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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 신랑 조계철은 여수 땅을 딛고 나와
때로는 맑은 햇살을 받으며
때로는 세찬 비바람을 헤치며
들녘을 달려와 여기에 우뚝 섰습니다.
저 신부 안설화는 안동 하늘을 이고 태어나
때로는 따순 바람을 맞으며
때로는 눈보라를 가르며
물을 건너 산넘어서 여기에
환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뼈를 주고 살을 주신
선대와 아버님 어머님이시여
어버이의 피땀은 육신과 근력이 되고
친지형제의 배려는 길눈과 뒷심이 되어
이제 저희 두 사람은
사랑의 장도에 오릅니다.
친구와 이웃 선후배 동지들이시여
여러분들의 두리안에서 저희들은
한덩어리진 천지생명과
애정의 너른 연대를 깨우쳐 왔습니다.
많지 않은 것을 고르게 나눌 때
넉넉해지는 이치와
힘겨운 일거리에 부리는 이 노는 이 없이
화평해 지는 도리와
어울린 일꾼들이 서로를 다독이며
이웃을 노래할 때
뿌듯해 지는 법도를 되새기옵니다.
역사를 밝혀온 고운 넋들이시여
그대들의 은공이 배인 이 강토가
꽃이 피고 향기나는
우리의 산천임을 새기오며
저희 그길을 더욱 밝혀
한 뭉치로 신명을 바치겠나이다.
온 주변과 이웃과 아울러 끝끝내
지켜보아 주시고 채찍이 되어 주시옵소서
동무가 되어 주시옵소서
정성을 모두어 축원합니다.
신랑 계철, 설화 하나되는 첫날
(이 글은 신랑 조씨와 신부 안씨의 전통혼례식중에 낭독한 것임)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워지는 5월의 청명한 어느날, 평택시 용이동 자락에 자리잡은 평택대학교에 축제가 열려 소리가 요란하다. 평범한 축제행사에 난데없이 풍악이 울리고 말을 탄 신랑과 꽃가마를 탄 신부가 등장해 연극을 하나 싶어 가던길을 멈추고 행사장에 들어서보니 전통혼례식이 '실제로' 치러지고 있었다.
전통혼례식의 주인공은 마흔 네 살의 이 학교 경영학과 2학년인 조계철 씨와 신부 안씨. 8폭 병풍으로 둘러친 홍청 깃발을 높이 세워논 혼례청에 남녀화합(男女和合 天地和同)이란 기와 풍물패를 앞세운 신랑이 백마를 타고 들어섰다.
이어 신부는 초롱이를 앞세운 꽃가마를 타고 고운 자태를 드러내자 교우들과 양쪽 하객들의 박수와 환호는 하늘을 찔렀다. 하늘이 꾸물꾸물하더니 빗줄기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자, 사회자는 '하늘이시여 이 시간을 진정으로 축복하신다면 비를 멈춰주소서'라고 주문을 하자마자, 풍물패의 악을 물리치는 한마당과 축하 덕담이 이어지자, 하늘이 감동했는지 신기하게도 비가 멈췄다.
신랑은 다짐의 기러기를, 신부는 정절의 상징인 기러기를 들고 혼례청으로 올랐다. 만학의 꿈을 실현하고 있는 장한 노총각이 전통혼례식을 치러 유행만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우리의 옛 풍습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각인시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 학교 축제의 백미로 장식된 전통혼례식. 주인공 경영학과 2학년 조계철(44) 씨는 첨단을 추구하는 젊은 학도들에게 우리의 아름다운 풍습을 재현시켜주는 나이값을 했던 것이다.
신랑 조씨는 전남 여수에서 1년4남중 장남으로 태어나 가난한 살림에 부모를 모시고 동생들 공부 뒷바라지를 하는 평범한 젊은이었다. 이런 와중이다보니 조씨는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평소 익힌 제과기술로 제과점을 운영해 동생들 뒷바라지를 끝낸 조씨는 나이가 사십줄에 들어섰는데도 얼마나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컸는지 뒤늦게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조씨는 검정고시 준비 1년만에 고검과 대검에 당당히 합격을 하고 동시에 수능시험까지 좋은 성적을 얻어 평택대학교 경영학과에 합격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주경야독 형설의 공을 실현한 장한 만학도이다.
조씨는" 가난과 못 배운 게 죄가 될 줄은 몰랐다"며 만학의 꿈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다.
이제 배움에만 전념하겠다는 조씨.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동생에게 제과점을 물려주고 전문경영인이 되기 위한 공부에 졸린 눈을 비비고 있다.
조씨의 꿈이 이뤄지고, 이들 부부의 앞날에 행복이 깃들기를 두손 모아 기원해 본다.