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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7일 오전 8시 44분]

 

방송통신심의위가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1, 2편에 대해 시청자에게 사과하라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야당 추천 인사들인 엄주웅·백미숙·이윤덕 위원 등 3명이 반대 입장을 밝히며 항의성 퇴장을 한 뒤에 이뤄진 결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방통심의위가 '시청자에 대한 사과' 결정을 내려 MBC는 방송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려야 한다. 또한 이같은 징계는 재허가에 반영되는 방송평가에 감점(-4점) 요인이 된다.

 

방통심의위는 이날 "영어 인터뷰에 대한 오역으로 사실을 오인하게 한 점, 오역 및 진행자의 단정적 표현 등이 광우병이나 인간 광우병 관련 오보에 해당하는데도 바로 정정방송을 하지 않은 점 등이 심의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징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방통심의위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오늘(17일) 자체 회의를 열어 재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방통심의위는 KBS '뉴스 9'가 보도한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 관련 기사에 대해서도 '주의' 조치를 의결했다.

 

[1신 : 16일 저녁 7시] 

 

"대표자만 들어가겠다는데 왜 문을 잠그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기본적인 취재 상식도 없나?"

"항의서한 접수도 심의해야 하나보지?"

 

16일 오후 3시 목동 한국방송회관 19층, 60여명의 현업 기자, PD들이 MBC<PD수첩>에 대한 최종심의와 KBS<뉴스9>의 KBS 특별감사 보도에 대한 제재수위 결정이 이뤄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 전체회의장 앞에서 쏟아낸 말이다.   

 

이중 몇 명은 "9시 뉴스 징계는 KBS 기자에 대한 선전포고", "각성하라! 6:3 위원회", "9시뉴스에, PD수첩에 '시중'드니라 바쁘다 바빠"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심의위원회는 똑바로 심의하라"고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결국 10여분의 실랑이 끝에 양승동 한국PD연합회회장을 비롯한 대표자 4명이 들어가 박희정 심의위원회 사무총장에게 "심의위원회가 정치적인 잣대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현업 언론인들의 우려를 담은 서한을 전달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심의위원회는 1시간여가 지난 뒤 KBS <뉴스9>에 대해 "자사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 공정성과 관련한 방송심의 규정 9조를 어겼다"며 '주의' 조치를 내렸다. 현재 심의위원회는 MBC <PD수첩>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받고 있다. 의견진술이 사실상 제재를 전제로 한 것임을 감안할 때 <PD수첩>에 대해서도 곧 제재 조치가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신뢰도 1위 다투는 KBS와 MBC인데 정치적 이유로 심의 당하는 것"

 

이에 앞서 방송인총연합회와 '이명박정권 방송장악 저지행동', 현업 PD와 기자 등 60여명은 한국방송회관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의위원회가 방송을 장악하고 언론을 탄압하려는 이명박 정권의 수족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양승동 한국PD연합회장은 "지난 2일 열린 MBC <PD수첩> 심의 전체회의 때 보니 방송내용에 대한 심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정파성을 드러내며 6대3의 표결로 제재조치를 전제로 한 제작진 의견진술 결정을 내렸다"며 "이러한 심의위원회는 독립기구가 아닌 정권의 하수인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순기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KBS와 MBC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영향력과 신뢰도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는 언론사"라며 "이들에 대해 국민들은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데 외교·경제 모두 망친 정부가 자신들의 잘못을 방송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석태 SBS 노조 위원장도 "현재 심의위원회가 심의 중인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는 것"이라며 "방송법 32조의 심의기준은 보도 내용이 공익에 부합하느냐의 여부이어야 한다, 정부가 보기 불만스럽다고 공공기관을 동원해 핍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심의위원회를 규탄했다.

 

김정대 미디어행동 사무처장은 심의위원회 위원들을 향해 "똑똑한 정치검찰이 언론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 책임지기 어려운 부분들을 위원들에게 떠넘긴 것"이라며 "정치적 희생양이 되겠다는 미련스러운 결정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송쟁이가 봐도 <PD수첩>은 부럽고 잘 만든 프로그램"

 

심의 대상에 오른 프로그램의 현업 PD, 기자들도 심의위원회의 심의에 대해 쓴 소리를 토해냈다.

 

KBS<뉴스9> 편집팀의 손관수 기자는 "아무리 상식을 동원해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상황은 강도가 집에 침입해 주인이 '강도야'라고 소리쳤는데 경찰이 '강도야'라고 소리친 주인을 잡아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 기자는 이어 "현재 심의가 진행 중인 MBC<PD수첩>도 '방송쟁이'의 눈으로 봤을 때 부럽고 잘 만든 프로그램"이라며 "현장의 기자와 PD의 머리를 열어 사상을 검증하겠다는 식의 심의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MBC<PD수첩> 오동운 PD는 "조중동 등 일부 언론과 정부, 여당의 공격으로 죄인 아닌 죄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사과' 또는 '경고' 등 제재 형태의 심의 결과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도 "지금 상황은 상식과 몰상식, 진리와 거짓, 민주주의와 반민주주의의 대리전 형태"라며 "심의위원회의 제재 조치를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고 제재 조치가 나오는 순간 심의위원회는 MBC 노조의 투쟁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지금 심의위원회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일본인 6명, 한국인 3명이 심의를 진행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이지 절대로 정파적 입장에 의해 흔들릴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태그:#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론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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