천 명의 회원을 조직하는 것이다. 희망세상과 느티나무 도서관은 대중단체이고 주민들이 함께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희망세상의 발전은 없다. 3년 안에 천 명의 회원을 조직하여 재정적으로도 자립하고 활동에서도 획기적인 변화 발전을 이룩하는 것이 올해의 가장 큰 목표이다. 1년에 330명,  매달 30명씩 회원을 늘려야 한다."

희망세상 김혜정 사무국장
 희망세상 김혜정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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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지만 참 '야심찬'(?) 목표, 부러운 목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왔을까요? 지역에 기반한 주민운동에서 이룩한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지역주민 5만 8천 명이 사는 동네에서 희망세상이 앞장서서 준비하는 어린이날 행사에 1만 명이 모여서 축제를 벌인다고 합니다. 2002년 지방선거부터 희망세상을 대표하여 구의원에 출마한 후보를 2회 연속으로 당선 시켰다고 합니다.

앞서 소개드린 느티나무 도서관은 불과 6개월 만에 기적 같이 세워졌습니다. 물론 행정의 뒷 받침과 외부의 적지 않은 지원과 협력이 있었지만, 그런 지원을 끌어낸 것도 모두 희망세상과 반송지역 주민들의 역량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아이들, 청소년들, 어른들이 책 읽고, 수다 떨고, 만나고, 소통하는 느티나무 도서관은 반송을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드는, 늘 새로운 희망을 일구는 터전이 되었더군요. 대한민국 곳곳에서 이런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이 '부산다운 건축상'을 받았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이 '부산다운 건축상'을 받았습니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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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느티나무, #도서관, #희망세상, #반송,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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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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