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04.07.01 22:15최종 업데이트 04.07.08 10:44

참을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서의 휴식(2)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귐에 눈을 떴다. 짜증나는 자명종 소리가 아닌 산새들의 경쾌한 노래 소리에 눈을 뜬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6시 10분. 평소에는 그렇게도 일어나기 힘든 시간이건만 저절로 눈이 뜨이는 걸 보면 '자신이 즐거워서 하는 일'과 '할 수 없이 해야 하는 일'간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듯하다.

아직 세상 모르고 잠든 가족들을 뒤로 하고 숙소를 나섰다. 이미 날이 훤히 밝았다. 문을 열고 나서자 제일 먼저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이른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생각보다 차갑지는 않지만 달고 시원하다는 느낌이 든다. 인간의 손으로 만든 그 어느 공기정화기도 이보다 더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를 만들어낼 수는 없으리라.

숲 속에 아침이 밝아옵니다.
숲 속에 아침이 밝아옵니다. ⓒ 양허용
휴양관 뒤편으로 난 산림욕장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놓는다. 콧속 깊숙이 숲 냄새가 확 끼쳐온다. 길가에 핀 개망초며 애기똥풀 같은 들꽃들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말을 걸어본다. 조그마한 날벌레들이 눈 앞을 왱왱거리며 귀찮게 하고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 얼굴과 팔에 와 감긴다. 도시에서 묻혀온 더러운 때로 신성한 숲을 더럽히지 말라는 거부의 몸짓은 아닐는지.

계곡을 따라 이어진 산책길을 걸어 올라가는 동안 물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새들과 풀벌레들은 더욱 가까운 곳에서 노래를 한다. 이미 어둠이 물러간지 오래건만 인적이 없어서인지 왠지 모를 두려움이 느껴진다. 자연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보잘것없는 존재이면서도 인간은 끊임 없이 자연을 파괴하고 약탈하며 살아간다.

산림욕장으로 오르는 나무 계단
산림욕장으로 오르는 나무 계단 ⓒ 양허용
1 헥타르, 약 3000평의 나무 숲은 44명이 1년간 숨쉴 수 있는 12톤의 산소를 제공하고 16톤의 탄산가스를 흡수한다고 한다. 그렇게 소중한 숲을 인간은 아무 죄책감 없이 파괴해 버린다. 지구 여기 저기에서 자연파괴로 인한 이상기후의 징조가 보이고 있음에도 교만한 인간들은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나라에서도 갯벌을 메워 육지로 만드는 새만금 사업이 진행중이다.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분명 언젠가는 그 업보를 고스란히 돌려 받을텐데 지금 당장 편하자고 자연을 그렇게 파괴하고 있으니…. 우리의 아이들, 우리의 후손들이 그 대상이 될 것이고 그들이 짐을 짊어지고 갈 생각을 하니 안타깝고 두려운 마음이 든다.

숲 속에서 만난 소나무
숲 속에서 만난 소나무 ⓒ 양허용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산길을 걸어 올라간다. 시간을 정해 놓은 것도 아니고 올라가야 할 목표지점이 있는 것도 아니니 마음 내키는 대로 걷다 돌아오면 그만이다. 나무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풍경이 있으면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산을 오른다. 이미 앞서 이 길을 거쳐간 사람들의 흔적이 나뭇가지 여기저기에 걸려 있다.

이른 아침에 안개에 잠긴 숲을 찍어보고 싶었건만 너무 늦었던 모양이다. 1시간 정도를 쉬엄쉬엄 걷다가 오른 길을 다시 내려왔다. 가까운 계곡으로 내려가 흐르는 물에 세수를 해본다. 물이 얼음장처럼 차갑다. 정신이 번쩍 든다.

계곡물이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차갑습니다.
계곡물이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차갑습니다. ⓒ 양허용
아침을 지어 먹고 가족과 함께 산림욕장과 반대 방향으로 난 산책로를 걷기 시작한다. 숲 사이로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만한 좁은 오솔길이 나 있다. 이 길을 걸었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혼자 걷는 숲 속에서는 자연의 경외감이 느껴졌건만 가족과 함께 걷는 숲길에서는 자연의 포근함이 느껴진다.

가족과 함께 걸었던 산책길
가족과 함께 걸었던 산책길 ⓒ 양허용
산책로 주변으로 돌탑이 나타난다. 아내는 돌탑을 쌓고 두 손을 모은다. 무엇을 빌었을까? 가족의 건강? 아니면 가족의 행복? 무엇을 빌었던간에 아내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소원해본다.

돌탑. 저 탑을 쌓으며 빌었던 모든 소원들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돌탑. 저 탑을 쌓으며 빌었던 모든 소원들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양허용
출렁다리를 건너 이름 없는 폭포를 지난다. 때 이른 매미 소리가 간간히 들려온다. 나비들이 너울너울 눈 앞을 날아다닌다. 새들과 벌레들은 더욱 목청 높여 노래를 한다. 숲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싱그러움에 몸도 마음도 투명해지는 것만 같다. 거울 앞에 서면 내 몸 속까지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을까?

출렁다리
출렁다리 ⓒ 양허용
아이들을 데리고 계곡으로 내려가본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채 몇 분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발이 시리다. 아이들은 차가운 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첨벙거리며 뛰어 논다. 서로 물을 끼얹기도 하고 돌을 집어 멀리 던지기도 한다. 온 몸이 흠뻑 젖어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도 아이들은 마냥 신나기만 한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이 추위를 느낀 다음에야 물에서 나온다.

차가운 계곡물도 아이들에게는 놀이의 일부일 뿐입니다.
차가운 계곡물도 아이들에게는 놀이의 일부일 뿐입니다. ⓒ 양허용
숙소로 돌아와 낮잠 삼매경에 빠져든다. 요란하지 않는 매미소리가 계곡물 소리와 엉켜 베란다를 타고 든다. 열어 놓은 문 사이로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도시의 아파트에서 들려오는 차 소리, 사람들 떠드는 소리, 야채 장수의 확성기 소리들이 이곳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아이들만이 바둑을 둔다며 재잘거린다. 그 재잘거림을 자장가 삼아 잠 속으로 빠져든다. 어느 여행지에서 이런 여유를 맛볼 수 있단 말인가.

산책길에서 만난 참나리.
산책길에서 만난 참나리. ⓒ 양허용
달콤한 낮잠을 즐기고 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한다. 18시간의 휴식이 꿈같이 지났다. 아쉽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떠났다가 아쉬움을 남기며 돌아오는 것이 여행인 모양이다. 돌아오는 길에 때늦은 장마비가 내린다.
AD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허용 (didgjdyd) 내방





이전댓글보기

독자의견1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