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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에게 쉽고 친근한 미술을 전해주길 꿈꾼 큐레이터가 있다. 그의 이름은 문예진(34.샘표스페이스 큐레이터). 젊은 그가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국 많은 예술가들의 도움과 협력을 받으며 국내 최초의 인터넷 미술 방송국 '닷라인(http://www.dot-line.tv/)'을 만들어 냈다. 태양이 작렬하는 2008년 여름에도 그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에어컨조차 없는 작은 방송국 사무실에서 그를 비롯한 젊은 예술가들의 꿈은 땀방울 송곳 맺힌 열정으로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생생한 현장을 찾아갔다. |
세계 최초(?) 인터넷 미술 방송국! 닷라인에 가다
지난달 24일 목요일, 광화문 모 빌딩. 6층 사무실,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알록달록 디자인된 사무실이 나타난다. 인형 얼굴, 벽에 붙은 팸플릿, 분홍빛 타일 등이 인상적인 이곳은 분명 여느 직장 사무실과는 달라 보인다. 한 여름의 무더위에 에어컨조차 없는 사무실에 안쓰러운 마음마저 든다. 그런데 정작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무더위쯤은 아랑곳하지 않으니 그 이상한 사무실 디자인만큼 '특이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그런 이곳의 정체(?)를 알게된다면 그 '특이함'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왜냐하면 이곳은 국내 최초임은 물론 어쩌면 세계 최초의 인터넷 미술 방송국일지 모르는 '닷라인(http://www.dot-line.tv/)이기 때문이다. 그런 닷라인의 직원들은 땀방울 송곳 맺힌 채로 미술에 관심 많은 사람들의 미술 에어컨이 되기 위해 달려나가고 있다.
작고 아담한 닷라인 사무실에서 미술계를 뒤흔드는 혁명이 지금 시작되고 있는 중이다. 혁명이라는 거대한 표현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작은 변화쯤으로 정리 해두자. 어찌됐건 닷라인의 행보는 심상치 않다. 미술계의 분위기를 확 바꿔놓았다. 약간은 고리타분하고 무겁게만 느껴지던 미술계의 권위를 '가볍고 재밌게' 변화시킨 것이다.
닷라인은 예술가 돌발 인터뷰, 톡톡 튀는 전시회 리포트, 전시관 체험기 등 흥미롭게 유쾌한 방송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 어려운 미술을 쉽고 재밌고 친숙한 미술로 변화시켰다. 그래서일까? 이곳은 하루 평균 5천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아오는 인기 미술 방송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하다. 이 닷라인 방송국은 어떻게 처음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 닷라인 방송국의 시작에는 한 큐레이터의 꿈이 담겨 있었다. 24일 닷라인 방송국에서 만난 문예진(34)씨는 바로 이 미술 방송국을 상상하고 만들어 낸 사람이었다. 문씨에게서 닷라인을 만든 과정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꿈을 말하다
"쉬운 미술 방송국을 만들고 싶다는 것은 저의 오랜 꿈이었어요. 그래서 몇 년동안 큐레이터를 하며 모은 돈 1000만원으로 촬영장비를 사고, 인터넷 컴퓨터 서버를 사고 꽤 긴 준비끝에 시작을 하게 되었죠. 이후에 6명의 동료들이 함께 참여하게 되었죠. 닷라인 개국은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많은 친구, 동료들이 도와줘서 꿈을 실행 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는 결코 해내지 못할 일이었다. 방송국 준비 작업은 더뎠고 모아둔 돈을 다 써버릴 정도로 진행상황은 좋지 못했다. 하지만 문씨의 곁에는 같은 꿈을 가진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많은 예술가들이 닷라인 방송국의 완성을 물심양면 도왔다. 유명 아티스트 낸시랭은 공식 광고 모델을 자청했고, 브라운 아이즈로 유명한 화가 나얼도 방송국 개국 초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비단 이들 뿐만이 아니다. 일일히 언급할 수 없는 많은 예술가들이 디자인, 그래픽, 작품 인터뷰 등 많은 면에서 도움을 주었다. 그런 예술가들 덕에 문씨의 꿈은 계속 진행될 수 있었고 드디어 2007년 6월 7일 닷라인 인터넷 방송국이 첫 문을 열게 되었다. 그때를 생각하며 문씨는 수줍게 말한다.
"사실 처음 닷라인이 개국되었을 땐 몇명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오픈 날이 되서 깜짝 놀라고 말았죠. 너무나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왔고 급기야 서버가 다운이 돼버리는 사태가 일어난 거에요."
미술 방송국 '닷라인'은 그렇게 첫 출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닷라인에서 미술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방문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일일 트래픽양을 초과해 그때마다 따로 돈을 지불해야 하는 돌발 상황도 발생했지만 말 그대로 행복한 비명이었다.
"방문객들이 감상 소감을 메일로 보내줄 때가 많이 있어요. 닷라인 TV에서 인터뷰 한 예술가들이 아는 형, 누나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할 때가 가장 보람된 때인 것 같아요."
닷라인 TV! 한 여름의 시원한 미술 에어컨을 꿈꾸다
쉽고 재밌는 미술을 목표로 하는 닷라인 TV다 보니 그 만큼 재밌는 일화도 많이 있다. 조금은 딱딱해 보이던 예술가들도 닷라인 TV 앞에 인터뷰를 하면 유쾌한 표정으로 변했버렸기 때문이다. 문씨는 웃음을 띠며 말한다.
"한번은 한 지상파 프로그램과 같이 유명 미술가 선생님을 인터뷰 하게 되었죠. 그런데 지상파 방송에서는 근엄한 표정으로 말하시던 그 분이 닷라인 앞에서는 너무 유쾌한 표정으로 말씀하시는거에요. 그런 분위기 때문일까요? 인터뷰가 끝난 후에 그 지상파 프로그램 PD도 당신들처럼 재밌는 방송을 하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이렇듯, 닷라인에는 예술가들마저 사로잡는 그 무엇이 있다. 그리고 그 무엇에는 '꼬맹이'라는 닷라인 TV의 마스코트 인형이 큰 역할을 한 듯 싶다. 인터뷰에서 꼬맹이가 종횡무진, 황당한 몸동작을 통해 진지하던 예술가들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 꼬맹이 인형을 쓰고 돌발 인터뷰를 던지는 사람은 올해 서른 세살인 김경희씨. 한 여름,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인형 속에서도 김씨는 예술가들과의 유쾌한 인터뷰에 온 열정을 쏟고 있다.
"닷라인 미술 방송국이 신진, 작가들과 기성 작가들을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그들의 작품을 지원하고 키워 줄 수 있는 발판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렇게 열정으로 가득찬 젊은이들은 닷라인 미술 방송국이 목표로 삼고 있는 기치에 대해서 들려준다. 빛나는 꿈을 가진 예술가들이 만드는 미술 방송국 닷라인은 올 여름, 에어컨도 없이 달려나가고 있다. 자신들이 미술에 대한 갈증과 더위를 없애주는 미술 에어컨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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