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이 러시아 스포츠 전문 채널 '스뽀르뜨'에 출연해 한국, 호주, 러시아 축구 시스템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러시아 스포츠 전문 채널 '스뽀르뜨'에 출연해 한국, 호주, 러시아 축구 시스템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채널 sports

"한국은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연고를 바꿔 지역 축구의 지속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균형있게 축구가 발전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현 러시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이 한국의 축구 시스템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히딩크 감독은 14일 러시아 스포츠 전문 채널 '스뽀르트'가 생방송으로 진행한 대담에서 잉글랜드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2차전을 남겨둔 심정과 계획을 밝히다가 한국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와 같이 밝혔다.

 

히딩크는 러시아 축구와 한국, 호주의 축구 시스템을 비교해달라는 진행자의 질문을 받고 한국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아주 잘 조직된 나라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축구의 경우 (축구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합니다. K리그에서는 선수는 물론 클럽도 다른 지역으로 연고를 옮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그 지역의) 구체적인 역사를 알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학교(SCHOOLS – 성격이 다른 지역별 축구의 특색이나 전술)들이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지역별 축구) 학교의 육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현재까지 한국 축구계는 국가대표팀의 성적에만 관심을 두며 정작 토양이 되는 지역 축구, 유소년 축구, 아마추어 축구 클럽에는 무관심하다. 더욱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K리그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히딩크가 지적한 대로 호주는 물론 유럽의 축구강국들은 나이별로 유아축구부터 유소년, 청소년, 성인 아마추어, 프로리그까지가 모두 지역에 정착해 있다.

 

유럽인들이 연고지 팀 경기에 그토록 열광하고 심하면 폭력 사태까지 일어나는 이유 역시 이들에게 축구는 단순한 경기를 넘어 '내가 속한 지역의 우수함'을 증명해 보이는 공동체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스포츠 선진국들은 각 지역과 연고팀의 재정능력에 맞춰 축구뿐만 아니라 럭비, 야구, 하키, 농구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비인기종목분야인 육상이나 피겨까지 소위 '학파'를 중요시하며 다양하고 체계적인 교육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선수는 물론 지도자와 심판, 마케팅과정까지 모두 연계해 말 그대로 '프로'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수하더라도 그 지역 학파의 특징이나 전술 특징에 적응하지 못하는 선수나 지도자는 연고팀을 옮기기도 한다.  반대로 평생 한팀에서 뛰며 그 지역의 영웅이자 저명인사로 오래토록 추앙받는 선수도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스포츠인들마저 이런 지역별 선수육성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수한 선수를 육성하고 지역 특색에 맞는 팀을 운영하기보다는 우수한 선수를 싸게 들여와 좋은 성적을 내려고 하기에 급급하다.

 

호주와 러시아는 최근 축구 성적이 오르면서 장기 발전을 위한 체제정비에 돌입했다. 이들은 어렵게 마련한 제도는 시간이 지나 조금씩 손질만 해주면 수십, 수백년 이후에는 웬만한 난관에 끄덕도 하지 않는 하나의 체제로 자리잡는다는 것을 잘 안다.

 

말만 많고 변함은 없는 우리의 선수 육성 프로그램을 고치려면 세기의 명장 히딩크의 말처럼 연고지를 중심으로 제도를 정비해 선수, 팬, 후원사들이 해당종목에 지속해서 관심을 두게 해야 한다.

 

타종목도 물론이지만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인기가 높은 축구에서부터 그러한 본보기를 보이지 않으면 '스포츠 변방'이라는 불명예는 앞으로 한동안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2007.10.15 10:44 ⓒ 2007 OhmyNews
히딩크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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