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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춘 = 글 박현숙 / 사진 노순택 기자]

재외동포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점하고 있으며, 21세기 초강국으로 부상할 중국 공민의 일부분인 조선족 사회의 발전은 한민족 네트워크 형성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베이징 근교의 담벽에 붙은 소수민족 그림.
재외동포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점하고 있으며, 21세기 초강국으로 부상할 중국 공민의 일부분인 조선족 사회의 발전은 한민족 네트워크 형성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베이징 근교의 담벽에 붙은 소수민족 그림. ⓒ 노순택
노무현 새대통령은 얼마 전 '동북아시대 중심국 도약 전략'을 새 정부의 경제성장 비전으로 제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월 6일, 인천국제공항에서는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을 위한 국정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동북아 중심국 전략'은 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전에서도 여야를 초월해서 공통적으로 제시된 새천년 국가발전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북아 중심국가가 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걸림돌은 세계경제의 공룡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이라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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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고촉동 총리는 현실화되고 있는 '중국의 (경제적) 위협'에 대해 "중국의 도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경제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싱가포르 재건(Remaking Singapore)플랜'이라는 50년간의 장기적인 경제정책을 세운 싱가포르가 중국의 도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세계경제의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 아시아에 대한 세계 전체 투자액의 80% 이상을 점유해가고 있기 때문. 고 총리의 경고는 비단 자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 전체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과 인접거리에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에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최근 일본을 휩쓸고 있다는 우익계 인사들의 중국이 망해야 일본이 산다고 말하는 데는 이런 속사정이 있다.

세계 3대 교역권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북아 지역에 묶여 있는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이러한 중국의 부상이 자국 경제에 가져올 득과 실이 보다 명확하게 교차하고 있다. 이미 블록화 추세로 나가고 있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보더라도 중국의 부상은 동북아 경제권 형성의 가속화와 함께 그 맹주로 나설 세 국가간에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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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움직이는 거대한 힘의 배경에는 전세계에 걸쳐 네트워크화되어 있는 화교자본의 영향력이 도사리고 있다. 화교자본은 중국 투자의 80%, 중국 교역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동남아 경제의 70% 정도를 장악하고 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포괄적이다. 이러한 화교자본은 중화경제권의 형성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세계은행의 보고에서도 2020년경에는 중화경제권이 미국의 1.6배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화교자본은 인터넷을 통한 '민족네트워크블럭'도 구축해 놓았다. 지난 95년에 중화 공상회가 만든 전세계중화화상네트워크(World Chinese Business Network)와 글로벌 화상비지니스네트워크 (Global Chinese Business Network) 등은 중화경제권을 움직이는 또 다른 동맥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적을 초월해서 뭉치고 있는 이들 화교자본의 힘은 바로 민족네트워크블럭의 구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족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산업연수 인력의 확대나 체류기간의 연장 등 ‘한국에서 돈벌 수 있는 기회’만을 제공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심양시 만융촌.
조선족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산업연수 인력의 확대나 체류기간의 연장 등 ‘한국에서 돈벌 수 있는 기회’만을 제공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심양시 만융촌. ⓒ 노순택
때문에, 이러한 도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21세기 동북아 중심국을 꿈꾸고 있는 우리 역시 '재난'을 모면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중화경제권과 한민족 경제권을 연결하는 허브

중국 조선족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새로워져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이 거대한 화교네크워크를 통해서 세계경제를 빨아들이고, 유태인이 '종교'라는 공통체 정신을 통해 전세계적인 유대자본으로 결집하는 것처럼 우리도 범민족적인 네트워크의 형성을 통해 포괄적인 민족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 중앙민족대학 아태경제문화발전연구소 임진철 교수가 "동북아 한민족 경제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중국은 세계의 굴뚝산업기지에서 이제는 글로벌 하이테크 산업의 메카로까지 급격히 부상하려 하고 있다. WTO가입과 더불어 서북부지역 대개발 전략 프로젝트, 유라시아 대륙경제권 그리고 해외 중화민족경제권을 연결하는 대중화민족경제권 웅비전략으로 21세기 신실크로드 시대를 열어나가고 있다.

우리에게도 글로벌 경제시대와 새천년 국제경쟁력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500만의 재외동포들이 지구촌 어디에 가도 존재한다. 이들은 우리 한반도가 대양과 대륙을 아우르는데 있어 길잡이와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같은 무기와 재료를 가지고 태평양의 해양경제권을 아우를 뿐만 아니라 동북아경제-남북경협경제-동북아한민족경제를 세 중심축으로 한 대륙경제권의 구축에 눈 돌릴 때다. 더 나아가 한민족의 에너지와 창조성을 한데 모으는 ‘글로벌 한민족공동체공영 네트워크’구 축을 통해, 21세기 신실크로드 시대의 글로벌 한민족 웅비전략을 세우고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

임교수는 이러한 '글로벌 한민족 공동체 공영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서 특히 중국 조선족 사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만융촌에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정명(13)이의 엄마 아빠는 심양시내에서 야채장사를 한다. 한국행은 어려워졌고, 그렇다고 아이들 교육을 방치할 수 없으니 도회지에서 장사라도 해야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조선족들은 더 이상 농사에 매달리려 하지 않는다.
만융촌에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정명(13)이의 엄마 아빠는 심양시내에서 야채장사를 한다. 한국행은 어려워졌고, 그렇다고 아이들 교육을 방치할 수 없으니 도회지에서 장사라도 해야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조선족들은 더 이상 농사에 매달리려 하지 않는다. ⓒ 노순택
"만일 남한과 북한,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연해주 일대에 흩어져 있는 한민족들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다면 우리는 화교자본이나 유태인 자본 못지 않은 하나의 거대한 경제공동체를 결성할 수 있을 것이다.

재외동포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점하고 있고 21세기 초강국으로 부상할 중국 공민의 일부분인 조선족 사회의 발전은 이러한 네트워크 형성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임이 틀림없다. 이들의 발전은 또한 자본주의 남한과 사회주의 중국의 경험을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에도 간접적인 도움을 줄수 있다."

즉 "화류(華流)와 한류(韓流), 대중화경제권과 글로벌 한민족경제권이 만나게 하는 허브(Hub)역할과 문화경제교류 협력의 견인차 역할"로서 중국 조선족 사회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임교수는 중국 조선족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사고틀이 보다 포괄적이고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이것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win-win 전략, 즉 상생의 방법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동쪽에 '신발가게'를 꾸리는 지혜

어느 유태상인에게 어려움에 처한 동포가 도움을 달라고 청했다고 하자. 그 유태상인이 만일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이라면 그는 역경에 처한 자기 동포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내 이 신발가게는 시내 서쪽에 있는데 시내 동쪽에는 신발가게가 없다. 그러니 당신이 시내동쪽에 신발 가게를 하나 꾸리라. 점포 임대료를 내가 선불하고 팔 물건도 내가 먼저 대주겠으니 돈을 번 다음에 원금에 이자를 물라. 당신이 자리를 잡으면 나는 당신에게 장기적으로 물품을 공급해 줄 것이다."

유태인의 상술 중에 자주 인용되는 한 토막이다. 유태인들이 역경에 처한 자기 동포를 도와주는 방법은 손쉽게 '자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가지고 있는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려웠던 동포는 자립의 발판을 마련하고 투자주는 이윤을 얻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득이 되는 상생의 방법인 것이다.

이것은 조선족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현재 조선족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산업연수 인력의 확대나 체류기간의 연장 등 '한국에서 돈벌 수 있는 기회'만을 제공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공민'인 그들의 문제를 감상적인 민족의 문제로 환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관건은 중국 조선족 사회 내부로부터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는 '근대화 전략'의 구축과 함께, 한국 사회의 포용적인 (재외)동포정책을 통해 보다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해체 위기의 조선족 사회가 모색해야 할 해법은 무엇일까. 조선족은 동북아 한민족 경제 및 평화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심양시 만융촌 입구의 조선족 상징물.
해체 위기의 조선족 사회가 모색해야 할 해법은 무엇일까. 조선족은 동북아 한민족 경제 및 평화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심양시 만융촌 입구의 조선족 상징물. ⓒ 노순택
중국 조선족 사회에서 모색되고 있는 집중촌 건설은 그러한 해법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의 두레마을이 연변 등지에 대규모 생태농업단지를 세우고 있는 것이나 선진적인 농법 등을 전수해주려고 하는 것 역시 어떻게 보면 '동쪽에 신발가게'를 꾸리는 발상이다.

중국 조선족 사회는 한국이라는 '산업대학'을 통해 선진기술을 획득하고, 한국은 그들에게 기술을 투자함으로써 동쪽뿐만 아니라 북쪽과 남쪽에도 신발가게를 꾸릴 수 있는 미래의 터전을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신발가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윤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장기적으로 물품을 대주면서 점차 신발가게의 규모를 확대하는 관계, 즉 영원한 '민족이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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