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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아름다운 옛 서독에서는 숲 속에 들어갈 때 구두소리를 내지 않게 하기 위해 신발을 갈아신거나 맨발로 걷게 하는 곳이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도 산행할 때는 일부러 엉성하게 삼은 짚신이나 헤어진 짚신을 신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초목이나 산새, 산벌레가 놀라지 않게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벌레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처럼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이 우리 조상들은 깊은 것이다.
 

지난 둘째 주 토요일 오후, 회사 근무를 마치고, 퇴근길 하는 길에 혼자 장산을 가볍게 올랐다. 해운대 장산은 특별한 산행 준비 없이 산책 코스도 다양해서 산행과 산책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부산 시민의 휴식터이고 쉼터 같은 산이다. 물이 좋고 계곡이 아름답고 정상에 오르면 부산 시내와 저 동래, 기장 등 전망이 좋다. 무엇보다 폭포가 있어 여름철에 가족과 함께 찾는 사람이 많은 장산. 양운폭포와 장원 폭포가 있어서 장산은 더욱 아름다운 산이다. 
 
장산은 그 어떤 도심의 산보다 오염되지 않아, 계곡물이 맑다. 그래서 맑은 계곡물에만 살 수 있는 다슬기 피라미 등 많이 산다. 아파트 단지와 가까워서 아침 등산과 약수물을 길러오는 주민들도 상당히 많은 숫자다. 그런데 산길을 내려오다 보니 물이 점점 흙탕물이다.
 

 
포클레인 한대가 숲이 좋고 계곡이 좋았던 산림을 파헤치며 공사를 하고 있었다. 지나다니는 주민과 산꾼들이 혀를 끌끌 찬다. "자연 보호 하자면서 대체 무슨 공사를 하는 건지 대천 호수가 완전히 흙탕물입니다. 이런 흙탕물이 맑아지려면 얼마나 걸릴지 그리고 흙탕물이 되면 물고기들이 살 수 있을 지 걱정 스럽습니다. 그냥 가만 두어도 좋은 숲을 왜 이렇게 훼손하는 것인지 이유를 알 수 없네요..."
 
 모두들 공사 하는 현장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 마디씩 던지며 지나갔다.
 

도심 속의 산들은 해마다 산소나 피톤치드(대개 식물들은 나름대로 생장이나 증식을 늦추거나 억제하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 등의 결핍이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 장산은 해운대의 18경의 하나. 손을 대지 않는 산 그 자체가 하나의 자연 속의 금강산인 산이다. 인공적으로 숲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자연의 입장에서는 훼손이 아닐까. 산과 숲을 파괴하면서까지 우리의 위락시설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굳이 있을까.
 
흙탕물 속에서 탁한 물이 싫다고 다시 물길을 상류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태그:#자연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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