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04.05.31 22:18최종 업데이트 04.06.01 14:12

이삿짐센터에서 한일 국제물류 대표기업으로

[일본현지 인터뷰] 나승도 국제익스프레스 대표

물류 동향을 체크하고 있는 나승도 대표. 매일 출근시와 퇴근시 2차례에 걸쳐 반드시 체크한다고 한다.
물류 동향을 체크하고 있는 나승도 대표. 매일 출근시와 퇴근시 2차례에 걸쳐 반드시 체크한다고 한다. ⓒ 박철현

98년 한국 대통령 방일기념 국립국악원 일본 현지 공연, 2000년 한국 문화공보부와 일본 통산성 공동 주최의 한국문화재 교류전시회,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기념 한국문화전. 공교롭게도 2년에 한번씩, 모두 일본에서 열린 한국문화전시회이다. 물론 전시품들은 현해탄을 건너온 귀중품들. 이 시공간을 초월했던 국가적 규모의 3가지 행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3가지 행사에 필요한 물품을 운송한 기업이 일본에 거점을 두고 있는 '국제익스프레스'라는, 적수공권의 유학생으로 출발한 한 한국인이 만든 회사라는 것이다.

90년 창립 이래 물류운송업 한 우물만 파고들어 지금은 일약 한일국제물류의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한 국제익스프레스 나승도(43) 대표이사. 5월의 마지막날, 어렵게 만난 그에게 위의 국악공연과 전시회를 이야기하자 미소로 겸손히 답한다.

AD
“원래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문화전의 경우엔 하기로 했던 다른 회사가 있었는데, 마지막에 포기했어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아무도 달려들지 않더군요. 그래서 저희가 맡아서 며칠간 밤을 새워가면서 조심조심 다루었어요. 결국엔 아무런 문제없이 전시회가 무사히 끝났고, 결과적으로는 국제익스프레스의 신용이 높아진 결과가 나온 셈이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겸허하게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는 일본 오피니언 리더들의 경제필독서인 <경제계(經濟界)>(2004년 5월 25일자)와의 인터뷰에서 “업무적으로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전문성을 높이는 것에 주력해 왔습니다. 대기업들은 형식적인 곳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걸 줄이고 엑스퍼트한 곳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대기업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업무에 대응이 가능한 회사로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고 밝힌 적이 있다.

형식을 배제하고 실무적인 부분, 전문적인 영역에서 최대한의 힘을 발휘하는 전문 물류운송기업으로서 국제익스프레스가 자리잡는 데까지 나승도 대표가 창안한 독자적인 운송시스템이 큰 힘을 발휘했다고 한다.

그는 90년 국제익스프레스를 이삿짐 전문 운송업체로 설립하면서 '박스크기별 요금시스템'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일본 이삿짐 센터업계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그전까지 일본의 이사 시스템은 보통 견적서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낭비가 초래되는 비효율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사하려는 이용자와 업체간에 흥정을 하는 것은 일상다반사였고, 그 흥정이 어떻게 되는지를 지켜보다가 옆에서 더 싼 견적서를 제시하는 곳, 그리고 아예 흥정에서 깎일 것을 우려하여 처음부터 비싼 견적서를 내는 곳 등 업체마다 요금설정이 상당히 복잡했던 것이 이용자에게도 의심과 불편함을 가중시켰다.

이 요금 설정의 어려움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누구나 다 동의할 수 있도록 해보자 라는 것이 당시 나승도 대표의 생각이었고, 그것은 곧 구체적으로 실현된다.

“제가 생각한 것은 박스크기를 대, 중, 소 3개로 나누어서 각각에 요금을 매기는 방식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겠지만, 당시로서는 꽤나 혁명적인 발상이었나 봅니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들도 광고를 보고 전화로 문의하는 단계에서 견적이 나오지요. 팩스 보내고 흥정할 필요가 없어요. 시간도 절약되지요. 무엇보다 이용자들이 집에서 계산한대로 필요한 만큼 주문을 하니까, 이용자를 우선으로 하는 서비스가 되는 것이고…. 아무튼 이후부터는 다른 데서도 흉내를 내더군요.(웃음)”

크고 작은 박스가 가지런히 쌓여 있는 요코하마 보세창고. 박스형 시스템은 국제익스프레스가 창안한 시스템
크고 작은 박스가 가지런히 쌓여 있는 요코하마 보세창고. 박스형 시스템은 국제익스프레스가 창안한 시스템 ⓒ 김주환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면서 슬며시 웃음 짓는 나 대표. 그러나 곧이어 자분자분 덧붙인다.

“그렇지만, 당시 가장 중요한 것을 느꼈습니다. 바로 노력이라는 것이죠. 가령 이용자는 수많은 이사관련 업체 중에서어렵게 어렵게 우리 회사를 골라서 연락을 한 거란 말이죠. 그런데, 거기다가 대고 견적서가 어떻고 하면서 어려운 말을 하면 고객들이 지레 자신감을 잃어버려요. 아니, 금방 전화 끊고 다른 데 연락하겠죠. 업체는 많으니까. 그런 고객들을 먼저 생각하자는 서비스 정신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절대명제를 다시 한번 느낀 셈이 된 거죠.”

이렇게 이사업체로서 출발한 국제익스프레스는 고객들의 신용을 쌓아가며 점점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고객들의 신용을 기반으로 일본, 한국의 해상물류 운송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 여기서 다시 나 대표는 그만의 독특한 시스템으로 보통 다른 기업들이 책정하고 있는 운송료 대비 10분의 1에 불과한 가격을 고객들에게 선보인다.

흔히 '혼재화물취급'이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하나의 수납박스(컨테이너)에 종류가 다른 물건들을 섞어서(혼재시켜) 운송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한다. 즉, 하나의 컨테이너에는 종류가 같은 물건들만 싣는다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깬 당시로선 혁명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의가 필요한 다른 중요한 물건들은 따로 싣습니다. 그런데 나르기만 하면 되는 물건들을 종류별로 나누어서 운송한다는 개념은 아무래도 비효율적이죠. 고객입장에서도 금전적 손해가 발생하고요” 라고 그는 밝힌다. 거추장스러운 것을 뺀 허례허식 같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깬 시스템은 다시 일본 국제운송업계에 파란을 몰고 일으킨다.

사실 일본의 물류, 운송업은 외국인으로서 상당히 비집고 들어가기 힘든 업종 중의 하나이다. 131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요코하마 세관은 자국의 무역업과 운송업에 종사하는 일본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철저히 배타적인 입장을 취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요코하마 세관 바로 옆에 국제익스프레스 보세창고가 들어서 있다. 2003년 11월에 오픈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영문일까? 기자의 궁금함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건 자랑이 될 것 같은데 우선 요코하마에서 보세창고를 갖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고 자랑스러운 일이지요. 외부인에게 철저히 배타적인 자세를 취해온 일본 제일의 세관이 요코하마 세관이니까요. 그런데 제 경우엔 이전부터 요코하마 세관의 자문위원 역할을 수행한 점, 그리고 한국에 있는 국제로지스틱스의 일본법인인 ‘국제익스프레스’로 꾸준히 실적도 올리고 있고, 또 세금 같은 것도 충실히 납부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허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일본의 항만은 보세허가보다는 면허연장이 더 어려우니까요. 지속적인 관리와 한일간 무역업무 등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세창고에는 나 대표가 개발한 시스템인 박스형 시스템을 증명이라도 하듯 크고 작은 박스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는 “이주화물과 행사화물 서비스의 영역을 전문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이 두 가지의 경우 미주방면까지 영업망을 확대시키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세창고 오픈을 계기로 경쟁력이 확보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일간 콘솔업무, 일반무역 업무 등에도 본격적으로 나서야지요”라고 덧붙인다.

특히 한일간 콘솔업무 중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반도체 부품 운송이다. 반도체 부품 운송은 그야말로 초정밀의 기술이 요구되는 운송업무의 최고봉. 반도체 부품 운송을 위해 그는 현재 무(無)진동차를 구입해 운용하고 있다.

“6월에 있을 한일간 자유무역협정이 국가간 유불리 품목의 차이로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는 분야가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양국 모두가 교역의 활성화 및 경기회복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아무래도 생산재는 가격보다 기술 수준의 영향을 받으니까 한국으로 향하는 수입물량이 증가하리라고 보지만, 일반 소비재의 경우 그 반대가 되겠지요.

부가세는 한국이 10%, 일본이 5%로 되어 있지만, 한국의 일상소비재 제품군은 부가세가 부과되지 않는 품목들이 많기 때문에 일본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상당히 늘어나겠지요. 이런 분위기에 맞추어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이후 상당한 물동량의 증가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제간 특히 한일간의 물류산업은 더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고 그는 단언했다. 그리고 그런 시대에 맞추어 지금까지 축적해온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노력하는 노하우, 즉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미소지으며 말한다.

보세창고 전경. 이 창고 바로 옆에 131년 전통의 요코하마 세관이 자리잡고 있다.
보세창고 전경. 이 창고 바로 옆에 131년 전통의 요코하마 세관이 자리잡고 있다. ⓒ 김주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