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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18 10:57최종 업데이트 07.04.18 10:57

성교육 나선 한나라, 멍석 펴주니 분위기 '썰렁'

[주진 기자] 최연희 의원 여기자 성추행 사건, 지역 당직자의 성폭력 미수사건, 강재섭 당 대표의 선정성 발언 논란 등으로 '성스캔들당'이란 빈축을 샀던 한나라당이 대대적인 이미지 쇄신을 위해 성교육을 실시했지만, 소속 의원과 당직자들의 참석이 저조해 그 취지를 무색케 했다.

한나라당 중앙여성위원회는 4월 12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당 지도부, 소속 의원, 당협위원장, 중앙·시도 사무처 당직자 전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방지를 위한 구성애 푸른 아우성 대표의 특강 '새 시대의 아우성'을 실시했다.

이날 교육에는 김형오 원내대표, 이병석 원내수석부대표, 김태환 사무부총장, 이강두 중앙위 의장, 이성권, 김기현, 윤두환, 박세환, 김재경 등 9명의 남성 의원과 문희 국회여성가족위원장, 박순자 중앙여성위원장, 전재희 정책위의장, 이계경, 진수희 의원, 중앙당, 지역당협 당직자 등 약 80여명만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여성 당직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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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시간이 임박해졌는데도 자리가 텅텅 비어 분위기가 썰렁해지자, 한 남성 당직자가 "죄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앉고, 문제없는 사람들은 뒤에 앉도록 하자"고 말해 한순간 웃음바다가 됐다.

게다가 인사말을 끝마친 김형오 원내대표를 비롯, 남성 의원들 대부분은 강의가 시작되자마자 자리를 떴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은 박순자, 전재희 의원 등 두서너 명에 불과했다. 남성 의원들이 속속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하자 구성애 대표는 "벌써 가시게요? 인사만 하고 가면 오히려 분위기만 깬다"며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심지어 당 정책위원회는 바로 맞은편 소회의실에서 '계층할당제를 위한 토론회'를 열어 여성위원회 관계자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구성애 대표는 "20년 동안 성교육을 했는데, 정당에서 하는 것은 처음이다. 정치권에선 최연희 의원 사건이 성추행 사건의 대명사처럼 되었는데, 이것은 협소한 시각이다. 최 의원 같은 50대 남성들을 비롯해 우리나라 남성에게 왜곡된 성의식을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선 특히 예산과 정책결정권을 가진 힘 있는 사람들부터 올바른 성평등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순자 여성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작년 한 해 동안 우리 내부에서 불미스러운 성 스캔들이 자주 발생했다. 국민을 평안하게 해야 할 정당이 ‘한나라당 성스캔들은 3개월 주기’라는 웃지못할 비난을 들으면서 열심히 일한 성과를 한꺼번에 무너뜨렸다"면서 남성의원들을 꼬집었다.

박의원은 "부끄러운 기억이라고 우리끼리 쉬쉬 덮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아직도 우리를 용서하지 않고 있다. 우리 스스로 쇄신하고 변화하여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면서 성인지 교육 취지를 밝혔다.

3시간여 동안 흥미진진하게 진행된 강의가 끝난 후, 모 남성 당직자는 "이런 강의는 처음이었는데, 그동안 미처 몰랐던 남녀의 육체적, 정신적 차이를 알게 되어서 매우 유익했다. 앞으로 자주 이런 강의를 마련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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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송고 담당: 소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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