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그 책임이 "노 씨 자신에게 있다"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김 교수는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며 비난하는 누리꾼들에 대하여 '폭도'라는 단어를 쓰며 그들의 글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폭도들의 손에 맞아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까지 해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지난달 1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것에 대하여 자신의 홈페이지에 '먹었으면 먹었다고 말을 해야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감옥에 가거나 자살을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써 누리꾼들의 빗발치는 항의를 받고 있다.

 

"사람이 죽었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라고 글을 시작한 김동길 명예교수는 여·야의 모든 지도자들과 청와대, 그리고 가게를 지키는 사람들과 길을 가던 사람들까지 모두 슬픔에 잠겨 있는 것에 대하여 "고종황제께서 붕어하셨을 때에도 이렇게까지 슬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쓰고 있다.

 

이어 "박정희 장군이 현직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생각이 부족한 어느 한 측근에 의해 피살되었을 때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면서, "그 참사는 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이기는 했지만 오늘과 같은 광경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언론매체가 왜 이렇게도 야단법석이냐"며 "노무현 씨가 산에서 투신자살했기 때문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가 노 씨 자살의 방조자인 것처럼 죽이고 싶어 하는 노사모님들"이라며 이들이 올린 글에 대해서는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후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일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노씨 책임

 

주변에서 테러를 당할 위험이 있다는 충고를 듣지만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살다가 늙어서 반드시 요를 깔고 누워서 앓다가 죽어야 한다는 법이 있냐"면서 자신은 (나이가) 여든둘이라며 "테러 맞아 죽으면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폭도들의 손에 매 맞아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사람"이라며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폭도'라고 쓰고 있다.

 

그는 이어 "'검찰이 노무현을 잡았다' 이렇게 몰고 가고 싶은 자들이 있느냐"고 묻고, "천만의 말씀! 노무현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뿐이다"고 쓰고 있다.

 

김동길 명예교수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25일 글을 올린 이후 얼마 가지 않아 홈페이지는 열리지 않고 있고, 26일 5시 30분 현재도 다운된 상태다. "죄송합니다. 링크가 깨진 것 같습니다"라는 메시지만을 보여주고 있다.

 

김동길 명예교수의 홈페이지 글 전문

 

이명박 대통령에게

 

지금은 할 말이 없습니다.

 

사람이 죽었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여·야의 모든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어떤 "은퇴" 정치인은 자신의 반이 떨어져 나간 것 같다고 비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청와대도 슬픔에 잠겼다고 들었습니다. 가게를 지키고 앉았던 사람들도, 길을 가던 사람들도 모두 슬픔을 금치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나라의 임금님이, 예컨대 고종황제께서 붕어하셨을 때에도, 그 시대에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백성이 이렇게까지 슬퍼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박정희 장군이 현직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생각이 부족한 어느 한 측근에 의해 피살되었을 때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궁정동의 그 때 그 참사는 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이기는 했지만 오늘과 같은 광경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모든 언론매체가 왜 이렇게도 야단법석입니까. 노무현 씨가 산에서 투신자살했기 때문입니까. 그러나 설마 국민에게 자살을 미화시키거나 권장하는 뜻은 아니겠지요. 내가 4월에 띠운 홈페이지 어느 칼럼에서 "노무현 씨는 감옥에 가거나 자살을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하여 이 노인을 매도하며, 마치 내가 노 씨 자살의 방조자인 것처럼 죽이고 싶어 하는 "노사모님들"의 거센 항의의 글이 쇄도하여 나의 홈페이지는 한참 다운이 되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나는 내 글을 써서 매일 올리기만 하지 내 글에 대한 댓글이 천이건 만이건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하도 험하게들 나오니까 내 주변의 가까운 이들은 "테러를 당할 우려가 있으니 혼자서는 절대 집을 나가지 말고, 밤에는 더욱이 외출 하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에 내 대답은 한결 같습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살다가 늙어서 반드시 요를 깔고 누워서 앓다가 죽어야 한다는 법이 있나. 테러 맞아 죽으면 영광이지." 아직은 단 한 번도 테러를 맞은 일이 없지만 앞으로도 마땅히 내가 해야 할 말을 하다가 폭도들의 손에 매 맞아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사람입니다. 어떤 위기에 처해도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지는 않을 겁니다. 나이가 몇인데요. 여든 둘입니다.

 

사법부는 노 씨에 대한 모든 수사는 이것으로 종결한다고 하니 이건 또 어찌된 일입니까. 그렇지 않아도 어렵게 된 검찰의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려는 속셈입니까. 이 나라에는 법은 없고, 있는 것은 감정과 동정뿐입니까. "검찰이 노무현을 잡았다." - 이렇게 몰고 가고 싶은 자들이 있습니까. 천만의 말씀! 노무현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뿐입니다. 이 비극의 책임은 노 씨 자신에게 있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세종뉴스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동길, #노무현 서거, #네티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