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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 선감도(행정지명은 선감동) 일대 농지 임대료가 폭등해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 지역 공유지 관리가 부실해 불법 임야훼손과 임대농지 임차권 밀거래 등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기도가 2010년까지 공유지와 생태자원 등을 활용한 산림·해양관광단지 개발 계획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지역은 전체 면적의 78.6%가 경기도 공유지이며 관리는 안산시가 맡고 있다.

 

그러나 최근 현지 상황을 취재한 결과 경기도 공유지는 이미 오래 전부터 불법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임야는 일부 주민들에 의해 마구 훼손되고, 임대농지는 임차권 등의 밀거래를 노린 투기꾼들에게 포위당한 상태였다.

 

경기도 공유 임야, 무단훼손 심각... 공유지 관리 허술

 

"경기도 공유지 관리가 엉망입니다. 일부 주민들이 임야를 훼손해도 안산시는 변상금만 물리고 대충 넘어갑니다. 심지어 불법으로 나무를 베어내고 개간을 해도 원상복구 조치는커녕 되레 사용허가 내주고 사용료를 받습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주민 A씨)

 

"문제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투기세력들이 경기도 소유 농지를 임차한 일부 주민들과 짜고 외지인들에게 공유지를 불하받을 수 있다고 속여 임차권과 지상권을 팔고 사는 일도 많습니다. 거래액수는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이릅니다." (주민 B씨)

   

지역사정에 밝은 몇몇 주민들(신원보호를 위해 주민 A, B, C씨로 표기했다)의 증언이다. 이곳에서는 십수년 전부터 일부 주민들이 경기도 임야를 수백~수천㎡씩 불법 훼손해 사용하고 있지만 강력한 단속과 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또 무허가 부동산중개업자와 전직 공무원 등이 낀 투기세력에 의해 경기도 농지 임차권과 지상권이 밀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법적으로 도유지 불하가 불가능한데도 투기세력은 '불하'를 미끼로 임차권 전대 등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우선 문제의 산림훼손 현장들을 찾아 확인 취재에 나섰다. 이 가운데 산림훼손 정도가 심하다고 지적되는 곳은 마을 앞에 있는 속칭 '딴섬'(선감동 산54)이라는 야산이었다. 푸른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일 정도로 풍광이 좋은 이 산은 겉에서 보기엔 숲도 무성하고 멀쩡해 보였다. 그러나 산속으로 들어서자 산머리를 깎아 만든 거대한 포도농장이 나타났다.

 

포도밭 주변엔 철망 울타리가 쳐 있고 창고 용도로 보이는 컨테이너 박스도 놓여 있다. 또한 산 아래에서 포도밭으로 차량통행이 가능하도록 너비 약 4m, 길이 150여m 정도의 진출입로까지 닦아놓은 상태였다. 그야말로 산 머리는 깎이고 산 허리는 잘린 형상이었다. 

 

이 곳은 인근에 사는 장아무개(74)씨의 포도밭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유림 산 머리에 이처럼 대규모 포도농장 조성이 가능했던 것일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장씨의 부인 정아무개(65)씨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정씨는 "우리가 사용한 지 수십년이 됐다, 처음엔 조금 개간했다가 수백만원의 벌금을 물었다"면서 "그러나 도와 시에서 (농사를) 지어먹으라고 해서 해마다 사용료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료를 내고 합법적으로 농사를 짓는데, 무슨 문제냐고 되물었다.

 

산 머리 깎고, 산 허리 잘라 수천㎡ 훼손해도 사용료 30만원 내면 합법?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취재결과 일부 거짓으로 드러났다. 안산시와 경기도에 따르면 2007년 장씨에게 임야 사용허가가 난 면적은 모두 1488㎡였다. 연간 사용료는 고작 30만원.

 

안산시 관계자는 "지난 2월 장씨의 큰아들 입회 아래 현지 측량결과 전체 사용면적은 3000㎡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당초 사용허가 면적에서 무려 갑절 이상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이는 결국 장씨 측이 불법으로 산림을 훼손해 사용면적을 늘렸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산 허리를 파헤쳐 진·출입로를 낸 면적까지 포함하면 전체 산림 훼손면적은 3000㎡를 크게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도 장씨 측은 임야 사용허가를 구실로 추가적인 임야훼손 문제는 숨긴 채 합법을 주장한 것이다.

 

경기도 공유 임야를 상습적으로 훼손한 장씨가 십수년간 계속 사용허가를 받은 것도 의문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더구나 안산시는 지난 2월 장씨 측의 임야 추가훼손을 확인하고도 수개월째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1994년 선감도가 옹진군에서 안산시 관할구역으로 편입된 이듬해부터 지금까지 임야 사용허가를 받아왔으며 안산시의회의 한 시의원과 가까운 친척 관계로 알려졌다.

 

옛 도립직업학교 주변도 훼손... "아름드리 소나무 잘라내도 문제없어"

 

경기도 공유림 훼손 현장은 이뿐만 아니었다. 선감동 400-3번지 옛 경기도립직업전문학교(이하 도립학교) 주변 일대도 산림훼손이 심각한 실정이다.

 

도립학교 왼쪽 뒷길로 들어서면 개 사육농장이 나오는데 공유지 산자락 일부를 깎아 포도밭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또 농장과 경계지점에는 직경 20㎝ 정도의 소나무 10여 그루가 일렬로 노랗게 말라죽어가고 있었다.

 

병충해인지 아니면 고의적인 고사작전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주민 C씨는 "일부 주민들이 나무들을 죽여 베어내고 경작지 등을 야금야금 넓히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도립학교 주차장 뒤쪽 산림지역과 마을 근처의 속칭 '사나리골' 산림지역도 수백㎡가 훼손돼 포도밭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또한 도립학교 우측 Y교회 뒤편과 J수양관 주변으로도 수천㎡의 산림이 훼손된 가운데 가건물까지 들어선 상태였다.

 

주민 A씨와 C씨는 "이곳은 수년전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무더기로 잘라내고 산을 파헤쳤지만 큰 문제없이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J수양관 김아무개 원장은 "예전에 살던 사람이 변상금을 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우리는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선감동 산35-×번지는 서울에 거주하는 이아무개씨가 수천여㎡의 산림지역을 불법으로 개간해 배 밭으로 이용하고 있고, 경기영어마을 옆 일대도 일부 주민들이 임야를 훼손해 가축사육장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시, 산림훼손 단속·처벌 소극적... 불법 행위자에 사용허가 내주기도

 

현행 산림자원법은 불법으로 나무를 베거나 토지형질변경, 공작물 설치 등 산림을 훼손하는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정이 이런데도 경기도 공유지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안산시는 공유 임야 불법훼손에 대해 강력한 단속과 형사고발, 원상회복 조치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안산시는 산림훼손 행위자들에게 변상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한편으로는 뚜렷한 근거 없이 불법 행위자들에게 임야 사용허가까지 내주고 매년 사용료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안산시가 오히려 불법행위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안산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산림훼손 지역에 사용허가를 내준 면적은 1만9000여㎡, 변상금을 부과하는 면적은 1만3400여㎡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를 합산할 경우 전체 산림훼손 면적은 3만2400여㎡(약 9818평)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안산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현황 등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경기도 공유림 관리 부서인 안산시 푸른녹지과 담당자는 "공유 임야 불법훼손 행위자들에 대해 사용허가를 내준 법적 근거가 뭐냐"는 질문에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무단으로 공유 임야를 훼손해 적발된 불법 행위자들의 현황과 개별 훼손면적, 변상금 부과내역 등 처리결과, 개별 사용허가 면적과 사용료 징수 현황 등에 대해서도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해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공유 농지 임차권·지상권 밀거래도 성행... 안산시, 실태조사 착수

 

선감도의 또 다른 문제는 경기도 공유 농지 임차권과 지상권 밀거래가 성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안산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최근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투기세력들이 워낙 교묘하고 지능적이어서 사법권이 없는 행정직 공무원들의 역량으로는 불법 투기행위 증거를 잡아내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수사기관의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역사정에 정통한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에서 투기행위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무허가 부동산중개업자와 전직 공무원 등이 낀 4~5명 정도로 알려졌다. 이들은 10여년 전부터 일부 임차 농민들과 결탁해 임대농지를 불하 받으면 많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여 외지인이나 지역주민들에게 농지 임차권과 지상권을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전대 또는 전매하고 있다는 게 일부 주민들의 주장이다.

 

현재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투기세력들의 인적사항과 몇몇 거래물건에 대한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지역에선 공공연한 비밀이 돼 버린 셈이다.

 

이 가운데 주요 밀거래 의혹 대상으로 지목된 곳은 ▲H건물 주차장 부지 300여㎡(1000여만원) ▲S식당 앞 농지 1900여㎡(2400~5000만원) ▲D식당 앞 농지 300여㎡(2400만원) ▲K팬션 인근 부지 2000여㎡(1억4000~9000만원) 등이다.

 

주민 A씨는 "임대 농가 90여 세대 가운데 절반이 농지 임차권·지상권 밀거래에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는 임대농지 관리가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주민 B씨도 "투기세력들에게 속아 임차권 등을 샀다가 돈만 날리고 떠나거나 불법에 연루돼 말도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수두룩하다"면서 "임대 농가들을 상대로 정밀조사가 이뤄진다면 불법의 실체가 금방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산시 회계과 관계자는 "우리도 농지 임차권 밀거래 문제를 인지하고 현재 실태조사에 착수한 상태"라면서 "오는 9월까지 집중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사법권이 없는 행정 공무원들이 투기꾼들의 불법 행위를 적발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실태조사 과정에서 증거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경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농지 불하 여부는 경기도나 우리시 회계과에 전화 한통만 해보면 금방 확인이 가능하다"면서 "그런데도 임대 농지를 불하 받을 수 있다는 투기꾼들의 말만 믿고 임차권과 지상권을 산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유 농지를 절대 불하하지 않겠다는 게 경기도의 방침이며, 임대농지에 심어진 지상물권도 인정되지 않아 전혀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도 "임대 농지 불하는 있을 수 없다"면서 "도 차원에서도 문제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선감도는 전체 면적(354만3062㎡)의 78.6%(278만6319㎡)가 경기도 공유지이며,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안산시가 경기도의 위임을 받아 관리하고 있다. 공유지 임대수입은 50대 50%, 변상금 수입은 60대 40% 비율로 경기도와 안산시에 귀속된다.


태그:#선감도 , #산림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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