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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화상경마도박장 반대 3차 투쟁선포식에 참가한 학생들.
순천 화상경마도박장 반대 3차 투쟁선포식에 참가한 학생들. ⓒ 최경필
'오락장'인가, '도박장'인가. 화상경마장을 두고 마사회와 순천시민들의 대결이 다시 시작되었다.

순천화상경마도박장 설치반대를 위한 순천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지난 27일 오후 7시 순천시청 앞 광장에서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3차 투쟁선포식을 가졌다.

이날 투쟁선포식에는 서희원 동부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박동수 순천시의회 의장을 비롯하여 통장 대표들과 일반 시민, 학생들까지 참석했다. 이들은 투쟁선언식과 경마화염식에 이어 시가행진까지 벌였다.

지난 2004년 초부터 시작된 순천시민들의 화상경마장 반대운동은 벌써 3년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시민들의 의지와는 전혀 반대로 추진되고 있다. 이번 투쟁식과 함께 앞으로 어떤 결말을 낼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날 투쟁선포식에는 통장들까지 참가해 결의를 다졌다.
이날 투쟁선포식에는 통장들까지 참가해 결의를 다졌다. ⓒ 최경필
한국마사회(회장 이우재)는 지난해 6조1710여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순수익만 2340여억원을 기록했다. 이렇게 많은 수익 중에 40%인 1천여억원을 이익준비금, 경마사업확장적립금 등의 명목으로 사내유보시켰다. 이 사내유보금을 제외한 1400여억원은 특별적립금으로 이중 80%가 축산발전기금이고, 나머지 20%가 농어촌복지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2005년에만 200여억원이 농어촌복지사업에 사용되었는데, 전액 출자한 농촌희망재단에 출연하여 농어촌자녀장학사업과 농어촌복지증진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경마화염식 장면
경마화염식 장면 ⓒ 최경필
'생명과 사랑의 공익기업'이란 슬로건을 내세운 마사회가 운영하는 '야외경마장'은 현재 과천경마장을 비롯하여 제주, 부산경남 등 3곳이다. 주말이면 '가족, 연인과 즐기는 오락'이라는 마사회 측의 이미지를 그런 대로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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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는 그런 이미지와 다르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다. 화상경마장을 가본 경험자라면 매주 금, 토, 일요일에 '꾼들이 집합하는 도박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을 쉽게 느끼게 된다.

'마사회지점'으로 통하는 장외발매소는 서울 13곳, 경기 9곳, 인천 3곳 등 32곳에 이르고 있다. 수도권과 부산(2곳)을 제외하고 대전, 천안, 대구, 창원, 광주 등 주로 대도시에 각각 1곳씩의 장외발매소를 설치해두고 있다. 이들 도시는 모두 인구 50만 이상 되는 대도시로 충분한 시장성을 보장하고 있는 곳이다. 쉽게 말해 '꾼들'이 모일만한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광역도시를 제외하고 천안과 창원시의 인구가 50만명을 넘지만, 그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순천시(27만)에 장외발매소를 설치하려는 마사회의 목적은 무엇인가.

마사회 입장에서 보면 이들 장외발매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이들 장외발매소가 기록한 매출액이 4조원을 넘고 있다. 전체 경마매출액의 3분의2가 장외발매소, 즉 '화상경마장'에서 얻어지는 매출액이다.

마사회의 계획은 2006년까지 화상경마장을 총 48개로 확장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는 시와 시민들이 모두 반대하여 화상경마장 설치에 실패했다.

이번에 밀어붙이는 순천 화상경마장은 33번째 지점에 해당된다. 그러나 순천시 인구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렇게 무모하게 밀어붙이지는 못할 것이다. 인근 광양, 여수를 포함시켜 쉽게 50만 이상의 대도시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결국 순천의 장외발매소는 순천시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수, 광양은 물론 구례, 고흥, 보성, 나아가 경남 서부지역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다. 그래서 경남서부지역 시민단체까지 나서 장외발매소 설치 반대에 동참하고 있다.

광주 화상경마장 건물 입구의 주차된 차량들.
광주 화상경마장 건물 입구의 주차된 차량들. ⓒ 최경필
지난 7일 오후 광주시의 최대상권인 계림시장 부근에 있는 일명 광주지점인 화상경마장을 찾아가 봤다. 계림시장 뒤편에 자리잡은 화상경마장의 부근 2차선 도로는 온통 불법주차된 차량들로 넘쳐 났고, 주변에는 각종 사행성 오락장, 성인PC방이 들어서 분위기부터 '도박하기 좋은 동네'로 변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가까운 곳에 유명한 명문K고교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 끔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화상경마장이 입주한 D빌딩 입구에는 경마정보지 판매 좌대가 늘어서 있고, 1층에는 식당과 각종 차량·전세금 담보대출 알선업체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화상경마장이 '도박'이 아닌 진정한 '오락'이라면 이들 담보대출알선업체들이 늘어서 있을 리가 없다. 이들 업체들이 한마디로 '장사'가 된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순천에 들어설 화상경마장 건물과 부근 상가도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광주 화상경마장 장내 모습.
광주 화상경마장 장내 모습. ⓒ 최경필
1인용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오르니 실내는 벌써 몇 게임이 지났는지 상기된 표정의 '꾼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번호가 매겨진 좌석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이곳 2층을 비롯해 3층, 4층까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대충 잡아도 2천여명은 훨씬 넘어 보였다.

퇴직자인 듯 나이가 지긋한 중년부터 2, 30대 중년여성들까지 여러 개의 화면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인상을 쓰는 사람부터 환호를 지르는 사람까지 모두 '도박'에 열중하는 분위기가 장내를 압도하고 있었다.

화상경마장 주변에는 사행성 오락장과 불법주차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화상경마장 주변에는 사행성 오락장과 불법주차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최경필
이 화상경마장이 마사회측이 주장하는 '오락장'이어야 한다면, 부모 손을 잡고 따라온 아이들은 물론이고 연인들의 다정한 모습도 있어야 했다. 실내 편의시설부터가 가족과 연인들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은 전혀 없었다. 매점과 오직 시민들의 주머니만 노리는 상술이 판을 치고 있었다.
화상경마장 투쟁,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그리고 해결해야할 문제점

순천시민들의 화상경마장 투쟁은 지난 2004년 2월 순천시로부터 건축물 용도변경(집회 및 문화시설) 허가가 나면서 시작되었다. 지역 자본의 역외유출을 걱정한 순천시민단체들의 반대운동과 광양, 여수시 의회까지 반대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외에도 전남동부, 경남서부지역 99개 시민사회, 종교단체까지 반대운동에 동참했다.

조작된 흔적이 뚜렷한 입점업주 측이 제출한 찬성동의 서명용지.
조작된 흔적이 뚜렷한 입점업주 측이 제출한 찬성동의 서명용지. ⓒ 순천YMCA 제공
이런 지역사회의 반대 속에서도 농림부는 최종 승인을 해버렸다. 승인의 사유로 업주가 제출한 1만3천여명의 '찬성동의안'이 있으나, 상당수의 서명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작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취소되어야 할 사안이다. 처음 입점주로 사업을 추진했던 프로야구 선수출신 이아무개씨가 사기사건으로 구속되었고, 입점예정인 건축물 공사는 방치된 상태였다.

2005년 12월 8일 업주 (주)팔마와 전세 계약을 체결하면서 12월 31일까지 순천시로부터 사용승인을 얻는 조건을 붙였다. 그러나 업주는 기한연장을 요구해 올 1월 31일까지 1차 연장해줬고, 또다시 기한연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2차로 3월 31일까지 연장해줬다.

지난 2월에 서갑원 국회의원과 범대위 대표자는 이우재 마사회장과의 면담에서 2차 연장기한(3월31일)까지 사용승인을 받지 않으면 사업을 취소하겠다고 약속했고 공문까지 전달하였다.

사용승인 기한마감 2일전 업주는 순천시에 건축물 사용승인 신청서를 접수시켰으나, 순천시는 보완을 요구했다. 결국 마감 일까지 사용승인을 얻지 못했다. 사용승인을 얻지 못한 업주는 다시 세 번째 연장기한(4월 30일)을 한국마사회에 통보했고, 재차 면담에 들어간 서갑원 의원과 범대위 대표자의 요구로 4월 7일 업주에게 더 이상 기간연장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마사회가 건물주에 보낸 '사용승인 기간연장 불가' 통보 공문
마사회가 건물주에 보낸 '사용승인 기간연장 불가' 통보 공문 ⓒ 순천YMCA 제공
그러나 마사회가 최종 공문을 보낸 한 시간 후에 순천시가 전격적으로 사용승인을 내리면서 범대위 측의 투쟁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졌다. 6월 16일 업주와 마사회는 전세계약 49억원, 10년간의 계약기간에 합의하여 계약을 체결했고, 올 12월 개장을 목표로 추진중이다.

범대위는 순천시민대표 및 입법기관인 국회의원과의 약속마저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농림부와 마사회측의 배신행위에 대해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대전 서구에서 영업중인 장외발매소의 2003년 매출액이 1780억원이었고, 서구의 세수는 겨우 2억9천여만원이었다. 순천시에 들어설 장외발매소의 매출액은 1천여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세수는 적게는 3억이고 많아야 27억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자리도 큰 기대를 할 수 없다. 광주 장외발매소에 근무하는 149명의 직원 중에 마사회 정규직원은 단 4명뿐이고, 나머지는 자회사인 (주)경마진흥 소속인 비정규직이다. 정규직도 현지 채용은 거의 불가능하고 본사에서 내려올 것이 틀림없다. 결국 힘없는 비정규직 일자리만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마다 1천여억원이 역외 유출되는데 반해 순천시와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너무 적다. 물론 인근 시·군에 돌아올 이익은 전혀 없다.

이뿐만 아니다. 순천시 덕암동에 들어설 장외발매소는 주차능력이 겨우 55대로 주변에 역전시장이 있어 교통지옥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시민들의 불편은 결국 주차단속과 시설확충을 위한 순천시의 비용이 별도로 들어 '돈은 과천, 부산경남, 제주도로 흘러가고 시민들은 불편 부담과 세금까지 털어 가는'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되는 것.

인구 27만의 교육문화도시에 화상경마장이 어울릴까.
인구 27만의 교육문화도시에 화상경마장이 어울릴까. ⓒ 순천YMCA 제공
순천은 예로부터 교육문화도시로 그 명성이 높은 지역이다. 높은 교육열과 교육환경 때문에 인구유입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 도박장으로 전락할 화상경마장은 도시이미지를 크게 훼손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림부와 마사회 측은 장외발매소를 설치하려 하면서 지역민들의 의견수렴 한번 없이 밀어붙여 왔다. 교통영향평가만 받을 뿐 공청회 등 여론 수렴과정은 전혀 무시하고 있다. 오직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이고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다시 공익사업을 한다고 생색을 내고 있다.

이런 행태에 대해 순천시민들은 물론 전남 동부지역, 경남 서부지역 주민들까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시민대표들까지 우습게 여기는 마사회 측의 밀어붙이기식 장외발매소 추진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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