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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끔히 몸단장하고 난 몽롱이의 모습. 마치 인형 같습니다. ⓒ 양허용
지난 주말, 뜻하지 않게 새 식구가 들어왔습니다. 처제의 친구가 시츄 종의 애완견을 키우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혼자 살다 보니 여의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키우기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더 이상 못 키우겠다고 손을 들고 만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을 위해서 개를 한 마리 키워야겠다고 생각하고 기회만 엿보고 있었는데 마침 잘됐다 싶어 저희에게 달라고 했죠. 초롱이와 아롱이라는 아이들의 애칭을 따서 이름도 '몽롱'이라고 미리 지어 두었습니다.
몽롱이를 데려오던 날, 온 식구가 아침부터 들떠 있었습니다. 큰아이, 작은 아이는 물론이고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내까지 기대가 크더군요. 저 역시 한시라도 빨리 녀석이 보고 싶었고요. 아내가 처제를 만나 개를 받아 오는 서너 시간이 왜 그리도 길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아내 팔에 안겨서 집에 들어온 녀석을 보니 정말 그 꼴이 한심하더군요. 귀 속은 진득한 분비물과 털로 가득 차 염증이 있고, 눈병과 피부병마저 있더군요. 냄새는 또 왜 그리도 심한지…. 그대로는 도저히 키울 수 없을 것 같아 집에 들여 놓기도 전에 가축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다리 부근의 털만 남겨 놓고 털을 죄다 깎아주고 귀 속의 털도 모두 뽑아 주었습니다. 눈이며 귀의 염증도 치료를 하고 피부병 치료도 시작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살림이 어려운데 녀석에게 들어간 돈이 적지 않습니다. 개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각오를 하긴 했지만 막상 당하고 보니 첫 날부터 한숨이 납니다.
미용과 치료를 마친 몽롱이 얼굴을 들여다 보니 제법 예쁘고 귀엽게 생겼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리게 되면 사람이건 동물이건 낯을 가리게 마련인데 이 녀석은 그런 것도 없습니다. 먹기도 잘 하고 사람들도 잘 따르네요. 어디 아픈 데는 없는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아직 어린 티가 묻어납니다. ⓒ 양허용
거실 한쪽에 방석을 깔아 주니 자기 자리인 줄 아는 모양입니다. 자리에 앉아 개 껌을 오드득거리며 씹어 먹습니다. 그런 몽롱이를 보고 있자니 삼십여 년전 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우리 집에는 당시 '철수'나 '영희'처럼 흔해 빠진 '메리'라는 이름을 가진 개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물론 잡종이었죠. 어느 날인가 이 녀석을 데리고 외출을 했습니다. 데리고 갔다기 보다 제가 따라온 것이었죠. 아랫마을을 지나 조금 먼 곳을 다녀오는 동안 뒤에서 따라오던 녀석이 안 보이는 겁니다. 집에 미리 와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더군요. 아무래도 중간에 잃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동생과 저는 녀석의 이름을 부르며 동네를 샅샅이 훑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록 녀석은 나타나지 않더군요.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런 표식도 없고 흔하디 흔한 '똥개'의 하나인 녀석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니까요.
동생과 저는 울면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갑자기 마당이 시끌벅적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새벽 2~3시쯤 되었을 겁니다. 부시시한 눈으로 밖을 내다 보니 잃어버렸던 메리가 돌아왔더군요. 집에 오자 마자 엄청나게 많은 물을 마셔대는 모습으로 보아 낮부터 그 시간까지 집을 찾기 위해 쉬지 않고 헤매 다닌 모양입니다.
물을 다 마시고 난 녀석은 부뚜막에 앉아 지친 몸을 쉬더군요. 말은 하지 못했지만 얼마나 고생스러웠는지 녀석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잃어버린 집을 찾기 위해 그 조그만 몸으로 사방을 헤매고 다녔을 녀석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게 정말 눈물인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어른이 된 지금도 그 일을 잊지 못합니다.

▲아무래도 장난꾸러기가 될 기질이 다분한 것 같습니다. ⓒ 양허용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사건이 있습니다. '바둑이'라고 하는 개가 있었는데 녀석의 장난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닥치는 대로 신발을 물어 뜯어 놓는 것은 보통이고 방 안에까지 들어와 물건을 어질러 놓거나 물어 뜯는 바람에 부모님들로부터 엄청 골치덩이로 구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우리 형제들에게는 귀여움의 대상이었지만 말입니다.
그 때 마침 우리 집에서는 고양이도 한 마리 키우고 있었는데 사건은 어느날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갑자기 마당이 시끄러워지며 아버지가 고함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 오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 졸려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무슨 큰일이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바둑이와 고양이가 모두 죽어 있더군요. 쥐약을 먹은 쥐를 고양이가 먹고 장난이 심했던 바둑이가 그 쥐를 나누어 먹은 모양입니다. 밤새 아버지께서 비눗물을 먹여 가며 살려 보려고 노력했지만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죠. 아침에 일어난 우리 형제들은 바둑이가 죽은 모습을 보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외에도 개에 대한 크고 작은 기억들이 있지만 늘 그 끝은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즐거운 기억보다는 가슴 아픈 기억들이 더 많이 남아 있네요.
몽롱이는 태어난 지 이제 겨우 3개월 된 어린 강아지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갓난아기뻘 되겠죠. 아직 어려서인지 똥, 오줌을 못 가리고 돈 잡아먹는 천덕꾸러기이긴 해도 보면 볼수록 예쁘기만 합니다.
이제 몽롱이는 우리 집의 식구로서 죽을 때까지 함께 하겠죠. 개의 수명을 12년 전후라고 본다면 아마도 큰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몽롱이는 우리 식구와 함께 하게 될 겁니다. 사람과 같을 수는 없지만 우리 집에 들어온 이상 하나의 생명으로 소중히 대해 주어야겠죠. 제 어린 시절에 남았던 가슴 아픈 기억들이 아닌, 기쁘고 즐거운 기억으로 우리 아이들의 가슴 속에 몽롱이가 남겨질 수 있길 바랍니다. 아무쪼록 몽롱이가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