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원사 '논두렁연꽃축제' 행사장 ⓒ 전갑남
어제(29일)는 친구내외가 집에 놀러왔다. 가끔 부부끼리 만나 우의를 다지고 있는데 방학을 맞아 모였다.
“비도 그쳤는데 연꽃 구경 하러 갈까?”
“오면서 보니까 연꽃축제 현수막이 내걸렸더니만 거기 말하는 거야?”
“선원사에서 열리는 ‘논두렁연꽃축제’가 볼만해.”
“우리가 때맞춰 잘 왔네.”
새벽까지만 해도 주룩주룩 내리던 비가 멈췄다. 장마의 끝이 보인다. 그간 지겹게 여겨지던 장마가 꼬리를 내릴 거라는 일기 예보가 너무 반갑다. 그냥 물러서기는 아쉬운 듯 아침에는 안개가 짙게 끼었다.
팔만대장경 판각지에서 연꽃이 피어나다
오전 11시경 행사장인 선원사(강화군 선원면)에 도착하였다. 궂은 날씨에도 많은 차량과 인파로 붐볐다. 선원사 ‘논두렁연꽃축제’는 올해로 4번째를 맞는 행사다. 연등의 화려한 장식과 함께 갖가지 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선원사지이다. 사적 제259호로 지정되었다. ⓒ 전갑남
선원사는 팔만대장경의 판각지로 유명하다. 고려 고종 32년(1245) 창건되었으나, 조선 태조 7년(1398) 대장경판이 한양의 지천사(支天寺)로 옮겨진 후, 별다른 기록 없이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사찰이 되어버렸다. 당시 송광사와 함께 고려의 2대 사찰 중 하나였으며, 금불상만 500개가 있었다는 사찰이다.
팔만대장경은 현존 대장경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와 내용의 완벽함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는 문화재이다. 수천만 개의 글자 하나하나가 오탈자 없이 모두 고르고 정밀하다는 점에서 그 보존가치가 매우 크다. 또 여기에는 몽고족의 만행으로 전국토가 유린될 당시, 대몽항쟁의 정신적 지주로 삼기위해서 선림의 칼로 몽고군을 물리치려는 염원이 담겨있지 않은가?
확실한 고증을 거친 선원사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많은 연구와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연은 소득 작물이 될 수 있다
행사장에는 볼거리가 많았다. 우선 드넓은 연꽃지에서는 화사한 연꽃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연꽃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연꽃지이다. 지금 한창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 전갑남
연꽃은 물이 더럽고 지저분하여도 그 속에서 청정하고 아름답고 귀한 꽃을 피워낸다. 사바세계에 존재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비유되어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다.
나는 연꽃을 좋아한다. 꽃잎의 화사함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연꽃은 꽃잎이 가지런하게 피는 것보다는 살짝 모양을 달리하여 펼쳐질 때 파격의 미를 발견한다.

▲선원사 주지 성원스님 ⓒ 전갑남
행사장 무대에서는 이번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선원사 성원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꽃축제는 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자는 행사입니다. 연을 우리 농사의 새로운 대체작물로 가꿔보자는 것이지요. 뿌리, 잎, 씨 등 하나도 버릴 것 없이 사람에게 건강을 주는 웰빙식품이죠. 더욱 요즘 심각한 성인병 중의 하나인 비만을 줄여주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으뜸이죠. 연으로 만들지 못하는 음식이 없어요.”
이어서 연을 재배하면 좋은 이유를 설명할 때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열정을 담았다.
“두고 보세요. 연농사가 쌀농사보다 고소득이 될 겁니다. 연은 한번 식재하면 별도의 노력이 필요 없잖아요. 캐고 또 캐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농약과 비료가 필요 없는 무공해이구요. 아름다운 꽃은 관광자원으로 얼마나 좋아요!”
식량이 귀한 시절에는 논에 연을 심는 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쌀이 개방될 날이 멀지 않았다. 스님은 경쟁력이 떨어질 우리 쌀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 빠르게 앞서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연이 대체작물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데 공감이 갔다.

▲우아한 모습 연꽃 ⓒ 전갑남

▲화려하게 피어나는 연꽃의 자태 ⓒ 전갑남
연꽃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이곳저곳 논두렁을 돌아다니다보니 목이 칼칼하다. 시원한 막걸리 한잔이 생각났다. 장터를 방불케 하는 음식점에서 풍겨 나오는 기름 냄새가 군침을 돌게 한다. 마침 잘 아는 분을 만나 연부침개를 안주삼아 연막걸리를 들이켰다. 여자들은 연냉면을 시켰다.
“막걸리 맛이 괜찮구먼. 부침개도 쫀득쫀득하구. 색다른 맛이야.”
“냉면 맛도 아주 쫄깃한데요.”
스님이 이야기했듯이 연으로 못 만드는 음식이 없는 것 같다. 시식을 하라고 내놓은 음식에서 제각각 독특한 맛이 났다. 행사장에는 연잎차, 연인절미, 연근을 이용한 피자까지 다양한 음식이 선보였다.

▲연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 왼쪽 위부터 연 막걸리와 연 부침개, 연 냉면, 연잎차, 연근을 이용한 피자 ⓒ 전갑남
연은 연근을 채취하여 음식 재료로 쓰지만 꽃과 잎, 씨앗도 저마다 효능이 있어 약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연잎에는 간의 해독을 촉진시키는 단백질, 지질, 당질의 함량이 높다고 알려졌다. 연잎을 차로 마실 경우 천연 항산화제로 노화방지에 도움을 주고 빈혈에 좋다. 꽃잎과 연씨도 차로 이용하면 자양강장과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 특히 연씨는 식욕을 돋아주고 눈과 귀를 밝게 한다하여 인기가 좋다. 주성분이 녹말인 뿌리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서 날로 씹어 먹거나 즙을 내서 먹기도 한다.
볼거리가 많은 연꽃축제장

▲목탁치는 소리를 내는 소. 선원사의 명물이 되었다. ⓒ 전갑남
행사장에는 볼거리가 많았다. 목탁 치는 소리를 낸다는 소가 있다하여 기대를 걸고 찾았다. TV에서도 소개된 바 있어 외양간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 ‘우보살’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소다.
“우보살님, 목탁 좀 치셔요.”
여러 사람이 관심을 갖고 목탁소리를 기대하는 데 감감 무소식이다. 낯을 가려서 그런가? 직접 들었다는 분의 이야기로는 울음소리가 아니고, 혀로 입천장을 치는 소리가 목탁소리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행사장에는 각종 공연이 펼쳐졌다. ⓒ 전갑남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공연장에 들리니 ‘자비 나눔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반가운 얼굴들의 흥겨운 무대였다. 가수들의 노랫소리에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니 장마로 움츠려들었던 마음이 풀려나가는 것 같다. 선 고운 무용단의 춤사위에 반해 눈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없었다.
이곳저곳에서 많은 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페이스페인팅, 연차 만들기, 연꽃민화 그리기, 연꽃공예, 완초공예 체험 등의 행사가 시선을 끌었다.

▲행사장에는 여러 가지 볼거리가 많았다. ⓒ 전갑남
옛날 장터를 연상케 하는 행사장이 정겨웠다. 떡메를 치는 아저씨의 신바람, 엿장수 아저씨의 흥겨운 가위질에서 잊었던 옛 생각이 났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연잎차를 따라주시는 할머니의 소박한 모습에서는 세상 뜨신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연꽃축제에서 재미나는 볼거리와 맛난 음식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 장마가 걷힌 마니산 꼭대기에서는 하얀 뭉게구름이 피워 오르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선원사 '논두렁연꽃축제'는 8월 1일까지 계속됩니다.
행사장 찾아가는 길
* 대중교통이용시
강화버스터미널 하차 셔틀버스 이용
(강화터미널->강화역사관->선원사 논두렁연꽃축제행사장
*자가용이용시
강화대교 건너 좌회전 강화역사관 또는 선원면사무소에 주차한 뒤 셔틀버스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