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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러사건의 여파로 미군과 이슬람이 공존하는 서울의 이태원은 마치 폭풍의 전야와도 같은 긴장된 분위기이다. 평소 관광객들이 활보했던 이태원 거리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인접한 한남동의 이슬람사원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하여 군이 경비를 서고 있고, 요소 요소에 삼엄한 경비가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도 지역 주민과 경찰의 지혜로 따뜻한 동네잔치가 벌어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보광초등학교에서 이태원체육회(회장 김갑식)가 주관한 제21회 동민체육대회는 최근의 침체된 이태원의 분위기를 일소하려는 듯 시종 따뜻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던 것이다.
마치 20여년전에나 볼 수 있던 정겨운 가을운동회와 같은 향취가 풍겼던 것이다. 서울 도심에서 그것도 국제관광도시의 뒷 모습이 이처럼 정겨우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오전 9시에 개회식을 시작으로 벌어진 이날 행사는 관내 24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족구, 탁구, 릴레이 등 총 4개 종목으로 나누어 벌어졌다.
경기에 참여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전종목에 출전한 경우여서 종목이 끝날 때마다 다른 경기 시간을 맞추느라 동분서주 했지만, 저마다 흥겨운 분위기에 행복한 모습이 역력했다.
경기 막간에 펼쳐진 어린이들의 달리기대회는 부모들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고, 시범종목인 게이트볼은 노익장을 과시하려는 노인들의 각축전으로 열기를 뿜었다.
대학생 놀이패들의 흥겨운 장단에 어깨춤을 추던 한 노인은 "오히려 명절 보다도 이태원체육대회가 더 기다려진다"며 즐거워했다.
주최측에서 마련한 풍성한 먹거리에 곳 곳에서 잔치가 벌어졌고, 참석치 못한 친구에게 준다며 음식을 보따리에 싸는 할머니들도 상당수(?)가 있었다.
오후 4시가 지나면서 동네잔치는 경기장 분위기로 집중되었다. 전년도 우승팀인 드림스팀이 올해 처음으로 출전한 이태원파출소팀의 활약에 밀려 일찌감치 우승권에서 밀려났다.
이태원파출소(소장 이봉주)팀은 격무로 인해 지친 몸인데도 불구하고 주먹야구와 릴레이에서 1위, 탁구에서 2위를 독식하며 종합우승을 자치하여 주민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중년 부녀자들이 대거 출전한 노래자랑에서는 1등에 칼라TV가 부상으로 주어졌고, 박자와 가사를 본의(?) 아니게 위반한 출전자에게는 최고음치상을 수여하는 이색 이벤트도 눈길을 끌었다.
제21회 이태원동민체육대회는 주최측에서 경비를 전액 부담하여 먹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볼거리와 먹거리가 어우러진 동네잔치로 까지 성화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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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열린 보광초등학교에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4대가 참석한 가족도 있었는데, 박정석(용산구 의원)명예회장은 "이태원이 외부에서 느끼는 선입감과는 달리 의외로 토박이가 많은 지역이다"고 전제 한 뒤, "미 테러사건 이 후, 침체된 이태원상가에 이번 대회를 계기로 동민들의 친목이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황종만(이태원1동) 동장도 "70년 전통의 '이태원체육회(회장 김갑식)'가 오늘 같이 좋은 행사를 개최한데 대해 동민을 대신하여 감사를 드릴 뿐 이다"며 "특히, 노인들을 초대하여 잔치를 벌이는 모습은 어린 새싹들에게 산교육이 될 것 이다"고 감사해 했다.
이태원체육회 고광선 고문도 "매년 개최되는 '동민체육대회'가 웃어른에 대한 경로잔치로 승화 되는 모습이 흐뭇하다"며 흡족해 했다.
전직 회장들인 김용학(4대) 이회석(5대) 이관(8대) 고문들도 이날 대회장에 참여하였는데, 이들 고문들은 이번 대회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게이트볼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노약한 노인층들에게는 "게이트볼 만큼 적당한 운동이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김종수 총무는 신생팀인 이태원파출소팀에 의미를 부여하고, 지역적인 특성상 긴장감이 감도는 이 시기에 "경찰이 동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야 말로 지역의 발전에 보탬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행사의 대회장인 이태원체육회 김갑식 회장은 "흔히, 이태원 하면 '한국 속의 국제도시'를 연상한다. 그러나 이태원은 서울의 어느 지역 보다도 토박이가 많이 사는 곳"이라고 전제 한 뒤, "회장인 자신이 토박이가 아닌데도 회장에 선출 될 만큼 이태원의 인심이 넉넉하다"고 밝히고, "미국 테러사건의 여파로 침체된 이태원이지만 보다 따뜻한 한국의 명소가 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취재를 마치고 밤늦게 대로를 걷는데, 경찰 순찰차와 마주쳤다. 차 안에는 체육대회에 참석했던 이태원파출소 소장인 이봉주 경위가 탑승하고 있었다.
"쉬지도 않고 근무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오히려, 기자에게 "수고 하라"는 인사말을 던지고 사라졌다.
이태원의 따뜻한 하루를 지켜 본 기자는 또 다른 이태원의 모습에 고무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태원을 막 벗어 날 무렵에 마주친 총맨 군인들의 모습이 어색 하기만 하였다.
제21회 이태원 동민 체육대회 종목별 성적표
-종합성적-
종합우승:이태원파출소
준 우 승:이태원1동사무소
종합 3위:레이스조기회
입 장 상:늘푸름회
최우수선수상:한헌회
찜뿌
1위:파출소
2위:히트조기회
3위:드림스조기회
족구
1위:레이스조기회
2위:우정희
3위:한보리
탁구
1위:동사무소
2위:파출소
3위:한보리조기회
게이트볼
1위:동심회
2위:마을금고
3위:이화상가
릴레이
1위:파출소
2위:한보리조기회
3회:늘푸름회
노래자랑
최우수상:조동식
우 수 상:조유순.박은주
인 기 상;김성룡.백순옥
최고음치상:백승현
덧붙이는 글 | 이태원체육회 역대 회장
1930년 초대회장 이사돈
1953년 2대회장 이소순
1972년 3대회장 이춘기
1985년 4대회장 김용학
1989년 5대회장 이회석
1991년 6대회장 이경식
1993년 7대회장 이한성
1996년 8대회장 이 관
1998년 9대회장 박정석
2000년 10대회장 김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