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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라. 이게 얼마나 좋은 줄 아니?"

 

홍대 인디밴드들이 나섰다. '말 달리'는 크라잉넛이 나섰고, '뜨거운 감자'와 '자우림'의 이선규가 만난 '페퍼민트 클럽'도 나섰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주제곡을 부른 '더 멜로디'의 보컬 타루도 뜻을 보탰다. 진용이 화려하다. 이들이 입을 모아 외치는 구호가 '자전거를 타자'다.

 

 지난 1월 26일 열린 '달려라 자전거' 콘서트. 다음 공연은 2월 16일이다.
지난 1월 26일 열린 '달려라 자전거' 콘서트. 다음 공연은 2월 16일이다. ⓒ 오메가쓰리&몽구스

지난해 12월 14일 시작해 매월 1회씩 열리는 콘서트 '달려라 자전거'가 이들이 뭉친 무대다. 델리스파이스 출신 윤준호, 최재혁과 노브레인 크라잉넛 루시드 폴을 거친 고경천이 만든 그룹 오메가쓰리와 제3회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앨범 부문'을 수상한 몽구스가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오메가쓰리와 몽구스는 기타 없는 이색 3인조 밴드로 잘 알려져 있다. 기타 자리를 피아노와 드라이브 베이스가 대신해 피아노 밴드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번에 자전거 콘서트를 기획하면서 '자전거 타는 3인조 밴드'라는 별명을 하나 더 달게 됐다.

 

행사 부제는 '자전거 타기 강요 프로젝트'. 부제에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나타난다. 애초 행사 기획을 짠 이는 윤준호(38)다. 지난해 초 자전거를 생활용으로 쓰기 시작하다 어느새 '흠뻑' 빠진 그는 자전거 전도사로 나섰다.

 

운동신경이 둔했지만 자전거를 타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최근 자전거를 좀 더 많이 타기 위해 한강 자전거도로가 가까운 서강대교 부근으로 집을 옮겼다. 그로 인해 자전거를 타게 된 이만 대략 10여명.

 

그 과정에서 의외로 인디밴드 쪽에 자전거를 즐겨 타는 이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충 꼽은 밴드가 노브레인, 피터팬 콤플렉스, 더 멜로디. 그 외 김세환, 김창완, 김현철, 이문세, 이한철, 윤도현밴드 기타리스트 허준, 크라잉넛 베이스 한경록도 자전거족이다.

 

윤씨는 자전거가 건강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정말 매력적인 도구임을 깨닫게 됐다. "공연장이 있는 홍대에서 약속 장소인 압구정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다"고 할 때 주위 사람들 반응은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였다. 한강 자전거도로를 타면 20분 만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도심에선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훨씬 편리한 교통수단임을 깨달았다. 게다가 환경 친화적임에야. 음악인인 자기 처지에서 어떻게 자전거를 전파할지 고민하다가 생각한 게 자전거 콘서트.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더니 "한 번 해봐라"는 격려가 쏟아졌다.

 

지난해 12월 14일 첫 공연과 올해 1월 26일 마련한 두 번째 공연은 성공이었다. 400석 공연장에 300여명이 들어왔다. 공연자들은 자신이 타는 자전거를 갖고 나와 보여주고 자전거에 얽힌 이야기를 했다. 공연 뒤엔 즉석 자전거 경품 추첨을 했다.

 

관객들이 직접 자전거 6대의 페달을 밟으며 조명을 밝힌 이벤트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윤씨는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게 힘들까 봐 쉬었다 하시라고 권유했는데, 끝까지 혼자 페달을 밟더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2월 16일 공연엔 크라잉넛이 출연한다. 크라잉넛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를 이날 공개하고, 자전거에 얽힌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2월 16일 공연엔 크라잉넛이 출연한다. 크라잉넛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를 이날 공개하고, 자전거에 얽힌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 상상마당

그에게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지금 자전거 환경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자전거도로가 좀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겸용도로가 아닌 전용도로 말이죠. 또한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인정하고 배려했으면 좋겠어요. 자전거는 인도에서 타면 불법이기 때문에 전용도로가 없는 한 차도를 달려야 하거든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름 값이 폭등해도 자동차 인구가 줄지 않는 자동차 나라다. 자동차의 나라에서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활보하는 것은 아무래도 아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오랫동안 자전거는 신문 경품 자전거였다. '자전거는 돈 없는 사람들이나 타는 것' '아이들 놀이용 장난감'이란 생각이 여전히 강하다. 윤준호씨의 생각은 어떨까.

 

"그래서 제가 콘서트를 하는 거죠. 음악인들이 모여서 멋있게 공연을 하면서 자전거를 타보세요. 사람들이 '멋있다'고 하지 않겠어요. 저는 자전거를 타는 게 '멋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늘 것이라고 봐요. 두고 보세요. 앞으로 자전거 타는 게 '고급 문화'가 될 겁니다."

 

다음 달 공연은 2월 16일이며, 5-6월경엔 한강 난지도 부근에서 대규모 오프라인 자전거 콘서트를 기획 중이다. 난지도 부근을 계획 중인 것은 한강 자전거도로와 가까워 자전거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콘서트에 오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공연이 끝난 뒤엔 관객들과 함께 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예정이다.

 

'신용불량자 구제 운동에서 자전거 운동으로'

공연 후원사 자전거 포털 앤바이크

이번 공연 후원사는 최근 문을 연 자전거포털 앤바이크(www.andbike.co.kr)다. MTB 마니아인 석승억씨가 대표다. 석 대표는 지금껏 신용상담가로 활동해왔다. IMF 이후 신용불량자가 쏟아지는 가운데 2000년 2월 28일 '블랙리스트 클럽'을 만들어 신용불량자를 만드는 사회를 질타했다.

 

이후 그는 신용불량과 관련해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 실행위원, 서민금융생활보호운동본부 신용불량제도개선팀장을 맡았고, <채무탈출가이드>란 책도 펴냈다. 이후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라는 단체 대표를 맡아 지금까지 운영하다가 올해 초 앤바이크를 만들었다.

 

그는 "새로운 시민운동을 하고 싶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었는데 그게 '자전거'였다"고 앤바이크를 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자전거콘서트#자전거#오메가쓰리#몽구스#윤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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