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12월 전남 장흥군 유치면 늑용리 월천마을 강성서원 은행나무 ⓒ 마동욱
지난 3월 22일 전남 장흥군 유치면 늑용리 월천 마을 강성서원에서 약 400년을 살았던 늙은 은행나무가 이사를 했다.
유치면은 탐진 댐 건설로 올 10월이면 물 속에 잠기게 된다. 이 지역에는 400년이란 엄청난 세월동안의 유치면 역사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느티나무 300여 그루가 있다.
유치면 수몰지역의 늙은 고목들은 끔찍하고 비참했던 유치사람들의 상처를 품고 있었다.

▲2004년 3월 21일 다음날이면 유치면 조양리 새 집으로 이사를 갈 것이다. ⓒ 마동욱
늙은 고목들은 이 곳에서 일제 36년을 보았고, 처참했던 동족상잔의 6∙25전쟁 때는 사람들과 함께 가슴에 숱한 총탄을 받아야 했다.
2004년 3월 탐진댐 수몰지역에는 이제 늙은 고목 10여 그루만 남아있다. 하지만 이 10여 그루 마저도 어디론가 이사를 가기 위해 늦은 이삿짐을 싸고 있다.
주민들이 간편한 이삿짐을 싸기 위해 수십 수백년 동안 물려받은 조상들의 흔적까지도 버리거나 고물 장사에게 팔아야 했듯이 늙은 고목들도 자신의 몸을 이삿짐 싸는 사람들에게 송두리째 내맡겼다.

▲2004년 3월 19일 겨울 찬바람을 견디고 다시 새 옷을 준비하려던 은행나무는 자신의 몸을 사람들에게 맡겼다. ⓒ 마동욱
머리와 팔이 잘리고 오직 몸뚱이만 덩그러니 남은 늙은 고목들에게서 과거의 아름다운 모습을 찾기는 힘들다. 이 고목들은 이제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이다. 이미 수십 그루의 늙은 고목들은 목재상에게 팔려나갔으며, 아마도 허리가 잘리고, 팔이 잘린 채 다른 재료로 활용되거나 불 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강성서원의 약 400년 된 은행나무 역시 엄청난 이사 비용 때문에 이사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댐을 건설하는 한국수자원공사는 “옮기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고, 옮겼을 때 은행나무가 다시 살아난다는 보장이 없기에 옮길 수 없다”며 한 그루당 600여만원의 보상비를 집행했다.

▲2004년 3월 21일 쓰러진 수 은행나무 25톤 크레인과 50톤 크레인 두대가 약 400년 된 은행나무를 들어 올려 쓰려뜨렸다. ⓒ 마동욱
하지만 강성서원을 관리하고 있는 남평 문씨측은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은행나무를 강성서원 이전시 함께 가져가 이식하겠다고 주장했다.
또 댐 건설 당시부터 유치면 주민들은 탐진댐 수몰지역의 고목들에 대해 노거수 공원을 지어달라고 요구했었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나 장흥군은 이들의 요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고목들은 마을 주민들과 개인들에 의해 팔렸다.
수몰지역에서 비수몰지역으로 고목을 옮긴 것은 강성서원의 은행나무가 처음이었다.

▲2004년 3월 21일 50톤의 힘을 가진 크레인도 힘이 부족하여 25톤 크레인까지 동원해 어렵게 뽑아낸 암 은행나무 ⓒ 마동욱
조경업을 하는 양은태(57)씨는 “지난 99년 수몰지역으로 이사를 와 신풍리에 살면서 수백년 동안 살아온 나무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이 제일 가슴이 아팠다"며 "고목을 죽이는 것은 수백년 세월을 한순간에 죽이는 것이기에 조경업으로 벌었던 모든 재산을 다 팔아 수몰 지역의 나무들을 사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3월 21일 은행나무는 직근(아래로 뿌리가 뻗지 않는다)이 없기에 비교적 수월하지만 워낙 오래된 나무라 작업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 마동욱
장흥군은 유치면 용문리에 선사박물관(고인돌 공원)을 짓는다. 또한 유치면 수몰지역에 남아있는 10여 그루의 나무들은 선사박물관으로 옮겨진다고 한다.
현재 나무들은 봄을 맞아 새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경 전문가들은 나무를 옮기는 것은 계절에 상관없이 사계절 내내 옮길 수 있다고 전했다.

▲2004년 3월 21일 12톤 트럭에 실었다가 트럭 바닥이 무게를 못 이겨 다시 츄레인를 불러 아침 8시부터 시작한 작업은 밤 8시까지 진행했다. ⓒ 마동욱
유치면 금사리의 3그루의 느티나무에는 철새들이 찾아와 이미 집을 지었고, 왜가리들은 금년 10월이 되어야 유치면을 떠나게 될 것이다.

▲2004년 3월 21일 쓰러진 은행나무를 차에 실고 도로에 나가기 위해 몇번이고 가지를 잘라내야했지만 2차선 도로가 꽉 차 몇번이고 멈춰서는 일이 되풀이 되면서 유치면 조양리에 어렵게 도착했다. ⓒ 마동욱
지난 3월 21일은 약 400년 된 은행나무가 이사 가는 모습을 3일동안 촬영했으며, 이는 4월 5일 월요일(식목일 날) 오후 5시 40분에 목포 문화방송 생방송 <화제집중>에 방송된다.

▲2004년 3월 21일 조양리 강성서원 사람들은 이전의 강성서원 시절 암 나무가 오른쪽에 있었다며 반드시 오른쪽에 암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마동욱

▲2004년 3월 22일 옮겨진 암,수 나무. 사람들은 나무를 옮겨 심을 때 앞면을 약간 숙여야 한다고 했다. 아무리 오래된 나무일지라도 사람에게 예를 갖추라는 뜻이라고 한다. ⓒ 마동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