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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 덕수궁 인근 시립미술관 시민추모제 현장]

취재 : 김영균 이경태 선대식 김환 기자 / 총괄 : 이한기 기자
사진 : 남소연 기자 / 총괄 : 권우성 기자
동영상: 김윤상 기자 / 총괄 : 이종호 기자

정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장소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가운데 27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모인 일부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영정과 '근조 민주주의' 관을 앞세우고 거리로 뛰쳐나가려 하자 경찰이 막고 있다.
 정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장소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가운데 27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모인 일부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영정과 '근조 민주주의' 관을 앞세우고 거리로 뛰쳐나가려 하자 경찰이 막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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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장소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가운데 27일 저녁 서울 정동 로타리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모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힌 채 생전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고 있다.
 정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장소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가운데 27일 저녁 서울 정동 로타리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모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밝힌 채 생전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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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6신 : 28일 0시]

추모제 끝났지만... 덕수궁 돌담길 지키는 시민들

27일 밤 10시 20분 시민추모제 공식 행사가 끝났지만, 덕수궁 돌담길과 대한문 앞은 여전히 수많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경향신문사에서 정동로터리를 지나 대한문에 이르는 길에는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시민악단 4명이 모여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 등 노래를 부르면, 주변에 둘러선 시민들이 따라서 합창을 하는 중이다.

옆에선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학접기'가 한창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색종이를 나눠주면 추모제에 참가했거나 지나가는 시민들이 종이학을 접어 박스에 넣고 있다. 이 종이학은 봉하마을로 보내질 예정이다. 밤 11시 현재 수백마리의 종이학이 박스에 담겼다.

또 한쪽에선 촛불에 둘러싸인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큰 천에 그려져 바닥에 깔려 있다. 시민들은 이 그림 옆에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대고 있다.

이 밖에도 차가운 돌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은 시민들은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물을 틀어주는 스크린 앞에도 수십 명의 시민들이 떠날줄을 모른다.

27일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덕수궁 돌담길 촛불행렬은 길게 늘어 서 있다.
 27일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덕수궁 돌담길 촛불행렬은 길게 늘어 서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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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덕수궁 돌담길 촛불행렬이 길게 늘어 서 있는 가운데, 돌담길 옆 시민들이 추가로 마련한 분향소에는 노 전 대통령과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이 함께 모셔져 있다.
 27일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덕수궁 돌담길 촛불행렬이 길게 늘어 서 있는 가운데, 돌담길 옆 시민들이 추가로 마련한 분향소에는 노 전 대통령과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이 함께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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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앞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흰국화를 든 시민들로 여전히 붐비고 있다. 한 갈래는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또 한 갈래는 태평로를 따라 반대방향으로 늘어선 시민들은 대한문 앞으로 모이고 있다.

대한문 앞 분향소에는 원혜영 민주당 의원이 상주를 맡아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분향소 왼쪽으로는 '이명박 대통령 탄핵 청원'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시민추모제에는 서울시민 1만여 명(주최측 추산, 경찰 4000여 명)이 참석했다. 경찰은 32개 중대 2500여 명을 서울시청과 덕수궁 주변에 배치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5신 : 27일 밤 10시 35분]

'진혼굿'으로 공식 행사 마무리... "우리 모두에게 숙제가 남겨져 있다"

밤 10시 20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진혼굿'을 마지막으로 시민추모제 공식 행사가 끝났다. 시민추모제가 마친 뒤 사람들은 '아침이슬'과 '솔아 푸르른 솔아'를 함께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회를 맡은 천준호 KYC 대표는 "오늘은 추모행사인만큼 더 남아 있지 말고, 안전하게 귀가하기 바란다"고 마지막 방송을 했다.

진혼굿에 앞서 시민추모제에서는 추모사와 추모노래, 추모시 등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추도시와 추도사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보냈다. '노래를찾는사람들'(노찾사)이 '광야에서', '타는 목마름으로' 등을 부를 땐 수천 명의 시민들이 합창을 했다. 수천 개의 촛불도 좌우로 일렁이며 하나가 됐다. 특히 추모사가 헌정한 이들은 모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다짐을 밝혔다.

자신을 영등포에서 온 주부라고 소개한 정미경씨는 "저에게는 80년 5월이 아직도 가슴 아픈 날로 남아있고 그때 그 피가 식지 않았는데 2009년 5월 또한 너무나 가슴 아픈 그런 날일 것 같다"고 고백했다.

정씨는 "무엇이 그를 데려갔는지 비통할 따름이고 너무나 무심하게 지켜주지 못한 우리들의 무책임도 밉지만 한없이 자책에 빠져 있거나 좌절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가 마지막으로 떠난 그에게 베풀어줄 수 있는 노래"라고 말했다.

유지나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는 "(유서 중) '책을 읽을 수도 없다'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무너진다"며 "힘들고 외로울 때, 고뇌에 빠져 허우적댈 때 책도 읽을 수 없다면 죽음과 같지 않았겠냐"고 탄식했다.

유 교수는 이어 "우리의 연인, 오빠, 형님으로, 우리 모두의 친구로 가신 아름다운 인간꽃, 당신의 뿌린 씨앗을 꽃 피워가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의 방향"이라며 "소명을 깨우쳐주신 그분께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경배를 올린다"고 추도사를 마무리지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 대표인 이석태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을) 이제는 저승에서나 선배님이라 부를 수 있게 됐다"며 슬픔을 드러냈다. 이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 당신은 무엇보다 학벌과 지역주의를 초개와 같이 버렸다"며 "이제 우리 모두에게 숙제가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

추모시 '우리가 당신을 버렸습니다'를 헌정한 백무산 시인은 "오늘 우리가 한 인간에게 보내는 이 뜨거운, 열정을 이 뜨거운 감정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시인은 "우리의 감정이 정직하자면, 진실하자면 이 땅에 일어나는 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모든 폭력과 그에 희생되는 모든 분들에게 동일한 감정을 가져야 한다"며 "이것이 인간 노무현에게 보내는 최대의 예의가 될 것"고 말했다.

추모제는 끝났지만 시민들 계속 운집... "행동해야 한다" 주장도 나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27일 저녁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 모인 시민들이 색종이로 접은 종이학이 노 전 대통령 분향소 옆에 놓여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27일 저녁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 모인 시민들이 색종이로 접은 종이학이 노 전 대통령 분향소 옆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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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27일 저녁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 모인 시민들이 시민악단 연주에 맞춰 '함께 가지 우리 이 길을' 노래를 부르며 흐느끼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27일 저녁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 모인 시민들이 시민악단 연주에 맞춰 '함께 가지 우리 이 길을' 노래를 부르며 흐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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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덕수궁 돌담길 촛불행렬이 길게 늘어 서 있는 가운데, 자원봉사자로 나선 시민들이 분주히 쓰레기를 모으고 있다.
 27일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덕수궁 돌담길 촛불행렬이 길게 늘어 서 있는 가운데, 자원봉사자로 나선 시민들이 분주히 쓰레기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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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가 끝났지만 대한문 앞과 정동길 경향신문 입구에는 시민들이 계속 밀려들고 있다. 또 밤 9시 30분께 서울시청에서 서소문으로 빠지는 골목길에서는 300~400명 가량 시민들이 모여 자유발언을 통해 앞으로의 방향을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계속 투쟁하자"는 쪽과 "추모제로 끝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어 설전을 벌였다. 투쟁해야 한다는 쪽이 우세했다.

김정수(가명·35)씨는 "지금은 중대한 역사적 시점, 모든 국민이 지지했던 대통령이 기득권에 내몰려 죽었는데 행동하지 않는다면 역사에 대한 범죄"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노 전 대통령 재임 땐 양극화를 심화시켜서 내가 욕을 많이 했고 싫어했지만 그의 죽음으로 내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힘을 합쳐 서울광장을 둘러싼 경찰버스를 뚫자"고 호소했다.

김희대(20대)씨도 "오늘 봉하마을에 다녀왔는데,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조문했다고 한다"며 "이런 심정을 이 정권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이명박 정부는 남북 대결구도로 노 전 대통령 서거 분위기를 짓밟고 있다"면서 "우리는 깨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밤 10시 30분 현재 추모제를 마친 시민들은 덕수궁 방향으로 삼삼오오 빠져나가고 있다. 내일(28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 4당이 별도로 추모행사를 열 계획이다.

정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장소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가운데 27일 저녁 서울 정동 로타리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모행사에 참석한 스님들이 참회의 절을 올리고 있다.
 정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장소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가운데 27일 저녁 서울 정동 로타리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모행사에 참석한 스님들이 참회의 절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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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신 보강 : 27일 밤 9시 15분]

"독재타도" 노 전 대통령 영정-모형관 들고 서울광장 진입 시도

저녁 8시 15분께 덕수궁 대한문 앞에는 상복을 입은 시민들과 경찰이 잠시동안 마찰을 빚기도 했다. 상복을 입은 10여 명의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영정과 모형관을 들고 서울광장으로 나가기 위해 도로를 점거한 것.

경찰은 이들이 도로에 내려서자 인도로 밀어올리기 위해 함성을 지르고 밀어붙였다. 이에 대해 현장의 시민들이 거칠게 항의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한 시민은 "경찰은 이명박의 하수인"이라며 흥분했고, 또 다른 시민은 "서울광장을 열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복을 입은 사람들은 경찰이 막아서자 저녁 8시 25분쯤 다시 인도로 올라왔다.

대한문 앞에서는 현재섭 남대문경찰서장이 "차도로 내려서지 말라"는 선무 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현 서장은 "경찰은 추모제를 위해 경찰차까지 빼면서 길을 열어주고 있다"며 "시민들도 안전하게 추모제를 치렀으면 하고, 차도로 내려서지는 말라"고 거듭 호소하는 중이다.

하지만 흥분한 시민들이 계속 도로를 점거하려고 시도하고 있어 대한문 앞은 그야말로 '불꽃'만 일어나면 터질 듯한 분위기다. 대한문 앞은 추모제를 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발디딜 틈도 없다. 함성과 경찰 호르라기 소리가 뒤섞이면서 매우 혼란스런 상황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도 계속 울려퍼진다. 시민들은 "독재타도", "명박퇴진"을 외치며 경찰과 맞서고 있다.

행사용 차량을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도 서울광장 옆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주변에서 계속 경찰과 대치 중이다. 현장에는 송영길, 김민석 최고위원과 원혜영 전 원내대표, 이석현, 안민석, 박영선, 김유정, 강기정 의원, 정범구 대외협력위원장 등이 나와 있다.

정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장소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가운데 27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모인 일부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영정과 '근조 민주주의' 관을 앞세우고 거리로 뛰쳐나가려 하자 경찰이 막고 있다.
 정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장소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가운데 27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모인 일부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영정과 '근조 민주주의' 관을 앞세우고 거리로 뛰쳐나가려 하자 경찰이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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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하얀 종이에 추도사 채워... 책 엮어지면 봉하마을로 보낼 예정

정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장소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가운데 27일 저녁 서울 정동 로타리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모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흐느끼고 있다.
 정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장소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가운데 27일 저녁 서울 정동 로타리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모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흐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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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시립미술관 앞 추모제는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울지 마라~"

저녁 8시 45분께는 다시 서울시립미술관 앞에선 합창이 울려퍼졌다. 덕수궁 방향 쪽으로 설치된 무대 차량의 영상 송출이 원활하지 못해 잠시 행사가 중단됐지만 시민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며 환경의 열악함을 이겨나가고 있다.

시민추모위가 준비한 행사 차량은 현재 덕수궁 방향과 정동 극장 방향 양쪽에 설치됐다. 정동극장 방향엔 수천 명이 넘는 시민들이 빈틈없이 앉아있다. 덕수궁 분향소 추모객의 행렬로 앉지 못한 시민들은 가로수 옆에 빽빽하게 서서 추모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추모행사는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불교 등 4대 종단의 추도사 후 추모영상 상영이 이뤄졌다. 인터넷 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곡으로 떠오른 'We blieve' 동영상과 생전 사진과 노 전 대통령의 육성을 담은 영상이 흘러나오자 곳곳에서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한 손에 촛불을 들고 나머지 한 손으로 눈물을 닦는 이들의 모습은 쉽게 보였다.

이후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여는 말'을 통해 "현 정부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르는 냉혹한 정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윤인순 대표는 이어 "지금은 모든 영역을 뒤로 하고, 누구도 원망말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기 위해 모였지만 살아 남은 우리는 슬픔을 딛고 성찰과 통합, 새로운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전임 대통령 서거에 예우도 제대로 못하는 속 좁은 정치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자"며 "시민추모위는 오는 31일까지 노 전 대통령 추모기간으로 정해 슬픔과 분노를 넘어 고인의 유지를 마음 속 깊이 새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밤 9시 시민들은 시민추모위에서 나눠준 하얀색 종이에 자신들의 '추도사'를 담고 있다. 시민추모위는 이를 책으로 엮어 봉하마을로 보낼 계획이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서는 지난해 6월 촛불정국과 같이 곳곳에서 음악연주와 문화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주변에 모여앉아 자유롭게 음악을 즐기고 있다. 김한조(34)씨 등 부천에서 온 젊은미술가 4명은 덕수궁 돌담길 한쪽에서 4~5미터에 달하는 대형천에 추모의 뜻을 담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을 그리고 있다.

정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장소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가운데 27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모인 일부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영정과 '근조 민주주의' 관을 앞세우고 거리로 뛰쳐나가고 있다.
 정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장소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가운데 27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모인 일부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영정과 '근조 민주주의' 관을 앞세우고 거리로 뛰쳐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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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부터 고교생까지... 추모제 자원봉사 '눈에 띄네'
27일 저녁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제가 열리는 서울시립미술관 앞과 덕수궁-정동길 주변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대한문 앞에 있는 분향소에 헌화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은 덕수궁 돌담길을 돌아 <경향신문> 앞까지 뻗어나가 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민들이 몰려드는 자리에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들은 '시민 자원봉사'라는 파란색 명찰을 달고 줄을 선 사람들 중간중간에 자리잡고는 물병과 양초, 근조 리본을 나눠주고 있다. 자원봉사자는 어림잡아 100여 명에 달한다.

특히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많다. 서울 독산동에서 온 정진(15)양은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는데 앉아 있으면 안될 것 같아서 학교 끝나고 바로 왔다"고 말했다. 정양은 "노 전 대통령은 청소년위원회를 만드는 등 우리를 위해 정치를 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일제고사 시행 등 학생들을 위한 정치는 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노 전 대통령을 지켜드리지 못한 것 같아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자원봉사에 나선 정해솔(15)양도 "노 전 대통령은 다른 정치인과 다르게 부정부패하지 않고, 권력 남용도 안 했다고 안다"며 "오늘 늦게 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온 송성은(12)양도 "학원을 빠지면서까지 참석했다"고 자랑했다. 송양은 "노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였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노력한 것도 안다"면서 "좋은 일 많이 하신 대통령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3신 보강 : 27일 저녁 8시 30분]

"우리를 제발 슬플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27일 저녁 7시 서울광장에서 열린 예정이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추모제 '기억하겠습니다'가 30분이 지나서 서울시립미술관 앞 공터에서 시작했다.

끝내 서울광장이 열리지 않자, 시민추모위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장소를 옮겨 저녁 7시 30분부터 시민추모제 '기억합니다'를 시작했다. 작은 앰프와 마이크로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모두가 귀를 기울였고 공터에 마련된 70cm 높이의 돌의자가 무대가 됐다.

사회를 맡은 천준호 KYC 대표는 "서울광장 사용이 불허되고 방송 차량 등을 경찰이 내주지 않는 이 상황이 당황스럽고 분노가 솟지만 표현하기 여의치 않다"며 "적어도 장례식이 끝나는 29일까진 경건한 마음으로 평화롭게 보내자"고 말했다.

그러나 천 대표는 "너무 아프고 슬플 땐 슬픔을 표현해야 한다"며 "우리를 제발 슬플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참고 또 참고 기억해야 할 순간이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들은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앞 공터로 모였으며, 현재 약 2천여 명이 모였다. 조문을 마쳤거나 하러 가던 이들, 일터에서 나온 이들, 수업을 마친 이들이 조금씩 모여들더니 큰 원을 그리며 가득 채워졌다.

시민들이 간간히 합창하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아침이슬'은 주변의 추모객을 계속해서 불러 모으고 있다.

정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장소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가운데 27일 오후 행사준비를 위해 서울광장 입구에 미리 도착해있던 시민추모위원회 관계자들(사진 오른쪽 아래)을 경찰이 버스를 동원해 에워싸 막고 있다.
 정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장소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가운데 27일 오후 행사준비를 위해 서울광장 입구에 미리 도착해있던 시민추모위원회 관계자들(사진 오른쪽 아래)을 경찰이 버스를 동원해 에워싸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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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방송 차량과 무대 차량 내주지 않아 잠시 추모행사 중단되기도

저녁 8시, 시민추모위가 구한 새로운 방송 차량과 무대 차량이 서울시립미술관에 자리를 잡으면서 30분 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추모행사가 잠시 중단됐다. 시민들은 본격적인 추모행사 재개를 기다리며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민추모위원회가 원래 준비했던 무대 차량과 방송 차량은 이곳으로 오지 못했다. 행정안전부가 서울광장 사용을 최종 불허하면서 경찰은 광장 인근에 주차된 방송 차량 등을 포위하고 내주지 않았다.

민주당 안민석, 원혜영, 이석현, 강기정 의원 등이 이에 대해 1시간 동안 행사 차량을 내줄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이를 묵살했다. 강기정 의원은 "국민장을 방해하고 있는 행위다"며 "최소한 다른 곳에서라도 행사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하는데 행사 차량조차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녁 8시 15분부터 원불교의 추도사를 시작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추모제 '기억하겠습니다'가 다시 시작했다.

[2신 : 27일 오후 6시] 광장 들어가려던 실무팀, 경찰에 포위

정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장소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가운데 27일 오후 행사준비를 위해 서울광장 입구에 미리 도착해있던 시민추모위원회 관계자들을 경찰이 버스를 동원해 에워싸 막고 있다.
 정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 장소로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가운데 27일 오후 행사준비를 위해 서울광장 입구에 미리 도착해있던 시민추모위원회 관계자들을 경찰이 버스를 동원해 에워싸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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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서울광장은 열리지 않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추모위원회'(이하 시민추모위)는 27일 오후 "정부가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5시 50분께 시민추모제를 준비하기 위해 서울광장으로 들어가던 천준호 한국청년연합 대표 등 시민단체대표들과 실무팀들은 현재 20분째 경찰에 포위되어 있다.

시민추모위는 서울광장 대신 추모행사를 서울 덕수궁 돌담길 인근 서울시립미술관 앞에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시민추모위는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민간 주도의 추모행사가 집회로 번질 것을 우려하면서 행안부와 이날 오후 5시 15분부터 광장 사용에 대해 협상을 벌였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이와 관련해 "행안부 쪽에서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행정적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하려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며 불허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당초 행안부에서 시민추모위원회 대표들과 대화를 원할 땐 정부가 지금까지 서울광장을 막은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반성의 뜻을 밝히지 않았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는데 일말의 여지도 없이 깨졌다"고 말했다.

남윤인순 대표는 이어, "광장 사용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장과 협의가 다 된 부분인데, 행안부가 행사 시작 몇 시간 전에 시민추모위를 불러 일방적으로 불허를 통보했다"며 "이러려면 뭐하러 (시민추모위를) 오라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1신: 27일 오후 2시 55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추모제가 27일 저녁 7시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시민추모제 서울광장 이용과 관련해 이날 오전 11시 20분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한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추모위원회'(이하 시민추모위) 대표들은 "오 시장이 비정치·비폭력 행사가 보장된다면 광장 개방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며 "사실상 서울광장 개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시민추모위는 참여연대, 한국여성연합, 경실련 등 29개 시민·사회단체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 4개 종교단체로 구성돼 있다. 이날 면담에는 이대영 경실련 사무총장과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실천불교승가회 사무처장 효림 스님이 참석했다.

이대영 경실련 사무총장은 "다른 실무자들도 배석해 20여 분 정도 면담이 진행됐고 주제가 명확한 만큼 논의가 길어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또 "(시민추모위 대표들과) 만나기로 한 자체가 의지가 있다는 뜻 아니냐"며 면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어, "오 시장은 현재 노 전 대통령 장례가 국민장으로 진행되고 있어 행정안전부 등 장의위원회와 협의한 후 최종적으로 답변을 주기로 했다"며 "우선 오후 1시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실상 광장 사용을 승인한 것으로 보고 지금부터 추모행사 준비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 "비정치적·비폭력적 행사라면 광장 사용 목적과 부합"

이번 면담은 시민추모위가 지난 26일 광장 사용허가 신청과 함께 오 시장과의 면담을 수차례 요청한 끝에 이뤄졌다. 시민추모위는 지난 26일 보도 자료를 통해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평화롭고 안정적인 추모 공간으로 시청 광장을 개방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면담 과정에서 오 시장은 추모행사의 비정치성과 비폭력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도 서울시는 지난 24일 민주당이 추모 행사를 위해 서울광장 사용허가를 신청하자 "정당 행사는 서울광장의 조성목적인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에 맞지 않는다"며 사용을 불허한 바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 사무총장 등 시민추모위 대표들에게 "정치성을 배제할 수 있느냐, 폭력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시민추모위 대표들이 "추모행사이기 때문에 구호나 정치적 연설, 현수막 등은 없을 것"이라고 답하자 오 시장은 "평화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이 배제된다는 두가지 점이 보장되면 서울시 광장의 사용목적과 부합되기 때문에 반대할 뜻이 없다"며 "정부에 서울광장 사용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전제조건으로 내건 '비정치적 행사'가 실현 가능할지에 대해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추모행사인 만큼 정치적 요구를 모아나가는 행사가 아니다"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추모문화제의 취지에 맞게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또 "시민들이 스스로 만든 현수막 등을 통제하거나 할 순 없겠지만 정치적 행사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온전한 추모행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추모행사에 참석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오지 않겠냐"는 질문에 "촛불은 전 세계 공통적으로 추모의 뜻을 담고 있다"며 "추모행사에 (촛불이) 가장 잘 어울릴 것이라고 답했다.

시민추모위는 추모영상 상영, 추모노래 제창, 추모시낭독, 시민추모발언, 진혼굿 공연 등의 순서로 추모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분향소 앞 시민들, "애초 시청광장 막은 것은 비정치적이었나?"

이날 덕수궁 앞 분향소를 방문한 시민들은 서울광장 개방 소식을 반겼다. 그러나 서울시가 '비정치·비폭력 행사'를 강조한 것에 대해선 불쾌감을 드러냈다.

6개월 난 아이를 안고 온 한인섭(29)씨는 "애초 시청광장을 막은 것은 비정치적이었는지 묻고 싶다"며 "집이 멀긴 하지만 남편과 함께 추모행사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미경(26)씨는 "추모기간인 만큼 행사가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맞지만 경찰이 어느 선까지 지킬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차씨는 "경찰이 또 추모 음악 소리가 크다던가, 밤 12시를 넘겼다던가 하는 문제로 추모행사에 간섭하기 시작하면 또 다시 분쟁이 생길 것"이라며 "지금 너무 잘하고 있는 분향소의 자원봉사자들만 보더라도 시민들은 추모행사를 잘 치러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분향소 상황실의 한서정씨는 "노 전 대통령을 정말 잘 보내드리고 싶다"며 "시민들은 당연히 장례가 마치기 전까진 평화적으로 추모행사나 분향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특히 "서울시청이 이번 개방을 '시혜'를 베푼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며 "그것은 국민이 당연히 얻어내야 할 권리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앞으로 추모행사 외에 누구 혹은 어떤 행사를 막론하고 서울시청을 경찰버스로 막는 억압적인 행동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태그:#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서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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