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하고 산에 가면 애들이 풀과 꽃 이름을 물어보는데, 몰라서 너무 안타까왔어요. 이런걸 알면 멋있는 엄마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마침 그런 교육이 있더라구요."
'멋있는 엄마'가 되기 위한 주부들이 알아두면 상당한 도움이 되는 정보가 있다. 청소년수련관에서 실시하는 환경지도자 교육이 바로 그것이다. 올해 9월 첫 수업을 시작한 이 곳에는 현재 15명의 주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론수업과 현장수업을 병행해 인기가 높다.
9월 12일은 현장수업이 실시되는 날로 수리사가 있는 수리산 뒤쪽이 현장코스로 잡혔다. 인적이 드물어 생태계 보존이 잘되있기 때문이다.
수리산에 가기 위해 들뜬 얼굴로 청소년수련관에 모인 주부들은 모두 10명. 나머지는 '시어머니 입원' '아들 운동회' 등 주부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불참했다. 이날 참가한 분들중 한 명도 남편으로부터 "너 그런거 한다고 누가 상 주냐"라는 핀잔을 들었다고 귀뜸했다.
청소년수련관 박영미 씨는 "환경교육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라도 여성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의미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모든 풀에는 다 사연이 있다
"우리나라는 전쟁, 무분별한 벌목 등을 겪으면서 대부분의 산이 민둥산이 됐습니다. 지금 많은 산들이 푸르게 변했는데, 대부분 인공조림이라고 보셔야 돼요."
이날 교육을 맡은 이는 김미옥 씨.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교사모임 '꽃마리' 회원으로 올해 환경의 날 환경부문 안양시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진씨가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참가자들은 수첩에 받아적기에 바쁘다.
"이 산에 많은 나무가 일본 잎깔나무에요. 우리 수종이 아닌데, 빨리 빨리 자라고, 강하기 때문에 대량으로 심은 거죠. '빨리 빨리' 문화가 이처럼 자연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던 겁니다."
둥글둥글한 알맹이가 있는 강아지풀, 잎이 짚신을 닮은 짚신나물, 가을이 되면 가장 빨갛게 물드는 붉나무, 김치담가먹는 왕고들빼기, 봉숭아하고 닮은 물봉선, 물감대용으로 쓰는 닭의 장풀 등 평소에는 그냥 스쳐지나갔을 풀들이 이 날만은 '장미'보다 아름답게 느껴졌나 보다. 아줌마 참가자들은 연신 탄성을 지르며, 신기한 듯 눈을 떼지 못했다.
풀중에서도 산딸기, 멍석딸기 등은 식용이 가능한 것들인데, 모두 숲의 입구에 나있다. 이른바 주변부 식생이다. 김미옥 씨는 이 주변부 식생들이 숲을 방어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열매만 따먹고 발길을 돌리기를 바라는, 일종의 미끼역할인 것이다.
"옆에 있는 이 풀은 망초라고 해요. 개화기때 들어온 풀인데, 가을에는 망초, 봄에는 개망초라고 합니다. 봄에 개망초라고 불리는 이유는 한창 생육이 필요한 파종기 때 성장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이렇게 불리는 거죠."
모든 풀에는 다 사연이 있고, 그 사연을 통해,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까지 엿볼 수 있다. 뚝뚝 잘 끊어지는 특징을 갖고 있는 '할미멜빵'은 '사위질빵'으로도 불린다. 사위가 너무 이뻐서 무거운 것을 들지 말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가시가 많은 '며느리 밑씻개'는 며느리가 미운 시어머니가 화장실옆에 잔뜩 심어놓았던, '여성수난사'를 잘 보여주는 풀이다.
'환경교육'은 '인간 생존을 위한 교육'
'환경교육'은 단순한 감상교육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요긴하게 쓰이는 '생활교육'이다. 풀에 대한 지식을 알게 되면, 식용생물과 비식용생물을 구분할 수 있고, 식용생물의 조리법까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미옥 씨는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소나무잎의 비밀을 설명했다.
"우리나라에 있는 소나무는 종류가 여러 종입니다. 솔방울에 달려 있는 가시잎이 두 갈래인 것은 재래종이고, 세 갈래인 것은 외래종입니다. 외래종이 내성이 강해 녹화사업을 할 때 주로 많이 심었는데,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떡을 찔 때 쓰면 안되고, 이 소나무 밑에 있는 약수는 독성이 있기 때문에 마시면 안됩니다. 솔잎혹파리가 재래종인 적송에는 천적이지만, 외래종은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솔잎혹파리가 외래종 잎을 먹으면 죽어버립니다."
'환경교육'은 자연을 살리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인간이란 자연생태계를 모태로 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화학물질에 오염돼 있으면 아기는 50%를 갖고 태어납니다. 자연생태계가 오염되면 나 혼자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대를 이어서 그 피해가 내려갑니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바로 우리 다음세대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 문의 031-380-6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